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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나는 이케맨이다. (장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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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않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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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1 16:03:24
							


나는 이케맨이다.

현실에서는 좆도 돈도 얼굴도 체형도 여자도 인맥도 없는 내가 있는 건 목소리 뿐.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나는 가상세계에서 여자를 홀리고 다녔다.

그 인생과 이야기에 걸맞은 나는 지금 기상하여 침대 위에 올려진 알람을 하염없이 보고 있었다.


오후 3시.

어제 너무 지나치게 친구들이랑 놀았나?


분위기 좋은 방에서 여자들이랑 도란도란 술 마시면서 서로의 일상 이야기를 하느라 새벽을 훌쩍 넘기고 5시쯤 되어서야 헤어지고 바로 침대에 누웠는데.


말해 뭐하겠는가, 전 세계 여러 아싸들이 모이는 VR Chat.

Vr기기가없어도 플레이 가능한 이 게임은, 아니 시뮬레이터는 온갖 인간들이 다 모인다.


대표적인 예로는

"지센이 얘 어제 너무 과음하던데 괜찮으려나..."

바로 나 같은 여자에 미친 새끼.

속칭 여미새들이 많은 게임으로 유명하기도 한 게임이기도 하다.


"걱정 되는데... 연락 한번 넣어볼까..."

가만히 의자에 앉아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어떻게 하면 이 여자를 꼬실 수 있을까 생각하며 PC의 전원을 켰다. 그와 동시에 발광하는 디스코드.

디스코드창의 로딩이 다 돌아가며 메시지 기록을 확인하였으나, 역시는 역시. 나한테 온 메시지는 아무것도 없다.


[D J - 오늘 오후 3시 13분]

어제 많이 마신 것 같은데 괜찮아?

난 지금 일어났는데 머리 아프네.

너도 속 버렸을 것 같은데 적당히 해장하고 같이 이쁜 월드나 보러가자.]


이쁜 월드라고 썼지만 이미 전 여친이랑 몇 번이고 갔던 월드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커플들 식당갈때 이 식당 좋아~ 하면서 전 남친, 여친이랑 갔던 식당 갔으면서 처음 가는 척, 혹은 몇 번 안 와본 척 하는 것.

나도 여자랑 같이 놀겠다는데 그것이 무어가 문제란 말인가.


완벽한 나의 메시지를 자랑스럽게 보며 나는 반쯤 의자에 파묻힌 채 유니티와 블렌더를 켰다. 내가 봐도 잘생긴 아바타다.

다른건 몰라도 목소리 만큼은 자신이 있는 나는 날개를 달아줄 아바타를 직접 만들고 있었다.


이래야지 플러팅도 쉽게 할 수 있지.

잘생긴 아바타에 멋진 목소리 그리고 당사자가 듣기에 달콤한 멘트는 상대방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무기와도 같다.


작업한지 한 서너시간쯤 되었을까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는 노래 사이에 메신저 프로그램 특유의 소리가 들려온다. 


[지센- 오늘 오후 4시 30분]

아... 미안, 단 둘이 이야기 하는건 좀 생각 해볼게.(눈물 흘리는 이모티콘)

*** (작성중)***


뭐지? 평소 같으면 메시지 보내도 30분 이내에 답장하는 사람인데 나는 의아한 감정을 집어넣고 지센이 작성하는 메시지를 기다렸다.


[지센- 오늘 오후 4시 38분]

나 너 트위터에 올라온 글 봤어

좀 긴 글이긴 했는데 너 저격글이라서 끝까지 봐줬다?

맨 처음에는 너 질투하는 놈이 저격한 줄 알았지.

그런데 읽어보니까 너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여미새 같기는 했는데 이렇게 저격글 올라오니까 역겹다. 

연락하지 말아줘.]


그 메시지를 끝으로 더 보내오지 않는 지센.

그래 올 것이 왔구나.

요새 여자들에게 접근을 하려고 하면 좀 눈치가 보여서 의도적으로 남자들이랑도 어울리고 그랬는데...


"에휴... 업보지 그냥"

내가 여자에 미친것또한 사실이었고, 또 목소리 빻아서 여자도 못 꼬시는 남자 새끼들한테 질투를 받았다고 정신승리를 하면서도 속이 부글거렸다. 

"근데 얘 파랑새 하구나. 거를 얘 한 명 더 늘었네."

트위터 하는 년들은 전부 다 제정신은 아니야.그러니까 미리 걸렀다고 생각하자. 정신 승리를 하지만 내 마음속은 여전히 불타 올라 죽이고 싶어질 정도였다.

곧 이었는데. 곧 그녀와 만나고

곧 그녀와 손 잡고

곧 그녀를 먹을 수 있었는데. 

시발 어떤 새끼야? 내 계획을 망친 새끼는.


내 원대한 계획이 어긋나서일까. 마우스로, 타블렛으로, 키보드로 손에 잡히는 모든것이 잘 안 되기 시작하였다.

"난 씨팔 되는게 하나도 없냐."

저번에 편의점 알바하면서도, 진상이 물건 하나 훔친거 내가 못 봤다며 점장련이 내게 쿠사리 엄청 먹인것도.

이번에 택배노조가 풀리면서 확 물량 풀리면서 170개의 박스가 빠진것도.

내게는 불행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에 더 몰입하는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목소리를 깔고 다니는것도, 이쁘게 꾸미는 것도, 여자를 꼬시는것도.

현실에서 여자를 못 만나니까.

가상에서 여자를 만나서 현실과의 접점을 만드려고 하니까.

가상에서 여친을 사귀어서 현실로 끌고 오려고 하니까.

결국 모든것이 불행으로부터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편의점에서 보헴 시가 리브레를 사서 앞에서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앞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와 내게 애교를 부린다. 새하얀 뱃가죽을 드러내며 아래 다리는 마치 흰색 스타킹을 신은거마냥 흰색인 미형의 검은색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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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보고 저리봐도 도저히 길고양이 태생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사람 손을 탄다는 것부터가 유기묘, 혹은 집 나온 집고양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저 고양이도 나와 같은 처지일게 분명하다. 유기를 당했다면 기르던 사람에게 버림을 받았을거이요, 집 나온 집고양이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집 밖을 나가 구경하다 여기까지 당도했을게 뻔하니.


동병상련의 처지의 나는 나한테도 측은함이 들어 녀석을 만지기 시작했다. 몇 번 쓰다듬자 녀석은 손에 얼굴을 타서 턱을 만지게 유도한다.




몇 십 분이 흘렀을까 손에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일 생각을 못 한 채 이 녀석을 만지고 있던 시간은 정말 행복했었다.

오랜만에 느꼈던 행복이었다. 분명 이것이 소확행이겠지. 집 밖을 나가지도 않으며 엄마의 잔소리에 화가나 주먹질을 했던 나날을 후회하며, 아빠와 주먹다짐을 했던 것도.

또 집을 나와 힘들게 살고 있는 지금도. 이 행복은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었다.


멍하니 담배에 불을 붙이며 걸으며 미소를 머금고 노량진에서, 여의도를 거쳐서 한강을 향해 걸어갔다.

가끔씩 삶이 힘들때마다 난 이 곳을 온다.

푸른 강과 형형색색의 불 빛, 그리고 유성우가 그림 그리듯이 쫙 펼쳐진 다리들이 단번에 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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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사람들 없는 곳에서 담배를 피고 있으며 한강의 운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 --!!! --!!!!"

바스락 거리면서 들려오는 소리. 한 번은 잘 못 들었겠구나 하고, 조용히 담배나 피고 있었지만 지금은 내 호기심이 무엇인가가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이 있나? 그럼, 나 과태료 먹는데. 씨팔 진짜 오늘은 되는게 없구나.' 속으로 똥 씹은 표정을 하면서 내 [미형]의 목소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기요, 누구 있습니까?" 어느샌가 멈춘 소리. 나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사람이 있는지 확인을 하였다.

바스락- 바스락-

내가 지푸라기를 밟는 소리와 별개로 무엇을 추스르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우웅...자기야...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혹시 모르니까, 나가자."


점점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익숙한 목소리다. 들려선 안 되는 목소리다. 이건.


"지선아, ...어?"


재빨리 뛰어간 나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고.

투턱을 가진 그녀, 이쁘지도 못생기지도 않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아, 결국은 맞았구나. 디스코드로 보내준 그 사진은 보정이 들어가 있었지만 충분히 알아 볼 수 있었다.

옷도 다 입지 못해 추스르고 있는 지선, 아니 지센을 만날 수 있었다.


화가 난다. 그 뚱뚱한 몸과 최악의 얼굴을 가진, 목소리밖에 없는 나는.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그녀 앞을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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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씨!!!!! 발!!!!!! 년!!!!!아!!!!!"


내게는 그렇게 깍쟁이 짓을 하더니 뒤에는 그렇게 야외에서 하는 년이었다. 내게 디스코드 통화를 걸면서 목소리 좋다고 하하호호 했던 시절은 어디갔나. 그 옆에 혹시 남친이냐. 할 말은 많은데.

그래. 할 말은 많은데. 눈물이 앞을 가리고 또, 말도 나오지가 않는다. 



" 걸레년아!!!!"


남자가 지센을 돌아보자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눈물일까, 땀일까 옷 소매로 그것을 닦고 있었는데


콰직-

그 남자의 발길질에 내 복부가 걷어 차였다.


"이 씹돼지새끼가 누구 여친보고 걸레래. 돌았냐? 씨발 여친도 없어보이는 새끼가 오타쿠면 집에가서 애니메이션이나 보고 딸이나 치지. 밖에 나와서 지랄이야." 


그 허무한 말에 나는 그녀를 돌아 보았고

그녀 또한 내게

"누구신데 저에게 그러세요? 남 하는거 보니까 그렇게 좋았나요?" 하며 매도하는것이 아니었던가.


퍼억-

그렇게 쏟아지는 발길질에 나는...

퍼억-

나는...

퍼억-

.....

이케맨이다...

퍼억-

무수한 발길질에 학창시절에 많이 맞은 습관덕분일까 몸을 반사적으로 움츠리게 되었고.

하염없이 나는 여자를 잘 꼬실 수 있어. 왜냐하면 나는 이케맨이니까...

만을 외울수밖에 없었다.

"하, 시발 이 새끼 뭐라 그러는거냐. 미안해, 지선아. 험한 꼴 보게 해서. 지선아, 자주가던 하쯔호에 가서 같이 힐링이나 하자."


나는...

이케맨이다....

여자도 못 꼬시는....



후우우-

담에 앉아서 리브레에 불을 붙이고 얼굴을 봤다.

흉측하게 생긴 씹 돼지 새끼가 액정에 비친다.

담배 연기가 휴대폰을 향해 날아가다 퍼진다.

오기전에 만졌던 고양이가 생각이 난다.

호기심에 가득찼던. 버림 받았던. 

그럼 나는 대체 무엇이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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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이케맨이다...




 나는 이케맨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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