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많은 얘기를 나눴다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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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vr/3543473
- 2023-12-10 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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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는 밤새 무수히 많은 문학적 소양과 문화, 예술, 음악, 영화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대화를 건냈고
나는 그것이 놀랍도록 자신의 취향과 일치한다는 생각을 속으로 곱씹으며 삼켰다
혹시나 너무 섣불리, 이른 기대끝에 배반당하지 않도록
많은 월드의 시공간이 지나갔다
때론 어떤 곳에선 낙엽이 졌고, 어떤 곳에선 눈이 내렸다
비가 내리면 함께 그 비를 맞았고, 온천이 있으면 그곳에 몸을 뉘인 체 서로 서로의 벗은 몸을 바라봤다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1월, 2월, 3월, 그리고 7월과 8월, 중간중간에 만나지 못한 기간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관계는 불변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편안해지는 관계 ...
그런데 어느날 그애가 울면서 얘기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인데, 자기는 해줄 게 없다고
자신의 여유롭지 않은 삶과 지나치게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 그리고 나마저 아프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줄줄이 늘여놓으면서
한번 터져나오기 시작한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아픔을 쏟아냈다
뭐라 위로를 건낼 순 없었지만, 말주변이 없는 빌어먹을 쓰레기인 나는, 그럴싸한. 그에 걸맞는 위로의 말을 끝끝내 최후까지도 찾아내진 못했지만
말없이 같이 우는 것을 택할 수는 있었다. 아니 택하다기보단 이미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뇌에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체 내 입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너만 있어주면 충분하단 말을 뱉었다
정말로 충분했기에
사정이 여유로운 난 차라리 같이 살자는 말을 할까, 그 말을 이상하게 받아드리진 않을까. 수십 수백번을 더 당황하며 갈팡질팡하며 생각했다
그 말을 장난으로라도 내뱉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냥 지나가는, 흘리는 말이라도 해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그대신 크리스마스날 서로에게 아무런 선물을 건내지 않기로 약속했다
단지 단 둘이, 이번에는 밤새 체온을 느끼며 붙어있자고
좋아하는 영화와 나홀로 집에 4 같은걸 틀어놓고 밤새..하염없이
시계의 초침과 분침이 기울어져 가는것을 보자고 말했다
친구들이 조인을 타주는 빈도가 부쩍 줄었다
우리의 주황불은 이미 빨간불과 같은 존재가 되어, 모두에게서 점차 잊혀지고 고립되어 가고 있었다
계절이 지고 바람이 변하고, 너와 내가 있는 세상은 언제까지고 너와 나 뿐이겠지
언제까지고 그러겠지만, 언제까지고 그것으로 족하다
미안, 이런대에 내 얘길 털어놔서, 너와의 관계의 일부분에 대한 얘기를 이런 곳에나마 적어서
그렇지만 어디에도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너에대한 내 감정은 지나칠 정도로 중독적이고 의존적이고 강렬해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힘들다는 사실또한 너가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냥 단지 아무런 , 내게 어떠한 것도 바라는 것 없이도 내 곁에 있어주는 너가 죽도록 좋을 뿐이라는 것을
ㅇㅇ1 | 그래서 남남임? 211.252 | 2023.12.10 14:2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