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의 성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남들과 잘 어울리며 사교적이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음.
주로 외향적이며 많은 사람들과 깊고 얕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
가장 일반적인 부류이며 눈에 잘 띔.]
[둘째, 활발하거나 외향적이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고 인간관계 또한 완만함.
말이 많은 편은 아니나 과묵하지는 않고, 첫째에 비해 적은 사람들과 얕지 않은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음.]
[셋째, 위의 두 경우에 비하여 개체수가 적은 부류인데, 일반적으로 말을 잘 하지 않으며, 평소 혼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음.
잘 관찰해 보면 그만의 특별한 취미(주로 휴대폰 게임이나 음악, 그림 등등)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비율이 위의 두 경우보다 높은 경향을 보임.
자신의 취미나 능력에서 남다른 실력을 보이는 경우, 주변 집단 또는 무리 등에서 큰 관심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의사소통을 하는 경향이 있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사소통만을 취하다 보니 주변의 무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 최종적으로 고립될 수 있음.
그러나 부정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사회에 부적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음.]
VRC 유저들의 반 이상은 위의 세 부류에 속해 있으며, 비율상 둘째와 셋째가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에 현실에서나 VRC(온라인게임)에서나 여러 사람들과 두루두루 큰 문제 없이 지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VRC에서 흔히 목격되는 인간관계의 과몰입에 집착하는 사람이나 특이한 방식으로 성욕을 해소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며, 왜 그렇게 되었을까.
이는 지내온 환경이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몸에 익히기에 부적합하거나, 사람과의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사람들을 접하며 갈등하고, 다투고, 화해해서, 최종적으로 반성과 배움이라는 결과를 얻는다.
처음에는 울퉁불퉁한 자신을 이리저리 부딪히며 둥글게 하여 사회적 기준(평균)이라는 원형의 틀에 통과시키며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위처럼 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은 울퉁불퉁한 상태 그대로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사람들과 평범하게 지낼 수 없다.
남들과 평범하게 지낼 수 없다는 생각은 점점 자신을 자존심 하락의 늪에 빠뜨리고, 결국 자신의 모습과 성격조차 그런 식으로 변화된다.
현실에서 그러한 경험을 여러번 겪은 이들은 인터넷을 접하며 그곳에서 도피처를 찾는다.
그렇게 찾은 도피처는 네이버 카페가 될 수도, 트위터가 될 수도, 일베가 될 수도, 디시인사이드가 될 수도 있다.
인터넷에선 자신의 현실 모습이 공개되지 않으니 일단 무슨 말을 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는 데서 이상한 자존심을 갖게 되어 자신의 의견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게 되는 갓이다.
자신이 표출한 의견에는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형성된 가치관이 반영되기 마련, 울퉁불퉁한 자신이 내뱉은 울퉁불퉁한 말 한마디는 다른 이들의 몇마디 사이에서 이레귤러가 되어, 타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남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익숙치 않은 자신은 그것에 묘하게 이끌리게 된다.
.. VRC에서의 과몰입도 이와 대체로 비슷하다.
VRC에서는 자신의 실제 모습이 보이지 않거니와, 오히려 미려하고 수려한, 귀엽기까지 한 가상의 아바타가 자신에게 입힌다.
그렇게 얻은 의미없기 그지없는 자신감으로 광활하게 펼처진 VR 월드 속에서 자신은 말을 내뱉는다.
내뱉어진 말을 VR 월드 속의 누군가는 듣고서, 자신에게 다가온다.
즉, 자신에게의 관심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에 익숙치 않은 자신은, 자신에게 관심을 준 그/그녀에게 지금껏 느겨보지 못한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더 관심받고 싶다.."
"그 특별한 감정을 더 느끼고 싶다.."
라는 생각은 곧 마음의 모티베이션이 되어, 관심을 가져준 그/그녀에게의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그 과도한 집착은 단순한 형태의 애정이 아니라 약간은 '특이한 형태의' 애정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VRC에서의 유사 성행위 컨텐츠인 'H방'이라는 것이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행해져야 할 행위가,
온라인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랜선 너머의 누군가에게,
4차 산업혁명의 일부라고 여겨지는 첨단 VR기기를 몸에 장착하고서 허공에 대고,
누군가는 요염하게 벽에 손을 짚고 뒤를 높이며,
누군가는 양 손을 낮추며 허리로 피스톤 운동을 함으로써 전달되는 것이다.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남성이라면 똥*충,
여성이라면 이케맨이라며 욕을 한 소쿠리 먹어도 상관없다.
나는 그/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언젠가 이별은 찾아오는 법.
관심을 가져준 사람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도한 집착과 부담을 견디지 못해 그 '자신'을 멀리하게 되고, 이를 깨닫게 된 '자신'은 절망하게 된다.
자신은 관심을 가져준 사람에게 보답으로써 더 큰 관심을 주었을 뿐인데, 자신 생각에는 모순이 없고 오히려 더 큰 관심으로 둘 서로가 얽혀 무언가가 맺어져야만 했을 터인데,
끝끝내 찾아온 비극에 절망을 실감하고 자신이 평소 울퉁불퉁한 말을 내뱉던 디시인사이드 VRChat 갤러리에 들어와 익숙한 손놀림으로 글을 작성한다.
<제목: 내 VRC 첫 과몰입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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