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도 교류회 오시는게 어때요?'
갤은 평소와도 같았다.
그 여왕벌 그룹이 비선실세와도 같이 주작을 했었던 사건은
나와 몇명만이 아는채로, 그들이 트위터로 이주하면서 끝났다.
갤은 평소와 똑같이 커미션으로 불타고 있었고 저격이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마지막에는
저격맞은 당사자가 탈갤을 하거나 똑같이 불타는 그런 날들이였다.
최근의 알게된 동생은 요즘 교류회에 푹 빠진것 같았다.
사실 교류회라기 보단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노는 그룹이 되버린것 같지만 뭐 어떠랴
즐거운게 좋은것 아니겠는가
'형님도 오시면 되게 재밌을거에요 거기 사람들도 다들 착하구요.'
'알았다 이놈아 생각좀 해보마'
나는 귀찮은 마음에 A에게 대충 대답한후 거울을 보면서 내 아바타를 구석구석 체크하기 시작했다.
'사실 갈마음도 없지만말이지'
A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사실 교류회라는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취미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즐겁게 얘기한다.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걸 얘기하는것만으로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기 마련이다.
즐거움이 우선인 게임에서는 최고지 않은가
'물론 그게 생각처럼 된다면 말이야.'
대충 트레킹 볼을 재설정하고 나는 옆에 있던 동생에게 인사하고 다른 친구에게 조인을 했다.
'아 생각해보니 이놈도 교류회 장이였지...'
아니나 다를까 들어가자마자 다섯명정도의 인원이 모여있었다.
'아 형님 오셨어요'
뒤도 안돌아보고 인사를 한다
'아 그래 간만이다.'
나도 인사를 건냈지만 옆에 그룹원들과 이야기가 바쁜지 듣는채도 안한다.
'xx님 근데 우리 다음 모임은 언제쯤으로 잡을까요'
'xx님 이번에 저 아바타를 새로바꿨어요 이쁘죠?'
인기도 참 많다.
같이 다른게임이라도 하려고 조인을했지만 도저히 그럴 상태가 아닌것같다.
나는 잠시 브이알을 벗어두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대 태우기 시작했다.
그룹장이라는건 정말 대단한것같다.
내가 원하는 사람만 오는것이 그룹이 아니기때문에 내가 싫어할만한놈, 날 싫어하는놈
연줄만 있다면 전부다 오는게 그룹이다.
그러나 그룹장이면 그 모두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친하게 지내야만 별 탈없이 그룹이 유지되기에
나같이 마음에 안드는게 있으면 그자리에서 다 말해버리는 놈하고는 영 맞지 않는 일이다.
내가 담배 꽁초를 끄고 들어와 다시 브이알을 착용했을때는 이미 그놈과 몇명의 인원은 사라진뒤였다.
'역시 인싸놈들은 현실이던 가상이던 바쁘구나. 나도 슬슬 다른데 갔다가 잠이나 자야겠다.'
프렌드 리스트를 뒤적거리며 조인탈 사람없나 찾고 있던 찰나에 남겨진 이들끼리의 대화가 내 손을 잠시 멈추게했다.
'이번에 들어온 그새끼 존나 좀 짜증나지 않냐?'
내가 교류회나 그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아 ㄹㅇ ㅋㅋㅋㅋ 진짜 누가 초대한거냐ㅋㅋㅋ 갤에서 좆같았는데 어떻게 기어들어온거야 ㅋㅋㅋ'
사람은 원래 사람을 싫어하는건 당연한 일이다.
'저번에 그새끼가 갤에서 나 저격한거 아냐? 존나 알지도 못하면서 개나데 ㅋㅋㅋ'
나한테 욕해서 , 목소리가 맘에 안들어서, 성격이 찌질해보여서 심지어는 나보다 잘나서 싫어하는게 사람이다. 그건 어쩔수 없다
'아 진짜요? xx님한테 말해서 그사람 그냥 내보내라고 말해볼까요?'
문제는 혐오와 증오는 감기와 같아서 누구든지 쉽게 옮는다.
'아 근데 내가 말하긴좀 그런데 ㅋㅋㅋㅋ '
하지만 감기와 같기에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들이 날 앞으로 더 힘들게 만들수도 있는데말이다.
'아 맞다 xx님한테 과몰입중이셨지 ㅋㅋㅋ 알았어요'
나는 그들을 보고 고개를 한번 저은뒤 로그아웃 버튼을 눌렀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중요한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쓸데없는 증오를 옮기지 말자가 아닌 사랑하고 존경하는이가 자신의 분노에
공감해주길 바라는것 뿐이다.
'남들에게 공감 받아서 죄책감과 불안감을 덜어보려는 더러운 종자들 같으니라고...'
하지만 나는 굳이 이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그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며칠뒤 A에게서 교류회에서 추방당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다음시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