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한탄 하러 왔어.
사실 후회할짓도 내가 하긴 했는데 몇번 또 그짓을 하니까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
대충 짧게 쓰려 노력해볼게
뉴비 꼬셔서 며칠 대화하고, 월드도 둘러보면서 친해진 사람이 있었음.
이제 그렇게 어느정도 지나니까 알아서 찾아오시더라
꼭 자러가기 전에, 그럴때 쯤에 인사하러 오셔
하여튼 하루 몇 대화 하지도 못했어
내 접속타임이 새벽인것도 있고 그분도 늦은 밤엔 마이크 잘 안쓰시니까
그러다가 또 며칠지나고 보니까 이젠 서로 둘만 찾아간다는게 눈에 보이더라
나도 뉴비입장이었고 딱히 엄청 친한사람도 없었으니까
그래서 빨리 친해졌던 것 같다.
근데 그럴수록 미안하더라고
나야 뭐 오히려 그사람하고 있으면 좋았는데
그사람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몰랐고 나하고 있기엔 너무 과분한 사람이었거든
성격도 좋고, 목소리도 좋고.
이게임에서 친구만들기에 최적화된 그런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평소에도 자주 그런 소릴 했어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대화도 해보고, 그런 게임이라고
알았다고 하면서도 결국 서로 접속 겹치면 서로 붙어있게 되더라고
그러다 문득 궁금해서 물어봤다.
친구 몇명만들었어요?
어.. **님 포함해서 7명?
사실 다 친추해놓고 안만나는 것 같아요.
뉴비가 벌써부터 유령친구 생긴다는게 좀 그렇더라
분명 그 6명중에 나보다 더 좋은사람도 있을텐데,
아 왠지 자존심이 바닥을 치는 그런 느낌이었어
그래서 그날, 브금 조용히 깔린맵에서 다 말했다.
내가 옆에있어도 불편할거라고, 그냥 친구좀 많이 만들고 그래야 한다고
한참 대답이 없으니까 아.. 진짜 불편해하고 있나?
진짜 이런소리 하기싫은데, 왠지 내가 만든 분위기에 흘려서 계속 주절대고 있더라
여러사람 만나보고, 그중 마음에 드는사람하고 친해지고.
내가 오랫동안 붙잡아두는 느낌이라 미안하다고.
한동안 대답이 없더라. 난 떠보는식으로 말하려 했는데, 그게 팩트가 된것 같아서 왠지 가슴이 먹먹하더라
그게 진짜였으면 말이라도 해주지, 굳이 내 입으로 까지 말을 해야 했나 싶기도 했고.
그래서 그냥 친삭하고 런했다.
바로 몇분 안지나서 후회되더라
그냥 그런소리 하지말걸 그랬나?
뭐 결론은 그사람이 날 불편해하고 있단거고, 우린 별 관계가 아니다 싶어서 그냥 잊으려 했다.
여기서 끝인줄 알았지?
이래놓고 3주정도 지나고 퍼블릭에서 만났다. 이게 이제 1주 하고 조금 더 된 이야기가 됨.
물론 난 닉변을 한 상태였고 그사람이 날 알아볼 리가 없었음.
화본역 거울 앞에서 가만히 잠수타고 계시더라.
난 같이 온 친구랑 노가리 까다가, 시간이 늦어서 그사람은 자러가고.
월드에 둘이 남게됨.
근데 딱봐도 잠수인거야
어쩔까, 어째야 할까 싶다가
그냥 친추걸고 나도 껐다.
뭐 핑계야 만들면 되는거니까
그리고 다음날 접속해보니 없었음.
다다음날도? 없었음
아 친추를 안받았나? 하긴 생판 모르는 닉네임인데.
그러고 그 다음 되니까 친추를 받았더라. 그리고 온라인 이였어.
찾아갈까 말까 하다가,
그냥 찾아갔어.
프렌드, 게스트룸에서 혼자서 계시더라. 이번에도 거울앞에서.
조용히 말 걸었다.
안녕하세요,
그말밖에 안나오더라 우선.
또 잠수인가? 싶다가도 조금 지나서 고개가 슥 돌아오더라
근데 여기서 패닉온거야 뭐라고 말을 해야하지,
나 너 손절한 사람이오. 근데 이렇게 다시 왔소.
앰병 지랄같잖아.
왜 친추건지 알아요?
절레절레.
그럼 제 목소리 기억해요?
정지.
확신은 안가는 정도?
끄덕.
.. 미안해요 그때 내가 친삭해놓고 다시 친추건다는게. 참 병신같네.
그냥 사과라도 하려고요, 그땐 미안했어요.
그때 왜 제 얘기도 안듣고 그냥 갔어요?
네?
그때 친삭하고 바로 가셨잖아요.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뒤로 바로 가버리시니까.
대답이 없으시길래, 귀찮아하시는 줄 알았죠
애초에 귀찮아하는 상대를 왜 그렇게 오래봐요 그럼?
..아? 그런가.
미안하단 말 밖에 할말이 없더라
먼저 적막을 깨고 말해주더라.
한번 그랬으면 이제 또 그러지마요. 왜 상대방 의견도 안듣고 그렇게 그냥 가요?
내가 또 갈거라 생각했나봐, 근데 그럴 예정이긴 했어. 좀 찔리더라
무슨 낯으로 널 보나.. 싶었는데
솔직히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더라고.
그렇게 며칠 지나고 더 친해졌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항상 대화하고 있으면 그분 지인이 찾아온다는 것 정도?
그래서 뭐 친구도 많이 생기셨겠다. 자주 못보겠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먼저 찾아오고 디스코드로 부르기도 하고 그러더라고.
서로 대화하고 있다가 다른 지인분 오면, 최대한 모른척 하다가 와서 말걸면 받아주고
일부러 불편하다는 눈치도 주고, 나로써는 진짜 미안했고 한켠으론 진짜 고맙더라.
근데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이상해지더라고
내가 널 좋아하는건 확실한데, 넌 도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나도 처음엔 감정표현도 자주 하고 그랬는데, 정작 상대가 그런게 없으니까 나도 줄어들게 되더라고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싶기도 하고.
하루하루 의심이 커져가더라.
그러다가 서로 바빠서 2주정도 아예 못보고, 디스코드만 간간히 하고.
채팅은 목소리처럼 감정을 느끼긴 힘들어도 그래도 말투에서 드러나잖아.
답장도 점점 늦어지고, 단답도 늘어나고 이런거 보면 아.. 이젠 이것도 아니겠거니 싶더라고.
그래서 어제 서로 바쁜일도 일단락 되고, 그래서 인겜에서 한번 봤어.
걔가 목감기라 마이크도 못쓰는 상황이야.
그래서 나 혼자만 떠들다가, 문득 지금까지 든 생각이 목끝까지 올라오더라고.
또 후회할걸 알면서 말했다.
단순히 온라인 관계인데, 현실보다 신경쓰는 나도 병신같은데, 상대방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감정낭비하는 것 같아서 지친다.
매번 나 좋으라고, 나 기분 상하지 않게 신경써서 말하는것 같다. 다 거짓말같다.
넌 분명 좋은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옆에 있기는 힘들것 같다.
네가 말하는게 진심인지 거짓인지 이제 구분도 안간다.
자기 의견인지, 객관적으로 추려내는 의견인지 모르겠다.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진심을 말해줬으면 좋겠다.
이런느낌으로 말하고 그냥 껐다.
상대방 아바타는 고개하나 까딱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난 마이크도 안쓰는 상대가 그때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알 턱이 없었어.
그리고.. 1시간 뒤에, 디스코드로 답장이 오더라.
세상이 무너진 느낌이더라.
나에게 과분한 사람인것도 확실해졌고, 그렇기에 나랑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아니라 다른 상대였으면 분명 얘는 더 행복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감정낭비도 아니었겠지, 마지막까지 슬프게, 기분나쁘게 해서 미안하더라.
못잊을 것 같다. 정말.
아직 디스코드 차단한것 같지는 않더라,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내가 먼저 그만하자는 투로 말해놓고, 다시 붙잡을 수 있을까?
나 진짜 병신같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