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chat,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타갤에서 브얄챗하는 고닉 몇 명이 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때, 고로시에 동참하며 낄낄댔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내가 그딴 게임을 해 볼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었다.
시간은 흘러 작년 5월 21일.
시발점은 회사 동료의 이야기, VR에서 사진기사 일을 한다던 그는 무언가 충만해 보였다.
(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였다.)
평소 게임도 그다지 하지 않고 취미라고는 소설을 읽는 것 뿐, 나가는 일도 없으니 일 외적으로 사람을 만난 지 몇 개월이 되었는지도 희미했다.
화본역 욕배틀, 승철이의 암컷타락...
검색해보니 나는 VRchat의 현실은 내 생각보다도 훨씬 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보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금단의 장소에 발을 들여놓고 만다.
나름대로 성격과 목소리는 좋다고 자부한다.
언제나 누군가에게 비호감을 살 첫인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감 덕분인지 매일 새 친구를 만드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처음에는 여자 아바타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나오는 것조차 버거웠다. 적응하는 데 하루 걸렸다.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가 얼굴을 쓰다듬으니 기분이 묘했다. 분명 안에 남자가 들어있을 것이 분명한데... 적응하는 데 이틀 걸렸다.
Vr을 사고 아바타를 산 뒤 거울을 봤다.
갑자기 떡볶이랑 마라탕,마카롱이 먹고 싶어졌다.
넘쳐흐르는 여성호르몬에 적응하는 데 사흘 걸렸다.
어엿한 메타버스 트랜스젠더가 되었을 때, 뒤를 돌아보니..
얻은 것과 잃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정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생겼다.
학교 친구, 회사 동료, 군대 동료 등 집단으로도 엮인 친구가 아닌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써의 친구를 만나게 됐다.
연락처에서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을 지웠다. 아쉬움은 없었다.
생일을 축하받게 되었다.
어릴 적에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생일파티는 커넝 축하해줄 친구도 없었고 지금도 생일이라 하면 친구들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 몇 개만 받는다.
난생 처음, 가족 이외의 사람에게서 생일선물을 받아봤다.
불우했던 어릴 때 생일의 기억을 지웠다.
퍼블릭에서 얘기하다가 자지 사진을 받았다.
바이오에서 디스코드를 지웠다. 씨발새끼.
집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같이 마실 사람이 생기니 취해도 나쁜 생각이 들지 않았다.
혼자 책을 읽는 시간이 줄었다.
쌓여있는 책들을 봐도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난생 첫 정모도 하게 되었다.
브챗에서 보던 그대로의 사람들이라 많이 놀랐고 많이 웃었다.
퇴근하고도 잘 자지 않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길게 얘기하고 싶었다.
퇴근시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섹드립에 면역이 생겼다.
주말에 밤늦게까지 떠들게 되었다.
다 같이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전보다 잘 웃게 되었다.
좋은 사람, 좋은 친구들을 만나 매일같이 웃고 떠드는 것,
그것이 VRchat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마음고생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까지 힘들더라..
모두가 나처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