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 가능해?"
붉은 립스틱이 살짝 묻어있는 소주잔을 손에 든 채, 그녀는 그렇게 나를 도발했다.
술기운에 살짝 풀려있는 눈, 상기된 뺨에 보조개를 피우는 미소.
뭘 감당 하라는 건지, 내가 지금 오해하는 건지, 도끼병에 걸린건 아닐까, 정말 "술 더 마실 수 있냐" 는 순수한 질문은 아닐까.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알코올에 절여진 나의 뇌는 그런 복잡한 고민들을 뻥 차버리고 말았다.
업무중에는 어디 로맨스 소설의 황족마냥 도도한 그녀가, 지금 내 앞에서 이렇게 흐트러져버리는 이유가 뭘까.
난 어떻게든, 내 좋을 대로 생각하는 인간인가보다.
"예 뭐 해보세요"
장난스럽게 농담처럼 던지려 했던 말인데, 내 본능이 너무 앞섰는지 살짝 거칠게 나갔다.
거친 말투에 그녀가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토끼눈' 이라고 부르던가, 그 말마따나 정말 그녀는 귀여운 토끼같았다.
지금 이 토끼를 잡지 못하면, 멀리 도망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본능이 날 집어삼키는 것이 느껴졌다. 귀에 혈류가 흐르는 소리가 쉬익- 하고 들려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는 내 아래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