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룹장(A)과 그 사람 과몰입(B)이 날 제대로 골탕먹였거든
그래도 그 일에 대한 사과는 두 사람에게 확실히 받아서
어쩌다 같은 월드에서 만나면 인사는 하는 정도로만 남았었어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그룹에 적응해나가던 B의 현실친구인 뉴비 C와 내가 만나면서 시작해
19일의 나는 A와 B가 있지만(B쪽이 친추가 되어있어) 내 친구들이 많이 놀고 있는 인스턴스 쪽에 조인을 탔고
거기서 적당히 인사만 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던 타이밍에 C에게 인사를 받았어
C는 말도 이쁘고 유창하게 잘하고, 아직 VR남초여캐사회의 가치관에 익숙해지지 않은 풋풋한 부분도 있고, 심지어 VR공감각이 예민한 것도 귀여워서
오랜만에 상당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서 기뻤기에 그분이 보내준 친추도 흔쾌히 받았어
A쪽 그룹 사람이니까 내가 알아서 멀리 하는 게 맞다는 걸 알면서도,
AB랑 그렇게 막역하게 지낼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얘기를 꺼내면서도,
깊게 듣고싶어 하길래 내 입으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정 궁금하면 B에게 내 이야기 직접 물어보라고 말하면서도,
별 걱정 없이 C와 즐겁게 보낼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었어
20일은 어제 미리 따놓은 디코로 연락을 했어
분명 그 전날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오늘 같이 놀자니까 A쪽 그룹이랑 선약이 있다고 하더라
원래는 약속없이 노는데 오늘은 게임월드 가자고 했데
그러려니 하고 다른 짓 하면서 시간 떼우다가
심야에 그냥 거울보는 월드에 C가 있길래 보고 싶어서 갔어
당연히 AB도 있었고
평소엔 인사만 하고 다른 대화는 아예 안 하는 편이었는데
C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AB와도 몇마디 나눴어
그리고 C한테 내일은 같이 놀고싶다 말했어
간만에 받아본 호의가 너무 달아서
나한테 그런 자극 계속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친해지고 싶어서 무리하게 달라붙었나봐
21일에 기상해보니 C에게 디코가 와있더라
VR 수리 맡겨서 당분간 차렷충으로 지낼거래
그럼 오늘 놀기로 한 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잠결에 보내려다가
구질구질한 내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참고 답장 안했어
같이 놀 생각 접었어
그냥 놀기 싫으면 놀기 싫다고 말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제로 그 말을 밤에 듣게 될 줄은 몰랐어
밤에 사진찍고 혼자 놀고 있는데 디코로 갑자기 할 말 있다길래
내 홈월드에 불렀어
하고싶은 말이 불쾌하면서 명확한데 살살 돌리는 쿠션화법만큼 기분나쁜게 이 세상에 별로 없는데 말이지
‘AB와 나의 관계가 씹창이라 그 사이에 끼는 게 불편하니 나와 쌩까고싶다’ 한마디를 그렇게 길게 하진 않아도 되는데
앞으로도 내가 귀찮게 굴까봐 자기 딴에는 배려한다고 그러는걸까
알았다고, 다른 곳 가보겠다고 자리 피해서 바로 친삭했어
관계에 너무 방어적으로 굴지 않으려고 노력 하는데
이런 일 한 번씩 있을 때마다 기운이 많이 빠지고 마음이 얼얼해
뉴비 따먹을 생각에 풀발기해서 혼자 신나있다가 사흘만에 개같이 멸망해버린 내 긴 글 봐줘서 고마워
이 글은 전부 픽션이고, ABC는 전부 내 뇌내망상으로 만들어낸 가상인물이야
그러니 만약 그들 본인 혹은 지인을 통한 피드백이 온다면
이제 내가 드디어 미쳤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조현병 치료 받으러 정신병원이나 가보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