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VRC일기 브알챗 허언증들의 기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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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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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3-18 06:43:46
뮌하우젠 증후군
엄마 손은 약손
[ Münchausen Syndrome ]
《기네스북》에는 별의별 기록들이 다 올라오게 마련이라 실리는 게 영광인 경우도 있지만, 별로 명예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 중 누구도 윌리엄 맥로이(William McIlhoy)라는 영국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시겠지만, 그 역시 당당히 《기네스북》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명예스러운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그가 세운 세계 기록은 병에 걸린 척 꾸며내어 쓸모없는 의학적 치료를 받는 분야였습니다. 1993년 발행된 《기네스북》에 따르면 그는 1983년 요양원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무려 100개 이상의 병원에서 400회 이상의 수술을 받았으며, 진료비로만 400만 달러 이상을 의료보험공단에 부담시켰습니다. 그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22개의 가명을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과연 무슨 목적으로 이런 일을 했던 것일까요?
이렇게 병을 가장하는 경우는 일반인의 생각처럼 드물지 않습니다. 수집된 사례들 중에는 동료들에게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고 주장한 킬 메이너(Keele Maynor)가 있습니다. 그녀는 일부러 삭발을 하고 몸무게를 뺐습니다. 그녀의 동료들은 그녀 대신 일을 해주기도 하고, 치료비 마련을 위해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은 무려 5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진실이 탄로 났고, 법정은 징역 3년형과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이들이 동료들이나 의료진의 관심과 사랑을 구하기 위해 이런 증상을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들 중에는 과거 의료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했었거나, 실제로 어린 시절 중병으로 병원생활을 오래 해봤던 사람이 많습니다. 병원생활이 무척이나 힘들고, 또 주삿 바늘 찌르고 칼로 째는 등 무척 아프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반면 많은 사람들이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주는 등 각박한 사회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부드러움이 있기도 합니다.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syndrome)’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누가 붙인 것일까요? 카를 프리드리히 뮌하우젠(Karl Friedrich Münchausen) 백작은 18세기 독일 낭만주의에 흠뻑 물들어 있던 전형적인 한량이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자 하나둘씩 해보지도 않은 무용담을 꾸며내기 시작했는데, 이를 흥미 있게 여긴 루돌프 라스페(Rudolf Raspe)는 그를 소재로 《허풍선이 뮌하우젠 백작의 놀라운 모험》이라는 이야기를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마치 언덕을 굴러 내려오는 눈 뭉치가 걷잡을 수없이 커지듯, 수많은 독자들의 과장이 덧붙여지면서 점점 더 황당무계하고 기기묘묘한 모험담으로 변모해갔습니다. 미국의 개성 넘치는 영화감독 테리 길리엄(Terry Gilliam)은 1988년 이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여 놀라운 시각적 언어로 풀어냈으며,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의사였던 리처드 애셔(Richard Asher)는 기존 의학의 통념과 상식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비판하고 뒤집어엎는 것으로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그는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음에도 의사와 환자의 상호 심리학적 관계에 주목했으며, 그러는 와중에 상당히 많은 환자가 의사의 관심을 받기 위해 병을 꾸며내고 있음을 밝혀내고 이를 뮌하우젠 증후군이라 명명하였습니다.
혹시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계시거나, 아니면 똘망똘망한 어린 조카들을 돌보실 기회가 있었던 분은 잘 아시겠지만, 어린아이들이 어른의 관심을 끄는 방법에는 몇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심심해’라고 놀이를 유도하지만, 그게 안 통하면 ‘배고파’가 되고, 마지막에는 ‘배가 아파, 배 좀 만져줘’가 됩니다. 아무리 냉정한 부모라도 일단 애가 아프다고 하면 갑자기 말투가 상냥해지면서 머리도 짚어주고, 배도 쓰다듬어주고 하지요.
이런 경험들은 아무리 성인이 되어도 지워지지 않고 남는 법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이 되고 나면, 이미 타인에게 한없는 관심과 격려를 갈구하는 것은 미성숙하고 볼썽사나운 일로 여겨집니다. 유일한 예외는 남녀 간의 사랑이지요. 파트너나 배우자가 되면 서로에게 무조건적인 관심과 사랑을 구하기도, 베풀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몇 년이 지나면 여의치 않습니다. 나잇값 좀 하라는 매정한 답변만 듣게 되지요.
이렇듯 성인이 되면 자신의 상처는 스스로 핥아야 한다는 냉정한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만약 어린 시절에 부모의 무관심, 학대, 성폭력 경험 등으로 심한 상처가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성숙/포기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질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가학/자학적 사랑에 빠지거나 중독에서 위안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드물지만 또 하나의 방법이 바로 이렇게 병을 가장하여 의학적 관심을 받는 것입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히는 앨러배마 대학의 정신과 의사 마크 펠드만(Marc Feldman)은 21세기 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 소위 인터넷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by Internet)을 우려합니다. 인터넷 대화방이나 채팅 창에서 자신이 끔찍한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상대의 동정을 구하기도 하고, 실제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인터넷 동아리에 가입하여 고통을 토로하고 조언을 나누며 공동체 소속감을 누리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는 투병생활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면서 거짓 사진과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합니다. 이들은 가짜 이름과 경력을 내세워 가상의 아이덴티티를 조작해내지만, 그러는 사이에 이를 흡수하여 자신이 실제로 환자라는 환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일종의 다중인격장애와 유사한 상태에 이르는 되는 것이지요.
의학이란 참 이상합니다. 가장 윤리적인 행동이 환자에게 가장 도움되는 행동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요새는 정확한 정보 제공의 의무가 강조되기 때문에, 의료인은 환자에게 의심되는 질병 및 치료방법, 그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의사가 증상에 대해 더 캐묻고 더 자세한 설명을 해드릴수록 그 증상은 사라질 줄 모르며, 의사가 “만에 하나 이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데”라고 말한 부작용은 십중팔구 발생합니다. 마치 “코끼리에 대해 절대 생각하지 마시오”라고 지시하면 코끼리 생각만 하게 되는 것처럼, 의학 정보와 상식의 무분별한 범람은 역설적으로 바로 그 증상의 대유행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신의 감정적 욕구를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며, 치료와 관련된 의학적 관심을 사랑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어린 시절에 아로새겨져 있는 “엄마 손은 약손이다”라는 아름다운 추억의 흔적입니다. 여기에 우리 시대의 신체적 건강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의학 정보의 범람이 기름을 부음으로써 만들어진 비극이 바로 뮌하우젠 증후군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뮌하우젠 증후군 [Münchausen Syndrome] - 엄마 손은 약손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 2011. 10. 20.,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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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요약
타인의 사랑과 관심,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자신의 상황을 과장하고 부풀려서 얘기하는 행동으로 허언증(虛言症)의 하나이다.
뮌하우젠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아픈 척하거나 자신의 이야기를 부풀리는 정신장애를 겪는 것이다. 이들은 주로 어린 시절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았거나, 심한 박탈감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 즉, 부모 혹은 타인으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원인이 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뮌하우젠 증후군 [Münchausen syndrome]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편, 이동귀)
딜런 | 그럼이게 물개 악몽을 꾸는거랑 비슷하고 볼수있는 현상이라고 할까요 | 2019.03.18 06:45:18 |
서리눈늑대 | 2019.03.18 06:5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