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날 기억해줄지 아니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9개월간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고 추억하며
나의 기록을 여기에 남긴다.
18년 10월초, 나는 유튜브에서 한 유튜버가 브알챗영상을 올린걸 보았다. 외국인들과 재밌게 이야기하며 떠들고 노는영상이었다.
매우 흥미로웠고 신기했다. 국경을 넘어 대화할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내 흥미를 끌기엔 충분했었고, 당시 딱히 할 게임도 없었기에 스팀에서 다운을 받아 플레이를 해 보았다.
처음엔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서 가만히 목석처럼 있었다. 그냥 사람들이 대화하는것을 듣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사쿠라 히로바라는 맵에서 하루종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었다.
가끔은 노래를 부르는사람도 있었고 컨셉질을 하며 누군가의 관심을 끌기위해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다.
수많은 인간군상을 보았다.
그러던 와중 나에게 말을걸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사쿠라 히로바 의자에 앉아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나는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단지 지켜볼뿐이었던 내가 다른사람과 교류하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즐거웠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중 최근까지도 같이 놀던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으로 인해 나는 처음으로 VR기기를 사게 되었다. VR기기를 사며 여러 우여곡절끝에 처음으로 만지게 된 VR은 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차렷자세로 가만히 움직이지도 않던 내 캐릭터는 손, 얼굴을 움직이고 있었고, 마치 내가 실제로 그 세계에 들어간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이후로 여러 사람들과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월드를 돌아다니며 인연을 쌓았다.
VR챗에 접속하는게 매일매일 기대가 될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내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나 다른사람들과 즐겁게 놀아본적이 있던가 싶을정도라, 나는 평생 이 게임을 즐길것이라 의심치 않았다.
19년 1월 중순, 바이브 풀 트래킹을 구매했다.
내 브알챗 인생의 두번째 전환기였다.
풀 트래킹을 구매한 이유는 저스트댄스 월드 때문이었다. MR일때도 가끔씩 저댄을 하긴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은것 때문에 조금 아쉬움이 느껴졌던터라, 나는 돈이 생기자 마자 바로 구매하였다.
처음으로 풀 트래킹을 하고 찾아간곳은 당연하다면 당연할까, 저댄월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를 시작으로 수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 때가 내 브알챗에 있어서 정말 행복했던 때가 아닌가 싶다.
많은 친구를 사귀고 놀며, 가끔씩은 아침체조에도 나가고 태보도 하며 즐거운일만 가득했었다. 언제까지나 매일매일 이런 하루가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끔씩은 상처도 받고 슬퍼질때도 있었지만. 다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나도 이야기를 함으로서 속에 있던 답답함을 해소했다.
그렇게 계속 이 생활이 지속될거라 생각했다.
5월 초, 한 사람을 만났다. 마음에도 들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맞는부분도 많았다. 이 사람이랑 같이 계속 놀고싶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람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내 제안을 들어주고 같이 게임하고 브알챗도 같이 하고 실제로도 만나서 놀고 하며 즐겁게 지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애정은 준만큼 돌아오지 않는다는것을 알고있었다.
누군가를 대할때 어느정도 선을 그어놓는것이 좋다고 누군가 그랬었다. 하지만 진실로 누군가를 좋아할때 그것이 쉽지많은 않다는것을 깨달았다.
정신을 차렸을땐 나 혼자만 힘들어하고 나 혼자만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억지로 속에 품은 고독을 집어 삼키며 괜찮은 척 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고 주변에서 계속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것은 틀린것 같다.
시간은 나를 더욱더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나를 옥죄어 왔다.
그리고 몇일전. 그것이 어느샌가 갑자기 터져버렸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한때에 어느순간 모든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정도 했으면 된거아니야? 그렇게 말하는듯했다.
그리고 내 행동은 내 뇌가 생각을 거치기도 전에 몸이 움직여 버렸다.
디스코드의 채널들을 전부 탈퇴하고 닉네임을 바꾸고 잠적하려고 했다. 브알챗도 접속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끝내기엔 너무 아쉬웠는지 풀트래킹으로 브알챗에 접속했다. 그리고 인사했다.
마지막 12시엔 결국 참을수 없었는지 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나도 꼴사나웠다. 그리고 도망치듯 종료했다.
9개월동안의 기억은 좋은일도 행복한일도 많았지만 슬픈일도 많았던것같다.
인간관계라는게 원래 그런것 같다. 누군가에게 주기만 하는 입장이 되다보니까 고통스러워 지는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지난일인것을.
말없이 사라진것같이 느껴진 나의 친구들에게 미안.
끝까지 잘해주지 못한 나의 친구들에게 미안.
힘든것 말하지 않고 품고있다가 사라져버려서 미안.
언젠가 모든게 진정되고 잊혀진다면
그때는 다시 즐겁게 놀수있으면 좋겠어.
VRC에서의 9개월간의 나의 여정은 여기서 마친다.
다시 돌아올수 있을지 없을지, 빠를지 늦을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내가 돌아온다면 추하다 레무야 하면서 욕해줘.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