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때 조빠지게 가난했음
농담같겠지만 신발 신을 돈도 없어서
맨발로 학교 다녔다.
학교갔다오면 동네 개새끼마냥 발바닥이 시컴했제.
느그때도 그랬는지는 내가 모르겠지만
우리 초등학생때는 불우이웃으로 쌀 갖다냈다.
조또 가난했지만 심성만은 착했던 나는
아무튼 집에서 한줌 쌀을 받아다 학교에 냈다.
그날도 건강하고 강력한 대한 건아로서의 하루를 보냈다.
방과후에 문방구 앞에서 킹오브 구경해야되는데
선생님이 남아서 차에 싣는것 좀 도와달라길레
나도 가난하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 돕는구나 생각해서
존나 뿌듯함 느끼면서 고사리 손으로 도와드림.
남아서 이것저것 정리하니까 같은 반 애들 다 하교하고 없음.
선생님이 태워다 주신다고 기다리래서 차 타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쌀이 우리집 독에 들어가고 있더라
상상도 못한 정체 ㄴ ㅇ ㄱ
그 불우이웃이 나였노 시발 ㅋㅋㅋㅋ
한 줌 쌀이 한 가마니 되서 돌아오는걸 지켜보는 일 밖에
나는 할 수 없었다.
그 때 도와달라고 하신것도
우리집 가야되니까 부르신 거고.
애들 다 갈 때까지 출발 안 한 것도
같은반 애들이 보면 놀리고 상처받을까봐 기다린 거지.
그걸 깨닫는데 너무 오래걸렸다.
그 이후에 성인되서 선생님 찾아뵐려고 갔는데
이젠 거기 안 계시더라.
쓰고보니까 노잼이네. 이제 진짜 집감 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