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자들이 앉아 있고, 포로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세 사람의 마누카 대표와, 세라복을 입은 시폰 대표가 두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마누카 대표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브붕, 앉으시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브붕은 어느 아바타로 하겠소?"
"우간다."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대표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브붕, 우간다도, 마찬가지 그저 퍼블릭 아바타일뿐이요. 욕배틀과 이케맨이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우간다."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그대의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우간다."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시폰측 대표가 나앉는다.
"브붕, 지금 코마도에서는, 코마도 유저들을 위한 무료 쉐이프키와 에셋을 냈소. 브붕 자네는 누구보다도 먼저 에셋을 가지게 될 것이며, 코마도의 일원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코마도 유저들은 자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화본역의 초목도 브붕의 개선을 반길 거요."
"우간다."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마누카 대표가, 다시 입을 연다.
"브붕, 자네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한튜와 화본역 생활에서, 이케맨과 VR방범대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진권은 자네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자네가 지금까지 구매한 에셋과 아바타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자네는……"
"우간다."
시폰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장교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비지터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세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토크온이군."
설득 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우간다라 지만 막연한 얘기요. 프플방과 인바방보다 나은 데가 어디 있겠어요. 퍼블릭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그곳에 나가 봐야 프플방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현재 VR챗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이곳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토크온 생활과 퍼블릭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우간다."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앞에 있는 한명의 브붕이에게, 어렵고 험한 퍼블릭에 가겠다고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1만 마누카 유저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진권의 품으로 데려오라는……"
"우간다."
"당신은 블렌더까지 할 줄 아는 지식인입니다. 진권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우리를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우간다."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사람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생활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진권의 품으로 돌아와서, Booth를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퍼블릭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동생처럼 여겨졌다는 말입니다. 만일 이곳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파일 및 친목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나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우간다."
설득 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VR방범대를 돌아볼 것이다. VR방범대는,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그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켁켁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