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전부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원하는 대로 되는 게 거의 없었어
게임을 해도 맨날 지기만 하고
미끄러져서 넘어지고
말실수하면서 창피도 당하고
이상한 곳 긁혀서 상처도 나고
뭔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다 괜찮았었어
그럴수도 있는 거지 하며 넘겼었어
할머니가 아프다고 병원 갔을 때도 요로결석이라길래 걱정하면서도 큰 병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쉬는 날에는 병원 보조침상에서 자며 간호해드리고 하느라 게임은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괜찮았어
진학 목표로 다니던 게임 그래픽 학원도 몇주 빼야했지만 괜찮았어
개학하고도 며칠동안 10시에 야자 끝나고 학교랑 가까운 병원에 가서 할머니 얼굴보고 집에 갔지
그리고 할머니가 뻘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하루 일찍 퇴원하신 그 날 10시 넘어서 집에 들어갔더니 왜 또 가슴이 답답하다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하시는 건지...
다시 원래 병원으로 아빠랑 11시쯤
할머니 모시고 응급실로 갔어
응급실 의사가 심전도 확인하고는 요로결석 때문에 수술하기전에 검사했던 심전도랑은 완전 딴판이라고...
지금 바로 더 큰 병원 가야한다고...
엠뷸런스를 타고
더 큰 병원 응급실로 왔지
여러 검사 후에 심부전이라는 결과가 나왔어
그래도....그래도 심근경색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심장이 잘 못 뛰고 있으니
폐로 물이 새고 물을 빼려면 소변이 나와야 하지만 혈압이 낮으니 그것도 힘들어서 투석도 하면서
상태가 처음 들어올때보다 확실히 좋아지시길래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
그리고 나는 저번주 금요일에 학원 때문에 야자와
토요일 자습을 빼야 했어
난 둘 다 불참을 적었고
선생님이 잘 못 보셨는지 둘 다 참여로 바뀌고
임시 야자 출석부를 출력해서 맞는지 확인하라고 했지
확인하면서 쌤이 잘못 보셨나보다 하고 일단 체크만 하고 넘기고 나중에 개인상담할 때 말하려고 했어
그리고 학년부장 선생님이라 다른 문제아들 혼내느라 내 상담 앞에서 바로 끊겼고 난 따로 말하러 갔지.
야자 출석부 다 만들어놨는데 왜 이제 와서 그러냐고 안된다면서 난 할 생각도 없었고 하지도 않아야 할 토요일 자습하고 야자를 하게 됐어
별 수 있나.
토요일 자습 끝나자 마자 학원으로 가서 마치고선 집에 돌아와서 중환자실 면회시간 맞춰서 갔지
웬일로 친척들이 다 모여 있더라
면회시간에 자주 오긴 했지만 다 모인 적은 한 번 빼고 없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오후 8시.
면회시간에 들어가 보니
난 아무것도 몰랐는데 오후 3시쯤에 할머니가 혈압이 낮아서 쇼크로 심정지가 한 번 왔었다더라고...그리고 혈압 높이는 링거를 맞으면서 괜찮아졌다가 8시쯤 약효가 떨어져서 그런 지 의식이 거의 없으시더라고...
난 아무것도 못 듣고 왔었는데 말이지.
다음날.
그러니까 3월 17일 일요일
아침 면회를 갔어
혈압 높이는 링거를 또 맞고 계시더니 의식이 확실히 돌아오셨고.
그날 저녁 면회시간에까지 약물 없이 혈압이 유지가 됐어
장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1달동안 운이 나빴던 게 끝날 거라 생각했지
그리고 월요일.
아침부터 선생님한테 가서 야자 빼달라고 했다가 난 야자시간에 밖에 안잤는데 수업시간에 잠을 잤니 태도가 마음에 안드니 예체능하는 애들이 이래서 문제라느니 하며 25분동안 별 소리를 다 듣고 야자랑 토요일 자습을 뺐어
그리고 학교를 마치고 핸드폰을 켜자마자 1분도 안된 아빠 부재중 전화가 있더라.
다시 전화 걸고 어찌저찌...
병원에 도착해서
다른 친척들도 이후에 다 모이고
의사한테 직접
"2019년 3월 18일 오후 6시 50분 ○○○ 어머님 사망하셨습니다"
소리를 들었어.
운수 나쁜 1달은 원작이랑은 다르게 반전 소설은 아니었나봐.
나는 5살때 부모님 이혼하시고는 할머니가 14년간 주부노릇을 해주셨어.
그래서 더 애정이 깊었었어
이때까지 감사했고 많이 사랑했어요
할머니
내가 아싸라서 친구도 없고 sns도 아무것도 안해서 여기다가 끄적인다.
몇 주 전부터 병원밥 올리던 병원밥 빌런인데 요로결석에서 심부전으로 커져서 갑자기 없어지니까 매번 옆에서 간호해드리고 했는데도 평소에 못해드린 게 너무 한이 되더라
니네도 있을 때 잘해드려...
글을 쓰고 내가 읽어도 개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