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이야기에 이어서
근데 우습게도, 너희들도 알다시피 연애도 안 해 본 놈이,
마음도 없는 상대에게 뭘 하겠냐.
언제나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사랑한다 말해주고. 그런 말이 나에게 오는데
똑같이 답장해주면서도 나는 진심이 아니니까. 자꾸 미안해지고.
관심이 크게 없다보니 답해주는 빈도도 뜸할 수 밖에 없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상대가 나한테 집착하면 짜증나잖아.
자신의 관심사나. 비밀이나. 속마음 털어놓아도 나더러 어쩌라고.
나는 잘 모르겠고 관심도 없는걸.
그런 관계가 한달쯤 이어졌어.
B의 기분을 잘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엄청 슬퍼하며 다녔나봐.
주변 사람을 통해 우연히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완전 천하의 개쌍놈이 되어있더라.
심지어 어떤 친구는 'B가 이러이러한 상태인 걸 아느냐. 너 진짜 나쁜 놈이다'
대충 이런 식으로 나한테 한소리 하는 놈도 있었고.
아무튼 나는 인내심이 바닥났어.
그룹 방랑하는 성격이라 이리저리 조인하며 노는데
계속 따라오고. 다른 사람이랑 이야기하면 질투하고. 혼자 슬퍼하고. 혼자 화내고.
그러니까 내 친구들마저 B가 오면 일부러 나를 피하더라고.
말이 되냐 이게... 나는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는 낙으로 사는 사람인데
아무리 내가 결심했다지만 시작은 타의 100%였고.
나름 노력해보려고 해도 마음도 없는 남자한테 그게 되냐고. 나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사랑이라거나 좋아한다거나. 집착. 질투. 그리고 우울한 개인사 이야기.
받아주는게 이게 한도를 넘으니까 그저 분노와 짜증 뿐이더라.
나를 통제하려 하는데, 그걸 말하자니 B가 너무 비극의 주인공으로서 주변에 이미지가 고착된거야.
이게 뭐야. 나도 미치겠는데.
그렇게 참다참다 터졌어. 나 너 좋아하는 마음 없다고.
그냥 그때 니가 혼자 멋대로 그룹원들한테 먼저 말해버려서 어쩔 수 없이 한 거다.
거절하기 미안해서 시작했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미안하다. 이런 짓 그만하자고 말했지.
결과가 어땠겠냐? 거두절미하고 그쪽 그룹 친구 죄다 잃었다.
블락이면 다행이지. 욕 박는 놈도 있었고.
그때는 스트레스로 미쳐서 VR 기계를 그냥 집어 던져 부수고 이런 쓰레기 게임 접고 싶었다.
그래도 외로움은 늘 있잖아. 한 며칠간 끙끙 앓다가 다시 접속했어.
B 본인은 물론이고 B 쪽 사람들 연락 다 끊겼으니 찜찜하긴 해도 못할 건 없었지.
나는 여러 그룹 사람들을 사귀고 있었으니까.
근데 ... . 그동안 어찌나 집착하고 다녔는지 다른 친구들이랑 놀다보면
어? B님 요즘 안 보이네요. 자꾸 이렇게 물어.
유니티 할 줄도 모르는데 페어링을 못 빼서 결국 다른 퍼블릭 아바타로 바꾸게 되고.
그리고 B랑 사귀는 동안 집착 때문에 자주 어울리지 못하게 되니까
어설프게 여러 그룹에 발 걸치던 내가 순식간에 이야기에 끼기 어렵게 되더라고.
앞서 말했지? 내가 그렇게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망한 거지. 채팅 게임인데 채팅을 못해. 미치겠더라.
외로운데 친구는 없고. 그런데 외롭고. 게임을 끄면 외롭고 켜도 외롭고.
물론 내가 B에게 잘못한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만 너무 서럽더라고.
그래서 혼자 월드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아무 월드나. 새로나온 월드든 뭐든
항상 프렌즈 플러스로 파두고.
퍼블릭? 퍼블릭은 안 갔어. 생각없이 재미없는 개그나 하며 아무렇게나 노는 그 분위기가
나는 도저히 이제 적응이 안되더라고.
잔잔하게 떠드는 그 온기에 익숙해져버린 거지.
아무튼.. 그러다 술 잔뜩 먹고 분위기 좋은 월드에서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날
A가 혼자 있는 나에게 , 그날에 하필. 찾아오더라.
'OO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하는 흔해빠진 안부 인사 나누고.
나는 머.. 술 한잔 했습니다... 하지만 OO이는 꼭 기억해 주십시오 같은 정신나간 소리 지껄이다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아무 말도 없이 서로 끌어안고 있었어.
그렇게 한 서너시간 지났나.
갑자기 미친듯이 눈물이 쏟아지더라. 외로움이 지나치게 쌓였나.
컨트롤러 내던져두고 VR도 벗고 진짜 살면서 가장 추하게 울었어.
근데 이어폰 너머로 그게 다 들렸나봐.
눈물 닦고 돌아오니까 끝도 없이 따뜻하게 위로해주더라. 그러다 또 터져서 울고.
깨닫고 보니까 A라는 사람에게 완전 매료되었더라고 내가.
그럼 뭐해.
늦었어.
A는 내가 삽질하던 사이에 다른 사람이랑 이어져서 과몰입 중이였더라고. 골때리지.
A가 챙겨준 덕분에 A의 그룹원들이랑 친해져서
그룹 방랑도 그만두고 그 그룹의 구성원이 되어서 그렇게 외롭지는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A가 다른 사람이랑 행복하게 있는 모습 볼 때 마다
미칠 거 같더라. 저 옆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고. 대상이 나였으면 어땠을까 싶고.
과몰입이 뭔지도 몰랐는데 내가 과몰입 중이라는걸 완전하게 깨닫게 되더라.
그것도 짝사랑이지.
뭐 앓는 것도 잠시다. 니들도 알다시피 여기 개판이잖아.
둘이 싸워서 그룹 분위기 싸하게 된지 좀 되었는데 빨리 깨졌으면 싶다.
최대한 더럽게 깨져서
내가 멘탈 터졌을때 A한테 매료된 것처럼
A가 멘탈이 터졌을때 옆에 있어주고 싶다.
그래서 요즘 A가 힘들어 할때마다 쓰다듬으면서 상대방 욕 존나 하고 있음..
내가 보기엔 거의 다 된 거 같다.
아, 그룹원들이 이 글 보면 어떡할거냐고?
어쩌라고 ㅋㅋ 조만간 터질 거 같은데. 내 알바임?
A가 봐도 괜찮아. 그렇게 내 마음 알게 되면 더 좋은 거고.
아무튼 과몰입... 자기도 모르게 하게 되더라. 뭔가 사건이 있어야 되는 거 같음.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ㄴㅁㄴㅇㄷ 수고해라 니남자 내거 될거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