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Chat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장소는 학원가 건물 계단, 때는 22시 18분.

학원이 끝나고 집가려 계단 내려갈 때, 6층 계단 문을 열고 가방에서 MP3 플레이어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면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평소처럼 휘파람을 불러대면서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었는데, 내려가면서 4층이었던가.

계단 문앞에 자동전등이 켜지니 전등 아래 있던 검정 츄리닝 풀세트를 차려입은 남녀 두명이 갑자기 놀라며, 여자는 뒤로 돌며 자신이 입고 있던(내려간) 바지를 양손으로 급히 올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여자의 바지가 내려갔는지 어쨌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그 동작은 분명히 내려간 바지를 급히 올리려는 동작이었다.

옆에 있던 남자는 좌로 비스듬히 서서 가만히 서 있었다.

난 둘로부터 눈을 피하며 걸어갔는데, 남자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난 조용히, 둘로부터 0.5m도 되지 않는 거리를 지나며 계단을 내려갔다.

이러한(남녀 둘이서 은밀한 행동을 하는) 상황을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은 난생 처음이고,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었다.

학원가에서 둘의 나이는 끽해봐야 고등학생 정도일 것이다.

나랑 같거나 어린, 같은 학생 신분의 사람 중에는 저런 부류도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신기하고 또 신비했다.

저들을 옹호하거나 비판하자는 건 아니다.

그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저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이 있다.

마치 브붕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