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랑은 상관없음)
작년 4,5월 쯤인가 처음에는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 셋이서 같이 시작했던 게임이야. 나름대로 나랑 한명은 일본어가 가능했고 다른 한명은 영어가 가능해서 여러 사람들이랑 괜찮게 놀았었지.
사실 친구가 같이 하자고 했을때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어. 모르는 사람들이랑 대화를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저 친구들이 하자고 해서 같이 시작했던 것 뿐이지. 그러다가 일주일 쯤 지나니까 이게임이 너무 재밌어진거야. 모르는 누군가랑 대화하고 소통하며 친해져서 먼저 다가와주면 기쁘고 같이 대화한다는 것의 즐거움을 깨달은 거지.
그러다가 2달이 조금 안되었을 때 쯤이야. 흔히 이 지점에서 질리는 애들은 접게 되고 아닌 애들만 남게 되는 그런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브알챗 해오면서 많이 봐왔고 나도 경험했던 일이야. 바로 친구들이 브알챗을 접고 나만 남게 되었던 거지. 딱히 슬프거나 하진 않았어. 어처피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애들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평소에 디스코드라던지 카톡방으로 자주 대화하니까.
문제는 친구들이 접고 나니까 내가 현자타임이 왔다는 거야. 그렇다고 해서 딱히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말하거나 하진 않았어. 브알챗에서도 평소랑 똑같은 것 처럼 행동하려고 애썼지.
나는 브알챗을 계속 하고 싶었지만 이대로라면 나도 접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현자타임을 극복하려고 방법을 생각해냈어. 바로 아바타를 만드는 것.
처음에는 내가 평소에 쓰던 아바타를 개인 아바타로 만들려고 노력했어. 그 결과 아바타를 넣는 것까진 성공했지만, 홍조랑 이마에 이상한 마테리얼 때문에 아바타의 모습이 이상하더라고. 당시엔 블랜더라던가 유니티라던가 지식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고 DC강좌를 보고 따라하는 수준이었거든. 주변에 딱히 물어볼만한 사람도 없었고 여기에 질문하자니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썼어.
결국 마테리얼을 지워버림으로서 문제를 해결했어. 그렇게 나는 나만의 아바타를 만드는데 성공했지. 그러고 나서 느낀 기쁨은 그 무엇보다 짜릿하더라고. 그렇게 나는 현자타임을 극복해냈어.
시간이 흘러서 7월인가 8월쯤일 거야. 어느정도 아바타 제작자라고 자칭할만한 수준이 되었고 뚜따도 혼자서 가능한 수준이 되었어. 그때쯤 흔히 컨셉충이라고 말하는 부류들이 많이 늘어나던 시기일거야. 나도 해보고 싶었지. 근데 지금 쓰던 계정으로 하자니 친추 되있던 분들에게 알려지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부계정을 하나 팠지.
컨셉은 이미 생각해뒀어. 고양이 소리를 내는거야. 해보니까 생각보다 잘되더라고. 가끔씩 접속해서 퍼블릭에 가가지고 고양이 소리를 내면서 놀았어. 반응이 좋았던 경우도 있었고 무시당한 경우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재밌었어. 친추를 걸어주시는 분도 많았고 외국인중에서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
다시 시간이 흘러 9월 중순 쯤 이었을거야. 나는 컨셉용 부계정 전용 아바타를 만들고 싶어 했었고 그쯤 완성했어. 아바타를 바꾸고 컨셉을 하니까 더 인기가 좋더라고. 표정도 넣고 무기도 넣어가면서 재밌게 놀았어. 친구도 많아져서 어느새 본계정보다 친구가 많더라고. 이때쯤부터는 본계정보다 부계정으로 접속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
다시 시간이 흘러 11월이 되었어. 내 아바타를 쓰시고 싶다는 분이 있었지. 나는 그 말을 듣고 내 아바타를 퍼블릭으로 옮길 준비를 시작했어. 그리고 12월이 되었을 때 퍼블릭용으로 완성했지. 월드도 간단하게 만들었고 말이야. 사람들이 내 아바타를 쓰는 모습을 보니까 뿌듯하고 기쁘더라고. 이때부턴 아예 본계정을 접속하지 않았어. 부계정만 접속했지.
그러다가 이상한 조짐을 느낀건 1월쯤 부터였을 거야. 이상하게 나를 놀리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거야. 나도 놀리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딱히 신경을 쓰진 않았어. 원래 그렇게 장난 치면서 노는 게임이었으니까. 그러다 1월 중순부터 문득 궁금해져서 사람들이 놀릴때마다 물어봤어
"저 왜 놀리는거에요?"
대답이 놀랍도록 전부 똑같더라고
"반응이 재밌어요.", "반응이 좋아요."
그때 깨달았어. 내가 너무 컨셉에 몰두했던 나머지 저들에겐 날 놀리는게 일상이 되어버린 거야. 그저 나를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거지.
그때 내 상태가 어땠냐면.. 현실의 나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어. 본계정이 현실의 진실된 모습이었다면 부계정은 완전히 가식적인 만들어진 모습이었지. 이중인격이라고 봐도 될 정도야. 심지어 목소리 톤도 은연중에 평소보다 높이고 있더라고.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늦었고 깨닫고 나니까 그 모든 행위들이 스트레스로 느껴지더라. 그래도 나름 애써서 계속 받아주었어. 속으론 '장난일 뿐이니까. 괜찮아.' 하면서 날 위로했지. 그러나 조금씩이지만 스트레스는 계속 누적되더라고.
문득 계정을 갈아탈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 부계정이 아닌 본계정으로 말이야. 그런데 오랜만에 접속한 본계정이라 그런지 아무도 날 못알아보더라고.
본계정에 접속하고 나서 스트레스는 오히려 늘었어. 그들이 날 잊었다는 사실에 말이야. 내가 접속을 오랫동안 안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아니더라고. 머리론 이해해도 마음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고.
나는 또 다른 계정을 파볼까 라는 생각에 도달했지만, 그만두었어. 결국 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만 같았기 때문에 두렵더라고.
정말 나 치곤 오랫동안 좋아했던 게임이고 너무나도 좋아했던 게임이기에 미련이 많이 남아. 그렇기에 고민하고 있어. 접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긴 글이었지만 봐줘서 고맙다. 이렇게 글이라도 써야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릴 것 같았어. 역시나 쓰고 나니까 조금은 후련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