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정표현을 좋아한다.
상대가 누가 되었던 눈이 마주치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인사를 받아주면 다가가 쓰다듬고
쓰다듬에 기뻐하면 뽀뽀하고
뽀뽀마져도 기뻐한다면 햝으며 애정을 과시한다.
말은 그다지 필요 없다
오디오스트랩 설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마이크가 안된 적이 약 일주일정도 있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말로 대화했던 사람들에게도 나는 손짓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할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가서는 소통의 한계를 느낀 나머지 스네일마커를 이용한 소통을 하기도 했지만 약 일주일간의 나는 벙어리나 다름없었다.
놀랍지만 묵언브이알 유저가 된 때에 기존보다, 평소보다 사람들의 애정을 많이 받았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기존에 날 알던 사람들에겐 우스움과 안쓰러움의 대상이 되었을테고.. 날 모르던 이들은 예쁜 캐릭터와 다짜고짜 따라붙는 스킨쉽에 나를 여성 플레어라 인식했을수도 있겠다
그런건 그다지 상관 없었다 여자냐는 질문에 도리질쳤고 남자냐는 질문에 끄덕였으니 나로서는 할수 있는 모든 도리를 다 했다 생각한다
묵언브이알 상태의 약 5일째.
내 주변엔 사람들이 가득해졌다
대체로 차렷유저들이었지만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 모두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기 위하여 허공에 쓰다듬만 하루 3시간씩은 했던거같다
그와중에도 나를 독점하고 싶어하던 이가 몇 있었다
그중 하나는 보컬로이드 남자 캐릭터를 쓰던 vr 유저였는데 자주 비공개방을 만들어 나를 초대해줬다
초대받아 간 곳은 매번 항상 다른월드였고 예쁜 월드였다.
이리저리 나를 끌고다니며 월드의 곳곳을 보여주었고 놓치기 쉬운 부분을 언급해가며 구석구석 구경시켜주었다
나는 감사의 의미로 쓰다듬고 뽀뽀해주며 고생을 치하했었고 그는 그것으로도 만족해하며 항상 기쁘게 웃었다.
다른 하나는 나와 같은 캐릭터를 쓰는 유저였다
차렷유저였지만 접속할때마다 어떻게든 알고 찾아왔고 같이 이런저런맵을 다니며 즐겁게 게임했었다
시도때도없이 뽀뽀해달라 하면서 뽀뽀해주면 햝아주길 원하는 눈치로 이리저리 따라다니는게 재밌는 유저였다.
처음 만난건 일본신사맵이었다
기억하기론 처음 봤을때부터 나와 같은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사람은 더더욱 내 눈에 띄게 되어서 나도모르게 말걸었던거같다.
"예쁜 캐릭터를 쓰시네요~" 같은 캐릭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할만한 칭찬은 아니지 않을까 싶은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무척 기뻐했고 칭찬했던게 원인이되어서 일까 계속해서 나와 같은 캐릭터를 쓰게 된 까닭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이 유저의 특징은 얌전히 뒤에서 내가 다른사람과 있는걸 보다가도 쓰다듬이나 뽀뽀같은 애정표현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달려와서 자기도 쓰다듬어달라는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강제로 묵언이 된지 일주일쯤 되었던 날
접속하자마자 인바이트 요청과 조인요청이 동시에 왔다
물론 그 두명이었고 고민하다 보컬로이드 캐릭터를 쓰는 사람이 보낸 맵으로 이동하여 같은캐릭을 쓰는 유저를 초대했다
이때는 일이 그렇게까지 커질거라곤 생각치도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