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디코로 알고지내던 친구가 한명 있었어
나는 그 친구가 부랄챗을 하는 모습을 화면공유로 자주 보곤 했었어
난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있었고 행복하게 놀고있는 걔의 모습이 참 즐거워보였어
난 원래 10월 중반에 시험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떨어지고 나서 정말 힘들었고, 미칠듯이 자괴감이 들다가 남은 시험도 포기해버렸지
시간은 많지, 할건 없지, 놀사람도 없지
그러다보니 걔랑 꽤 자주 놀게되었었어
새벽 늦게까지 게임을 하는얘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어느 시점에는 눈만감아도 걔생각이 나고 밤엔 걔생각에 잠못이루고
부랄챗에서 다른사람들이랑 재밌게 노는것만 봐도 온갖 생각이 들더라
뭣보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얘를 부르기가 너무 힘들고 더 나아가서는 손절당할거란 생각까지 들었고
내가 부르기 힘든걸 털어놨더니 친절하게 앞으로 디코 오프라인 설정을 안할테니 온라인일땐 불러도 된다고까지 해줬지
좀 더 시간이 지나선 의존하고, 집착하고, 과몰입하고 있단것까지 털어놨어
걔는 그걸 꽤 무섭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 뒤로도 놀았어
근데 내 삶은 비참하고, 걔 삶은 너무 빛나보이더라고
부랄챗에서 정말 각양각색각지의 사람들과 어울리는게 부러웠어
어떤날엔 부랄챗에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얘기를 하는가 하면
어떤날엔 부랄챗에서 자기를 좋아하는거 같은 사람때문에 고민이라고 하고
무엇보다, 그 멋지고 빛나게 살고있는 걔 옆에서 신세한탄만 늘어놓는 내가 너무 싫었지
그래서 디코를 끊고 살았어
그게 내 인생에도, 걔 인생에도 더 도움이 될거같았거든
원래대로면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여야 했고, 나도 그걸 바랬어
어느날 걔가 프사를 부랄챗 아바타로 바꿨더라고
그걸 보고는 도저히 못참겠어서 다시 말을 걸었지
의존해서도 안되고, 옆에서 안좋은 소리만 늘어놓는것도 싫어서 내린 결단은 고작 1주도 체 안되게 갔던거야
아무튼, 그렇게 게임도 좀 하고, 이야기도 몇시간정도 했어
난 오랜만에 걔랑 놀아서 정말 좋았고 이젠 정말 디코도 지우고 내 일종의 짝사랑이였던 이 이야기를 추억 저편으로 보내려고 했지
그때가 산책하면서 걔랑 통화를 하던 중이였는데 걔가 이야기를 하나 꺼내더라고
부랄챗에서 만나던 외국인이랑 사귄다고
원래 걔가 이사람 저사람이랑 좀 달달하게 지내긴 했었었고
걔를 좋아하던 사람도 있었고, 걔가 좋아하던 사람도 있었어
근데 걔가 좋아하던 사람이 걔를 좋아하고 있던거지
장난으로 다른사람들 앞에서 널 소개할때 널 연인이라고 할게 라는 말했더니 감동하면서 울었다나
솔직히 1주 체 안되는 기간이긴 했지만 마음도 정리했고, 내 입장에서 걔가 행복하게 지내서 안좋을것도 없는데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울다가...
밖에 차도다니는데 울면서 욕하면서 걷고
몇초단위로 이 사실이 슬펐다가, 그렇게 행복하게 사는 걔가 부러웠다가, 그게 시기와 질투가 되었다가도, 그러고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없어서 비참하고
집에 와서는 두통때문에 잠드는것도 겨우 잠들었지
예전에 내가 걔한테 과몰입한단걸 털어놓고 난 뒤에 걔가 나한테 쳤던 장난이 하나 있어
내가 걔한테 사랑했다 씨발련아...라고 자주했었는데
자기가 부랄챗에서 사귀는상대 생겨서 디코방 안와서 내가 사랑했다 씨발련아.. 하는 그런 상황을 말하는 장난이였지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 정말 웃겼어
걔도 웃고 나도 웃었지
몇시간정도 시간이 지났을땐 이거때문에 잠을 못잤고
며칠 지났을땐 그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고
근데 이젠 그게 현실이 됐더라
물론 걘 내가 연애(과몰입)한다고 친구관계가 끊기는것도 아니라고 말도 했고
가끔 찾아와서 놀거나, 니가 나한테 고민을 털어놓는건 변함이 없다! 라고 말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 슬프더라
난 그냥 멀리서 지켜보고만 싶었는데 그게 제일 힘든거였더라고
어제 걔가 가끔 디코방에다가 걔랑 노는 사진 올려도 되냐고해서 내가 된다고했는데
오늘은 또 그 사진을 보고 우울하다고 했다가 걔랑 싸울뻔하고
내가 걔를 사랑했는지, 과몰입했는지, 감정쓰레기통이 필요했는지는 이젠 나도 정말 모르겠지만
난 오늘도 잠잘땐 걔 생각을 하면서
매일매일 부랄챗을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디시에서 망령처럼 댓글이나 달면서 살고있어
내 첫 사랑 비스무리한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