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한마디가 끝인
회색배경에 선명하게보이는 허여멀건 문자들이
내 눈에 선명해지기 시작한다.
"재밌었어요..."
새벽5시. 방금 막 일어나 눈을비비며
모바일 디스코드를 보던 나는
그대로 굳었다.
곧 울리는 알람.
'5시 02분'
시끄러운 알람에 정신을 차린 나는
곧바로 컴퓨터의 전원버튼을 킨다.
자기전 충전시켜놓았던 오큘 퀘스트2의
충전선을 재빨리뽑아,A to C변환기를꼽고.
내 컴퓨터에 연결해주었다.
유독 유선이 귀찮다고 생각한 때 였다.
뭐가되었든 접속하자마자 친구창확인.
꽤 소심한 성격탓에
외국인으로만 가득한 온라인 탭에
그의 프로필을 눌러서 조인.
넓은 비행장에서 눈에띄는 노란색닉네임.
서로 친한 영국인친구와 헬기를타고있었다.
격납고로 들어가 짭 yf-23을 타고 이륙하는 나를
연이어 격추시키는 그.
기분이 상하기보단
정말 내가 싫어진건가,내가 어떤 잘못을 했던가
의 불안감이 앞섰다.
거울앞에서 뾰루퉁한 표정으로 내 기분을 드러냈다.
왜일까.
고개를 까딱거리며 나를 마주보는 그가 그날따라 미웠다.
그 감정에 상응하듯
주먹을 쥔 가느다란 팔로
그의 아바타에 몇번 허우적댔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는 그.
그모습에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하지만 애써 침착하게 물어보았다.
DM내용은 무엇인지.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앞으로 보지않으려 하는줄 알았다. 라고...
"그냥..생각해보니 이건좀 아닌것같아서요"
,
"확실하게 말해야 될것같았어요"
이외에도 시간이 안맞아서,개강 등의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냥 앞으로는 친구로지내자는...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내가 그를 잡게된다고해서
그전처럼 돌아갈지도 미지수다.
뭐.. 결국 차여버린꼴이다.
내 브생에서 첫 과몰입 상대였어서 그런지
일주일이 조금넘는.
길지않은 시간이였음에도
아직 감정이 정리가 되지않는다.
이 감정이 남은채로
그를 마주한다면
분명 민폐가 되겠지.
그런 생각을 곰씹으며
멍때리다가도
보고싶은마음에
그가있는곳으로가면.
이제는 옆에 내가아닌
다른사람들이 있는것에
다시한번 실감하며
조용히 다른방으로 가야할것만같은
내가 한심스러워질뿐.
어쩌다 그가 나에게 조인을하여
인사를 했을때
웃으며 맞인사하는 내가 우스워서
마이크를 키지 않게된다.
그럼에도
"막상 얼굴보니 기분은좋네요"
라고 작은 진심을 담아 답하는 내가
그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신경이쓰이는것을보니
한동안 마음을 접지 못하고 오래갈 모양이다.
진심을 나눴고
바라만봐도 즐거웠으며
서로의 한마디에 웃고.
잊을수 없는 사람.
브생 처음이자 마지막의 과몰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