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친구가 없다.
처음엔 그것으로 만족했었는데...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기보다, 만들 수 있었음에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사소한 귀찮음에서부터 시작했다.
나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외출을 꺼리고 햇빛에 면역이 없던 눈사람에 가까웠던 나는 문화생활같은것에 대해 까막눈이었다.
모니터 너머로 바라본 세계가 전부였던 나에게 친구는 영화관,도서관,PC방 같은곳을 억지로 끌고 데려가주었고
내 손을 꼭 잡고 이끌어주는 친구에게 이끌려 사소한 외식조차도 행복감을 느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만 있으면 문화생활은 필요없을거라는 내 생각은 깨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친구에게 이끌려 외출이 잦아지고 문화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다보니 지겨워져서.
겨우 그런 이유로 밖으로 나가자는 친구의 말도 무시하고 나는 조금씩 다시 방안의 세계가 전부인 눈사람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나를 좋아해주었고 심지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올라가서도
나에게 꾸준히 전화해주었다.
귀찮았다.
단지 그 이유로 나는 서서히 전화를 받지 않기 시작했다.
단지 그것 때문에.
이후로 전화를 걸어주는 횟수도 서서히 줄더니,
"좋아했었어" 라는 메세지 하나와 함께 더 이상 전화가 걸리지 않게 되었다.
내 쪽에서 건 전화조차도 받지 않게 되었다.
순전히 나의 잘못으로 시작된 이 어긋남은 결국 내 자신이 나 자신에게 남긴 흉터와도 같아 더 이상 친구를 만드는 것을 그만두게되었다.
관심을 가져주고 다가오는 반친구들에게도 묵언으로 응답했다.
태생이 야행성인 나는 밝은곳의 사람들과 어울리는것은 사치라 생각했다.
처음부터 시작된 나의 생활,
친구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간 나의 생활.
한동안은 이편이 더 낫나고 생각했다.
가까운 사람을 만드는것은 상처를 만드는것과 같기 때문에.
기대해서 상처받는것보다 처음부터 아무 기대도 하지 않으면 되는것이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하루가 흐르고, 한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자, 난 내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다는것을 깨달았다.
이대로가 괜찮아. 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생긴 상처가 욱신거렸다.
그래도 이제와서 나에게 현실세계에 친구를 만든다는것은 불가능했다.
나의 마음은 모니터 너머로 바라보던 2D세계에 너무 깊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차가운 현실세계로부터 눈을 피해버린 나는 이미 내 자신이 쌓아올린 벽으로 인해 대인기피증이 심했기때문에...
그렇게 유투브를 보면서 지내다 VR챗을 알게되었다.
처음 나의 친구를 만났을때가 생각났다.
이거라면 나도 다시금 마음을 열수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VR챗을 보고 있자니 입에 들어있지도 않은 그때 친구와 함께 먹었던 영화관 콜라와 카레멜 팝콘이 혀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눈물이 흘렀다.
이런 나에게도 다시 한번 시작할 감정을 느낀것에 설움이 볼을 타고 흘렀다.
다시 한번...
나도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이미 우리들은 만날 수 없는 사이이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배신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열어본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도
희망만은 가질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