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하나만 쓰고 어김없이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 처음보는 사람이 월드에 들어오더라
그렇게 처음엔 그냥 친구의 지인으로 만나게 됐어
과몰입 할 생각은 1도 없었고 툭툭 건드리면서 반응을 보는것이 재밌어서 친추를 하고 같이 지냈고
디코도 친추해서 같이 게임도 하고 지냈는데 어느날 내가 좋다고 하더라
VR게임 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라 당황해서 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그래요? ㅋㅋ' 하며 넘기고 같이 지내다가
서로 있는 시간이 많아지더라 그러다가 가끔 그녀의 지인들이 놀러 올 때가 있는데,
그녀랑 지인들은 풀트였고 나는 VR 헤드셋 뿐이라 그녀의 지인들에 비해 많은 것을 못한다는 생각에
풀트를 사야 겠다고 마음 먹고 안하던 알바를 하기 시작 했고,
그녀에게도 풀트 살 거라고 말하자 환영해주더라
거의 매일 밤 자기 전 까지 같이 있게 됐고 반트였던 나랑 풀트끼고 있어주더라
이런 관계가 1달 지속됐고, 나도 내 맘이 뭔지 모르겠더라. 난 과몰입을 하고 싶은걸까? 과몰입을 싫어했던게 맞나?
난 이 사람을 좋아하는가? 상당히 고민하면서, 이사람이 진심이 맞을까? 싶기도 했어.
그럼에도 같이 있으면 편안했고 외로움을 못느꼈던 것 같아.
항상 고민하니 그녀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때 대답이 안나오더라.
문득 내가 확실하게 하지 않아서 과몰입 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 더욱더 진심으로 다가와 주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에
미안해지기 시작했어.
매일 같이 있었고 이런 상태로 3달 째 되던 날
나는 풀트를 장만했고 아바타도 재정비했지.
대학교 방학인 나와 다르게 직장을 다니던 그녀랑 시간이 안맞기 시작했고
서서히 멀어지는 듯 싶었어.
그럼에도 나에게 연락해주는 그녀에게 더욱더 미안함을 느끼게 됐고
과몰입 하지도 않을 놈이 애매하게 줄이나 쳐 타니까 그녀도 정리 못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에
더욱더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울먹이면서 내 생각을 전했고
그녀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해주더라
그냥 아무말 할 수가 없었다.
그 일이 있고 1주일 뒤
풀트로 VRChat 에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예전에 친추 했던 사람이 풀트를 사와서
같이 쓰담쓰담하며 놀며 코몰입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올때
새로운 사람의 행동이나 특징이 그녀랑 겹칠 때
문득 그녀가 생각나더라
그냥 눈물만 나올 뿐이였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