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떠들썩한 프플방에서 그 사람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풀트로 앉아서 옅은 미소를 띄우고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페이셜트래커를 사용해 천천히 깜빡이는 그의 눈을 그저 하릴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친구가 들어오면 저리 튀고, 재밌는 소리가 들려오면 금새 고개를 휙흭 돌려 개소리를 지껄이는 나의 정신없는 모습에도
그 사람은 그저 따뜻하게 웃으면서 바라봐주었다.
누군가의 헛소리에 나즈막히 웃는 웃음소리, 계속 자신에게 조인을 타는 지인에게 인사하는 소리.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좋았다. 나와 마주본 상태에서 조용히 웃어주는 그 소리가 너무 좋았다.
암캐같지도 않고, 아저씨같지도 않은 편안한 자세로 비스듬히 앉은 그의 자세가 좋았다.
과하지 않은 화장, 폭신폭신해 보이는 헤어, 말랑거리는 귀를 달고있는 그의 아바타가 좋았다.
웬 짬통이 밀고들어와 쪽쪽거려도, 내가 수줍은 입맞춤을 해도, 별다른 반응 없이 눈웃음으로 대답해주는 그 여유가 좋았다.
말이 정말 많던 나는
항상 천박한 성희롱을 찍찍 싸고다니던 나는
느릿느릿한 그의 눈 깜빡임을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웃음 소리 하나에 설레고
깜빡이는 눈길에 매료된 채
이태까지 겪어본 연애경험 따위 눈처럼 녹아내린 듯
나는 눈치 볼 줄 모르는 모태솔로마냥 저돌적으로 말하다가도,
첫사랑을 겪는 사춘기 아이처럼 우물쭈물거렸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너므나도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낭비라고 생각 하지 않는다.
비록 영양가 있는 말이 오간 것도, 이득이 되는 정보가 오간 것도 아니었지만,
그 사람과 함께 마주보고 있던 시간이 소중했다.
그 사람과 있을 때는 언제나 편안하고 안정된 기분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이 벅차올라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다.
오늘은 그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이 조금 컸나보다.
중학교 시절 첫사랑에게 얼떨결에 뱉어냈던 고백처럼, 그냥 입에서 횡설수설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좋아한다 했는지, 사랑한다 했는지, 과몰입이라는 단어가 나왔는지 들어갔는지, 기억조차 가물거릴 정도로
목 끝까지 차올랐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던 수많은 단어들이
그 사람의 눈빛에 낚여 우수수 끌려나왔다.
그 사람은 조금 곤란한 듯, 조금 기쁜 듯, 웃어주었다.
나는 그에게 입을 맞추고 도망치듯 브챗을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