첫째 날
유튜브에서 브알챗 영상보다가 흥미가 생겼다
딱히 할 게임도 없을뿐더러 직장이 조금 특수해서 새벽에 일을 나가다보니
쉬는 날 새벽에 할 것이 없어서 설치해봄.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건 구데기 같은 마이 룸
뭘 해야할 지 감도 잡히지 않아서 여기 갤러리에서 정보 구하고
인터넷에 검색하고 혼자 공부하면서
기본 설정도 잡고 세이프티 세팅도 하고 아바타도 떼왔다.
평소부터 친구들과 게임할 때 마이크를 자주 쓰는지라 이야기 할 생각하고
퍼블릭 화본역에 접속함.
근데 이게 막상 들어가보니까 기타 게임 마이크 할 때랑 다르게
처음에 입 떼기가 뭔가 좀 망설여지더라 ㅋㅋㅋ
그래서 묵언차렷으로 돌아다니는데 신기한 광경이 참 많이보임!
일본어를 되게 능숙하게 잘하길래 이 게임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참 많은가보다 했는데
ㅋㅋ 어림도 없지 한국사람이였음.
근데 그거랑 비슷하게 영어 발음 진짜 장난아닌 사람들도 많더라...
신기하기도 하고 영어 발음 좋은 건 많이 부럽기도 했음.
그렇게 화본역 여기 채널 저기 채널 돌아다니다가 한 곳에 들어가서
캠프파이어 옆 쪽에 있는데 누가와서 먼저 마이크로 말 걸어주더라.
아마 그 때가 내가 제일 처음 마이크 켜고 이야기 했을거야.
먼저 말 걸어준 게 참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음 ㅎㅎ
그래서 그 사람이랑 5분정도 이야기 나누다가 다른 사람들도 모이고
이런 저런 사람들도 대화 나누고 그랬다.
근데 나한테 처음 말 걸어준 사람도 이따가 슬쩍보니까
일본어 하고 있더라 ㅋㅋ 코리안재패니즈잼 ㅋㅋㅋㅋ
어떤 화본역 캠프파이어 앞에는 풀트래킹으로 피아노를 치는
유저분도 계셨는데 손이 정말 건반위에서 노는 모습이 참으로 신기했음.
그 후에는 외국인들 모이는 노래방 가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어떤 외국인이 나 한국인인 거 알아보고 빅뱅의 블루 같이 불러줄 수 있냐고 하더라.
그래서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예약하고 시작하는데
진짜 그 방에 4~5명 정도 되는 외국인들이 훅 부분에서 떼창으로 같이 부르더라.
진짜 신기하고 친구들이랑 노래방 온 느낌이랑 비슷했음...
그때서야 가상현실세계구나 라는 실감이 나더라.
물론 실제로 피부를 맞대고 대화를 나누고 공기를 공유하는 현실이랑은 다르지만
친구나 주변사람들과의 흥미도가 올라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고양감이 VR에서도 어느정도는 느껴진다는 게 정말 신기했음.
그렇게 노래방에서 외국인 친구랑 프렌드 등록도 하고
1시간 가량 거기서 논 것 같음.
이 후에는 다시 화본역 돌아와서 이런저런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한참 떠들다가
게임을 끄고 나름 즐거운 기분으로 잠 들었음.
둘째 날
새벽에 나가서 일하고 해가 밝아올 때 쯤 퇴근함.
편한 마음으로 집에 들어와 샤워하고 밥 챙겨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유튜브 보며 휴식하다가
문득 어제 플레이 했던 브알 챗이 생각남.
호기심만 있었던 첫째 날과는 다르게 둘째 날 접속할 때는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날까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무엇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까 등...
이런저런 사소한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더라.
무엇보다 지금 난 타지에 혼자와서 생활하고 있거든.
코로나 때문에 고향 친구들을 보러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체현실이지만 이런 부분이 현실 세상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참 고맙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였음.
둘째 날도 가본 월드가 없다보니 자연스레 화본역으로 접속했고
오늘의 화본역에는
쭈뼛쭈뼛하며 마이크를 켜는 데 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어제의 나와는 다르게
접속하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인사하고 있는 내가 있었음.
둘째 날도 참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난 것 같다.
어떤 채널을 가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였고 (잘 부르는 사람은 호기심에 옆에가서 듣기도 했지만, 태반의 실력이 ㅎㅎ...)
신기한 효과를 가진 아바타를 사용하는 사람들
무리지어 이야기 하는 사람들 등...
걔 중에 가장 신선하고 흥미로웠던 만남은 외국 유저들이였음.
브알 챗 켜두고 잠깐 웹서핑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어떤 유저분이 안녕하세요. 라고 하는 소리에
나한테 인사하나 싶어서 다시 화면을 띄웠음.
내 앞에는 한 분의 유저분이 있었고 날 보고 재차 인사를 건네시더라.
자연스러운 한국어에 난 당연히 한국인 일 거라 생각하고 답 인사와
오늘의 일상은 어땠는지 대강의 안부를 물었다.
근데 돌아오는 대답이
'제가 한국어 공부를 한 지 얼마 안되서 조금 서툴러요.
그 부분은 제가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혹시 영어로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라고 영어로 말씀하시더라.
알고보니까 독일 유저분이셨어.
BTS팬이고 한국이 좋아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하셨다더라고.
올해는 한국에 여행오려고 했는데 코로나때문에 못 왔다고 너무 아쉽다고도 하고
특히 대구가 코로나 감염정도가 심한것도 알고 계시는지 대구에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좋은 말도 하시더라.
그 옆에 계신 다른 독일 유저분도 계셨는데
그 분도 한국이 너무 좋아서 2년정도를 한국어 공부를 하셨대.
이 분은 정말 말도안되게 한국어가 유창해서 진짜 한국인 아니시냐고 몇 번이고 되묻곤 했었네 ㅋㅋㅋ
그렇게 두 분의 독일인 유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조금 텐션이 낮아지고 휴식을 하던 도중에
한 무리의 유저분들이 오셨음.
그 중에는 풀트래커 유저분도 있었는데
정말 신기하더라.
움직임 하나하나가 세세하고 자연스러운게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구나 라는 걸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어.
풀트래커 유저분 아바타 움직임에 감탄하던 도중에 오늘 알게 되었던
나와 같은 한국 뉴비 유저분이 다시 오셨고
그 풀트래커 유저분과 옆에 계신 2명의 유저분이 이런 저런 월드로 우리를 데려가면서
많은 맵들을 소개시켜주셨음.
와중에는 공포맵도 있었는데... 난 타고난 천지쫄보라 하던 도중에
마이룸으로 튀었음 ㅎ.ㅎ...
그렇게 여러가지 맵들을 구경하고 나니까 어느 새 자야할 시간이더라.
소셜창 열어보니까 어느 새 친구등록한 유저분도 20명 가까이 있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여튼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그 날 같이 놀았던 유저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접속을 종료했어.
이게 이틀 간의 뉴비 브알 챗 후기이자 일기장이야.
플레이 타임은 약 10시간 초반대 정도 즐긴 것 같은데
다른 게임을 10시간했다고 가정하고 비교하면 저 정도의 시간으로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함.
이제는 또 일이 많이 바빠져서 어제 오늘처럼 길게 길게 있지는 못하겠지만
앞으로도 조금씩 시간내서 또 놀러가고 싶다.
브알 챗! 재미있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