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친구랑 나는 분명 구석에서 찐따같이 오타쿠라 서로 알아봤다
학교에 오타쿠가 많이 없으니까, 그건 그것만으로 서로에게 반가운 인연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한계는 존재했다.
걔는 아무도 하지 않을 비주류 씹덕겜을 좋아했지만,
그러면서 나처럼 고인물 PvP게임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 친구는 내가 오기 전까지 네덕카페에서 소설을 쓰며 놀았고
나는 FPS고인물들이랑 씹덕노래를 들으며 놀았다
그 친구는 건담이나 페이트, 하루히같은 한때의 씹덕애니를 보긴 했는데
내가 당시 일애갤 등 씹덕커뮤 화제(마마마, 중2코이)를 들고가면 하나도 얘기가 통하지 않았다.
나는 더 발전하기 위해 일본어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노력할 때
그 친구는 일코를 하며 자신을 숨기고 주변과 타협하는데 급급했다.
내가 재미와 지식을 위해서라면 국가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탐구할 때
그 친구는 반일과 국뽕, 그리고 정치적인 이념에 휘둘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나이를 먹으며 일본어, 프로그래밍, 그래픽, 게임실력으로 새 뉴비들과도 어울릴수 있었지만
나를 일뽕 잍베충 네덕 취급하던 그 친구는 새로 온 애들도 트짹이라 비난했다. 루ㅇ웹만이 유일한 절대선이었다.
몇 년이 지나자 그 친구와 나는 분명 둘도없는 씹덕 동지였지만
같은 게임 얘기도, 같은 애니 얘기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몇 년 후 성인이 되고, 그 친구는 분명 내게 열등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게임실력도, 씹덕실력도 뒤쳐지면서 일코와 정치적 올바름으로 나를 가르치려 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인정하지 않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씹덕이면서도 일반인과 타협했어. 일코도 하고, 너처럼 막장으로 살지 않았으니 욕도 안먹잖아. 난 너랑 달라"
감정에 휩쓸려 나온 그 친구의 발언은, 서로가 서로를 영원히 손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뭐가 남았는데? 일코해서 친구는 생겼어? 병신소리듣는게 무서워서 너는 뭘 했는데? 지금 니가 할줄 아는게 뭔데?"
내가 대충 이런 말을 하자, 그 친구는 거의 발광을 했다.
"난 착하고 정상인이고, 지나가는 사람 누구한테 물어봐도 넌 병신이야. 민주당 의원 ㅇㅇㅇ도 나는 인정해 줬거든?"
그 뒤로 그 친구의 항변은 새벽까지 3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내용은 대충 이랬고
민주당 의원의 이름이 나왔을 때는 이 친구 정말 갈데까지 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충 알았다고 하고 하루가 지나갔지만, 그 친구는 적극적으로 나를 무시했고.
나도 더이상 그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은 자라나면서 사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나도 어쩔 수 없었고, 그 친구가 그런 친구였다는게 정말 후회스럽고 분해서 어쩔 수 없다.
내가 초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이거 한마디만 말하고 싶다.
근첩 걸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