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살짝 구라고 사실 내가 초5때 같은반 애한테 고백었했던 썰임
여태까지 그닥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니 꺼내지도 않은 채 거의 잊혀져 있었는데 생각나서씀
일단 그애는 조금 미화하자면 샤나처럼 생겼는데, 왜소한 체구에 골반까지 오는 긴 생머리가 특징으로
물론 그때는 내가 오타쿠가 되기 바로 전이라서 샤나가 뭔지는 몰랐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다른 남자애들도 걔를 예쁘다고 생각했겟지
나는 그 애랑 같이 친해지고, 요묘하게 서로 의식하는 사이가 되었을때 고백하고, 아마 사귀었을 거임
다만, 초5짜리가 사귀는게 뭔지 몰랐으니 그냥 같이 피시방가서 라테일 하거나 분식집을 갔을 뿐
(내가 얼마나 개 좆같이 순진했냐면 걔랑 둘이 집에 있을때 한 침대에 누워서 얘기하기까지 했었음 ㅆㅃ)
근데 원래 예쁜 애일수록 놀림을 더 받는데다가, 나랑 놀면서 남자애들 눈에도 자주 띄었으니...
무엇보다 문제는 그애의 집이 당시 재개발 직전에 있던 단지의 반지하 단칸방이었는데
아버지는 없었고 어머니랑 둘이 사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화상인지 피부병인지로 뒤덮인 괴물같았음
그런 집이라 그 애한테선 항상 냄새가 났는데, 한번은 영어 원어민쌤이 담배폈냐고 추궁한게 반에서 빅히트를 침
원래 애들이라는게 놀림거리가 한 번 생기면, 지금의 묻고 떠블로나 고자라니 처럼 우려먹을대로 우려먹는 법
내 반 친구들은 걔 집앞까지 따라가며 걔를 놀렸고, 놀리러 온 애들을 혼내러 나온 걔네 엄마까지 보고는 웃겨서 괴물이라 놀렸음
지금 생각해보면 ㅈㄴ 심각한 거였는데 그땐 신기하게도 그걸 몰랐지...
그 여자애가 반의 유행어로 절정을 찍을 즈음에, 피할수 없는 질문이 찾아옴. "쟤 니 여친임?"
나는 그때 씹덕으로 전직하기까지 단 1년의 차이로, 아직 친구관계를 신경쓰는 주변시선이 중요한 단순한 남자애였고
해버림
찜찜한건 그 뒤로 나는 그 여자애랑은 한마디도 안하고, 걔는 어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보통 머리긴 남자애 수준으로 잘랐음
주변에서 들리기론 집이 가난하니 머리카락을 팔았다는 것 같았음
1년이 지나자 걔가 살던 허름한 빌라는 철거되었고 지금 그곳은 명실상부 신도시의 일부이자 주상복합단지가 되어 있음
지금은 나도 억울한 일들 많이 당하고. 생각없이 사는 인싸들이 싫다느니, 연약하게 휩쓸리면 안된다느니 잘난 소리들 하지만
나도 남말 할 처지는 아니었던 것임... 누가 나쁘다고 할 것도 없고 인간이라는게 원래 그런 걸 어쩌겟어
지금 내 인생이 안 풀리는건 그 여자애의 복수일까? 아니, 인간은 원래 그런거야... 내가 상처입힌 사람들도, 나를 상처입힌 사람들도...
인간은 원래 그래... 그런 인간이 산 인생도 어차피 원래 그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