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Chat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새로 산 퀘스트3를 머리에 쓰고, 딱히 할 것도 없는 브얄챗을 켜고

아바타 월드에서 적당한 퍼블릭 아바타 하나 주워서

교류회나 가 보려고 했더니 시작부터 튕겨서

화본역에나 들어가봤다

RTX4090인데 20FPS가 나온다, 뭔가 설정을 잘못해서였을까

화본역 사람들 옆에 앉아서 설정 만지기를 수십 분...

VR시장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가보다.

인싸들끼리의 이야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VR아래로 전담을 태우며 화본역의 하늘을 바라본다

말 잘하는 사람들과 예쁜 밤하늘 아래에 있으면 VR 이라도 분위기는 있구나

처음 VR을 샀던 때가 벌써 6년 전

가상현실의 시대가 오면 나도 마법소녀가 되고, 막장인 내 인격과 인생도 리셋될 거라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그런 야망을 품고 온 사람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와 플러그인이 있어도 결국 쓰는 것도 사람, 받아들이는 것도 사람이었고

속에서부터 썩은 나같은 사람은 좀처럼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인기피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면 말은 얼마든지 하겟는데

일단 모르는 사람에게 말할 필요성이 좀처럼 불이 붙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어딜 가서도 똑같았다.

결국 VR세계에서도 필요한 건 현실과 변함이 없었고

나는 그냥 힙스터였다.

10년 전에는 곧 나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5년 전에는 이제야 나의 시대가 왔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그냥 아저씨가 된 나의 모습을 보자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인류사를 통틀어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대이지만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은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도를 벗어난 잡기술로 세상을 헤쳐 나가겟다는 생각들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요즘에야 뼈저리게 실감하면서

일어화자집합소 월드의 흡연장에서 배터리가 없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VR흡연을 시작한 찰나

두 모금도 못 마시고 헤드셋이 꺼지며 눈앞이 까매진 암흑 흡연을 하게 되었지 않은가

배엘스까지 샀거늘... 쯧..

그렇게 갈 곳 없는 영혼이 VR에서마저 로그아웃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