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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쓴 머리들이 여럿
빗길 속을 헤쳐 투벅 투벅 걸어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젖은 신발 끝에서 물방울이 후두둑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잿빛으로 어두워가는 시내
움푹 패인 도로에는 웅덩이가 고였다
이따금씩
낡은 자동차 기름을 먹고 울긋불긋
곱추처럼 못난 무지개가 피기도 했다
퇴근 시간

삼거리 신호 앞 자동차들은 어떤 방향으로 달릴지
천천히 감겨가는 노인의 눈꺼풀처럼
전조등을 까딱이는데
우리는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날까
어떤 원점에서 사라질까
전조등 불빛이 비출 때에
비의 형태들을 봐
반짝반짝 부서지고 있잖아
바뀐 신호를 따라 멀어지는 발자국들을 일일히
기억 한다는 것은 쌍방폭행이다
무지개를 첨벙이며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
모퉁이 약국 앞에 서서
젖은 기침을 뱉는 이도 있었다
앞으로 폭우 예정이니
언제든 곤란하지 않도록
접이식 인사 하나씩을
들고 다녀야한다고 했다
잘가
뒤에 대고 인사하면
발 밑으로 떠오르는 얼굴들을 보려
고개를 숙이면
바지 밑단이 축축히 젖어가고 있었다


1줄요약
Vrc 하는 사람들 다 접어서 흩어지고 나만 남아서 나도 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