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과몰입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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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25 02:27:07
- 222.147
'곤방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쁜 마음으로 답해준다.
'곤방와!'
아침인데 저녁인사를 나누고 있다니. 피식 웃으며 눈을 뜬다.
당연히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데 옆에 있을리가.
그저 그 목소리가 들려온 기분이었을 뿐이다.
알람을 끄고 일어나 출근준비를 한다.
대충 씻고, 옷을 차려입고, 전등을 체크하고.
출근이다.
한시간의 출근길은 너무나도 길기에, 버릇처럼 스마트폰을 킨다.
메인화면에 보이는 그녀의 아바타. 괜시리 마음이 설레며 주변의 눈을 의식하여 재빨리 게임을 켠다.
그녀가 한다던 게임은 메이플스토리M. 다른친구의 입에서 들은 정보다.
하지만 안하던 게임을 갑자기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일까봐, 내 마음을 눈치채버릴까봐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은 채, 게임을 플레이한다.
혹시 저기 지나가는게 그녀는 아닐까
'아하하하'
괜히 생각하니 그녀의 웃음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돈다. 음, 중증이군.
출근하여 자리에 앉아 일과를 시작한다.
일이라는게 늘 그렇듯, 언제나 재미있는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미없을 때가 많다.
빨리 퇴근하고싶다.
VRC 접속해서 친구들과 놀고싶다.
하지만 지금은 회사이고, 어떻게 접속해봤자 친구들도 없을 시간이다.
잠깐 보는 정도는 괜찮겠지 싶어 DC앱을 클릭한다. 그 전에 보이는 메인화면에 다시금 설레며.
병신들이 너무 많지만, 나 또한 병신이 아닌가.
매일매일 불타는게 재밌어 눈팅을 한다.
하지만 인구수가 적다보니 금방 전부 읽어버리고 만다.
심심하다. 배고프다. 그녀는 지금쯤 일하고 있을까.
지금 내가 하고있는건 아무래도 과몰입이겠지.
과몰입일까. 일방적인 생각일 뿐인데.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고, 아무에게도 티내지 않았고. 그저 마음속으로만 삭이는 찐따일 뿐인데.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시간을 때운다.
점심을 먹으며, 뉴스를 읽으며, 동료와 상사의 뒷담을 까다보면 어느새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있다.
'오카에리'
거짓말. 난 그녀에게서 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늘 곁에 있었기 때문에.
한번쯤은 들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VRC에 접속하면 떨어지고 싶지 않은걸.
식은 카레를 데워 저녁을 먹고 시계를 본다. 7시 반. 그녀의 접속시간은 9시 반.
컴퓨터의 전원을 넣고, 맥주를 한 캔 딴다.
원래라면 게임을 했었을텐데, 얼마 전 고독한 미식가를 다운받았었다. 고로상이 귀엽다고 했지.
와 정말 맛있게 먹네.
저녁을 먹었지만 괜히 뭔가 더 먹고싶어지는 기분이다.
한 편을 다 보고 이것저것 찾아본다. 도쿄 인근이라... 여행을 간다면 가볼 수 있을 거 같다.
같이 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9시부근이 되어 관음프로그램을 켜본다. 오늘은 일찍 들어와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역시나, 아직은 없다.
어쩔까. 시간이 좀 남는데, 기다려볼까. 먼저 들어갈까.
게시물 서너개 보고 다시 체크.
XXXX
- private world -
재빨리 베이스 스테이션의 전원을 넣고 스팀VR을 기동한다.
괜히 마음이 급해진다. 아 젠장 미리 들어가있을껄.
VRC에 접속하여 그녀에게 조인한다.
"곤방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쁜 마음으로 답해준다.
"곤방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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