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였더라,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무슨 제철 식재료도 아니고, 그렇게 웃었던 것과 상대가 쓴웃음을 짓던 것만이 어렴풋이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저 웃기 위한 농담이라 생각했었다. 그 때는 말이다.
뒤이어 누가 외친 짠 소리와 그 호응에 묻혀, 반쯤 잊혀져버린 그 날의 마지막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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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네에, 다들... 이러다가 저 술병을 비워버려요?"
혼자 씹덕스러운 헛소리를 내뱉으며 허공에 잔을 건넨다. 당연히도 돌아오는 답은 없다. 이 곳엔 나 혼자 뿐이었으니.
프플방을 만든지도 어연 1시간이 넘었다. 그 사이 들어온 사람의 수는 0.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창을 열어봐도 이전과 달라진 바가 없다. 몇몇이 더 접속을 했더라도 죄다 프빗이거나, 주황불. 무수히 보낸 리퀘인바에 대한 답은 돌아오지 못한 메아리가 되어있다.
이 꼴이 난 이유는 뻔하다. 과몰입이다.
절대 안 할 것처럼 굴던 녀석이 시작한 것을 효시로,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이제는 과몰입을 안하던 사람도 곧 할 것처럼 어딘가로 싸돌아다니고, 아바타를 꾸미고 있다. 누구한테 그리 예쁘게 보이려고 그려나 놀리려고 해도, 이제는 놀릴 대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지.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다음 영상을 틀고, 술잔을 홀짝인다.
외로움을 타거나 사람이 고프다고 느꼈던 적은 없는데, 괜시리 묘한 기분이다.
음교회라도 찾아 다녀볼까, 하다가도 이내 손을 내린다. 역시, 사람이 고프거나 외로움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찜찜함은, 마음 한켠에 남는 기분은 무엇인가. 고민을 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머리가 굳은걸지도.
굳어버린 두뇌를 돌리기 위한 연료를 다시금 들이삼킨다. 뜨거움이 목을 지나고, 이내 숨이 되어 뱉어진다.
역시 위스키나 가져올 걸 그랬나. 늘 마시던 것임에도 어설프게 취한 혀에 소주의 잔향이 거슬림을 남긴다.
차오르는 취기에 멍하니 거울을 바라본다. 한 때 가득 차 있어 내 아바타를 찾기도 힘들었던 그 곳을.
찌찌를 키웠던 셀루도. 서로 쓰다듬던 카린들도. 무언가 웅얼대던 마야도. 주정을 부리던 리파도. 몸을 흔들어대던 키쿄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이미지와 이름이 되어, 친구창에서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을 뿐.
"아."
시야의 왼쪽 하단. 작게 떠오르는 알림 마크와 함께 경탄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리퀘 인바의 답이 돌아온 모양이다.
누구려나, 하는 기대감이 솟아오르면서도 표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며칠 간의 경험이 머리 속에선 고개를 내젓기에.
아니나 다를까, 인바리퀘의 거절이다. 다시금 한숨과 함께 잔을 쥐었다.
과몰입을 안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이미 저 편으로 가버린 그들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일까.
나도 저편으로 넘어가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용기도 욕망도, 필요도 느끼지 못하기에 발을 내딛지 못할테니까.
고독함인지, 상실감인지, 혹은 우울함인지 모를 미묘함 속에서 돌아올 날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그 빈자리들을 채우기 위해 한걸음을 더 내디뎌야 할까.
고민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겠지. 이건 마치 인생처럼 정답 같은 것은 없는 문제니까.
어느새 비어버린 잔에 다시금 한 잔을 따른다. 비어가는 병을 툭툭 쳐서 마지막 한모금까지 따라낸 막잔이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브음주가 될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2월, 겨울의 끝자락이다. 이제 곧 다시 학기가 시작되고, 바빠질테고, 지쳐갈거다.
나도 모르게 비쩍거리는 미소가 새어나온다. 그래도 이번 겨울은 즐겁고 재밌었다고, 마음 한켠에서 어딘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만다.
서서히 잊어가겠지만, 그럼에도 기억의 파편 속에 남아있을 이번 겨울의 추억들이.
따스한 봄이 온다. 술의 열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포근한 계절이.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안녕히. 돌아오지 못할, 그 푸르른 프플의 숙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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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아님 내 이야기 아님 진짜임 ㅇㅇ 걍 생각나서 끄적여본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