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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순정이라는 게 있을까

있었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짓이겨 버렸을 터이다.

그래도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희미하게 부정하고 억누르고 있던 그런 나의 순정은

어느샌가 찾아도 없게 되었다.

순정을 가진 사람은 약점이 생기게 되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쩌면 그런 약점들에 대해 질투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바보같아서, 내 것처럼 무뎌질 때까지 지져주지 않으면 성이 풀리질 않아

내 넘치는 사디즘은 분명 그 곳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대전 게임이 좋다. 애초에 게임은 승패를 겨루는 대전이 사전적 정의이다.

모두가 승리라는 기준 앞에서, 상대와 나란히 섰을 때

거기서 말해주는 것이다. " 봐 이게 니 약점이야. 그게 초래한 패배라는 불가역적인 결과야.

제발 부탁이니까 더 날뛰어 봐, 내가 니 약점을 더 근사하게 꼬집어줄게 "

꼭 게임이 아니라도 일상생활에서도

나는 누군가가 모순된 희망을 가질 때, 덧없는 고집을 세울 때

그것의 뼈와 살을 근사하게 해체해서 당사자의 앞에 아이맥스로 상영하고 싶다고 온 몬의 세포가 외친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것을 감출 수는 있어도

평생에 학습된 사고회로에는 그런 식의 전개도밖에 그려볼 수가 없다.

아마 이것이 내가 재미없는 인간인 이유다.

그리고 가끔씩, 끔찍하게 재미있는 인간인 이유다.

어찌됬든 나는

너를

안을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