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 친구를 좀 사귀고 싶어서 퍼블릭을 돌아다니기 시작함
지금 친구들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가끔씩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친구들도 다 '제자'라는 느낌의 뉴비 한 두명씩 구해서 가르쳐주고 짱친이 되기도 하길래
사실 약간 부러운 심정에서 였던거임
근데 흰딱 뉴비들도 아무 사람이나 막 사귀고 다니진 않으니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래도 펜을 좀 쓸 줄 아니까, 펜 들고 다니면서 동물이나 아바타 그림을 그려주기로 했는데
한 사람이 관심을 꽤 깊게 보인거임
그래서 그 사람이랑 친구도 먹고 뚜따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월드도 여기저기 데려다주면서 구경 시켜줬음
어느 하루는 나한테 조인 타더니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 나를 보며 자기도 그룹을 만들어서 놀고 싶다는거임
근데 나도 그룹을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게 아니고 저절로 생긴 거라 이것저것 방법을 늘어놨고
그걸 들은 뉴비는 "대충 알 것 같아" 하더니 며칠 후에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옴
그리곤 그 이후로 몇 달 간 보이지 않았음
보통 뉴비들이 몇 달 안 보이는 건 접었다는 의미니까, 꽤 좋은 친구라 생각했는데 아쉽네, 정도로만 정리하고 잊었음
어느 하루는 친구 따라 H파티 2층을 돌아다녔는데, 한 코유키가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봄
한번 하러 가자는 건가? 생각한 나는 귀찮기도 하고, 그런 취미는 없어서 간단하게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함
근데 꽤 끈질기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는거임
그래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따라갔음
"저 모르세요?"
전혀 안면 없는 사람에게서 나온 목소리가 어딘가 친숙하게 느껴졌음
"정말 저 모르시겠어요, 스승님?"
정말 뜬금없이 나온 '스승님' 이라는 단어를 듣자 마자 알아챌 수 밖에 없었음
날 스승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은 단 한명, 그 뉴비 밖에 없었음
꽤 놀란 마음으로-
"왠일이야, 정말 오랜만이예요. 부캐는 어쩐 일이예요? 그것보다, 여긴 왜 계셨던거예요??"
꽤 많은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 냈지만, 그 사람은 하나하나 천천히 답해줬음
모종의 이유로 원래 있던 그룹이 터진 것, 그것 때문에 오래 안들어 왔다가 VR도 사고 부캐 파서 활동한 것
그리고 본인이 말하길, 방금까지 3층에서 야스 질펀하게 하고 왔다는거임
속으로 '아, 제자 잘못 키운건가ㅋㅋ' 생각도 했음
그렇게 두번째 친추를 하고 헤어짐
그리고 며칠이 지나, 꽤 오래 사귀던 과몰입과 깨지고 술을 왕창 마시곤 브챗에 들어감
꽤 늦은 시간이라 늘 놀던 친구들은 없었는데, 며칠 전 친추한 내 제자가 온라인이였음.
요즘엔 어떤 친구들이랑 놀까 상상해보며 조인 타봤음
날 보자마자 정말 반갑게 맞아줬는데, 우울한 내 기분을 단박에 알아차리곤
따로 인스턴스를 파서 초대해줬음
금요일이라 그 사람도 술 마시고 있었고, 나도 이미 술이 꽤 들어간 상태인지라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 나누다가, 내가 장난스럽게 얘기를 꺼냄.
"저번에 H파티에서 처음 봤잖아요, 평소에도 야스 많이 하나봐요?"
"VRChat 하면 대부분은 야스하려고 많이 접속해요."
"제자 잘못 키웠네 ㅋㅋㅋ"
"저는 어때요?"
라는 내 말에, 그 사람은 하고 싶다며 장난스럽게 웃었는데
난 그냥 농담 격으로 말한거라 " ㅋㅋㅋ 장난이예요!" 하며 넘어가려던 순간
"전 진심이예요"
"스승님. 저, 스승님을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따먹고 싶었어요.
아바타가 정말 제 취향이고 성격도 착하고 순해서 언젠가는 스승님이랑 해버리고 말겠다고 다짐했어요"
라는 말을 듣고는 얼어붙어서 "어...어....으..???" 라며 입에서 단말마 밖에 내뱉을 수 없었음
또 마음 한 켠에서는 '내가 키운 내 제자니, 한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고는,
술이 이미 들어간 터라 판단력이 흐려진 나는
"그럼...한번만이예요..." 하며,
몇 개월 전 내가 가르쳐줬던 제자에게 역으로 가르침 받으며 밤을 보내게 됨.
'제자에게 좋은 건 안 가르쳐 주고, 이상한 것만 가르침 받고, 스승 실격이네,' 라며 고민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잘한 일이라 생각함.
왜냐하면 지금은 제 주-......♡
라는 내용의 동인지는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