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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SS번역] 시즈카스리나시오 룸쉐어 3-1
글쓴이
오야스야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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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5980368
  • 2024-12-20 11:07:01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eries/9270460

 



3-1) 어떡하죠 언니가 옵니다



"에"


목소리가 새어 나온 건 내가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늘 갑작스럽다. 심할 때는 연락조차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나은 편인데 그래도 어떨까 싶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예의라는 게 있다. 


자매 사이에도 예의가 있다.


"시오리코짱, 어떻게 된 거야?"


"빈틈 발견!"


"어딜"


"아아아아아악 빨간거북이!"


"카스미씨, 먼저 갈게요?"


일요일의 대낮. 넷이서 마리오 카트 대회. 최종 레이스의 한가운데에 두고 있던 스마트폰이 떨렸다. 


슬쩍슬쩍 시선을 보내며 무슨 일인가 하고 확인한다. 


잠금화면에 표시돼 있던 메시지는 카오루코 언니가 보내온 것이었다.


『야호-- 지금부터 집으로 갈게?』


아연실색하여 컨트롤러의 움직임이 멈춘다


조작하던 로젤리아씨가 땅바닥에 떨어져서 김수한무씨가 도와주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미 신경 쓰이지 않는다. 


컨트롤러를 놓고 스마트폰을 마주한다. 


곧 리나 씨, 시즈쿠 씨, 카스미 씨의 순서로 골인하는 음성이 들렸다. 


당연히 제 화면은 멈춘 채로. 세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내 쪽을 본다.


"무슨 일이야?"


"다음 레이스 못 한다구?"


"…어떻게 하죠 언니가 오는 모양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뒤돌아보다. 내 쪽을 바라보던 여섯 개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되었다.


"언니라니, 카오루코 선생님?"


"그 외에 누가 있나요"


세 분께 메시지 화면을 보여드리겠다. 시즈쿠씨와 카스미씨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고, 리나씨는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지금부터 가도 되는지의 확인이 아니야?"


"잘 읽어주세요. 지금부터 집에 갈께라고 적혀 있잖아요. 이쪽 사정은 묻지 않고요. 이렇게 되면 언니는 그냥 와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런 종류의 요괴?"


"시오리코씨가 없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을까"


"누구 한 명쯤 있겠지, 하고 방에 들여놓고 기다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다 없으면?"


"……입주시의 사정도 있어서 언니도 이 집의 여벌 열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통 요괴가 아니었네"


하, 하고 한숨. 예로부터 이런 사람이다. 


다 정해버리고 나서. 나와 부모님에게는 사후 보고. 내 마음대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말이 지나친 감이 있긴 하지만.


언니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이런 부분은 정말 고쳐줬으면 좋겠다.


이미 오래전에 결혼도 했으니 슬슬 차분해져도 될 것 같은데.


"그래서, 아직 답장하진 않았지만 와 달라고 하는 느낌으로 OK?"


"글쎄요, 여러분이 괜찮으시다면요……"


누구 한 명이라도 안 된다고 하면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아파트 앞에서 언니를 기다리게 하고 어딘가 다른 괜찮은 곳으로 데리고 가야한다.


"별로 상관없어."


"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카스미씨와 시즈쿠씨가 주저없이 승낙한 마당에, 리나씨가 콘트롤러를 조작한다. 


TV 화면이 레이스 도중부터 본체 홈 화면으로 전환되자 게임 자체를 슬립 모드로 만들었다. 리나씨 나름의 양해.


"청소해야겠네"


"…네"


일어서는 카스미 씨, 시즈쿠 씨, 리나 씨. 언니에게 「항상 너무 급합니다」 「알겠습니다」 「몇시쯤 도착합니까」라고 연달아 송신 


이어 세 사람을 쫓듯 일어나 방구석에 비치된 청소기에 손을 뻗었다.




바닥은 청소기를 돌리고 퀵클 와이퍼로 닦았다. 


테이블은 클리너로 청소. 불필요한 물건은 각각의 방에 밀어넣는다. 


추가 의자도 내고. 다과는 시즈쿠씨가 삽입으로 받은 약간 좋은 파운드 케이크. 


게다가 언니가 좋아하는 커피용 물도 끓여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날림공사이긴 하지만


"카오루코 선생님 앞으로 얼마 있으면 오는 거야?"


"앞으로 10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지금 보내졌으니 5분도 안 돼 올거에요"


"왜?"


"언니는 발 길이와 보폭의 크기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남의 언니에게 하면 안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방금 그건 정말 요괴 설정 같았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방에 인터폰의 음색이 울려 퍼졌다.


"5분은 커녕 3분도 안 됐는데?"


"네, 카오루코 씨네요. 지금 열게요."


카스미씨의 지적을 흘린 시즈쿠씨가 맨션의 입구를 해제한다. 


황급히 현관으로 향하는 도중에 다시 인터폰의 음색은 울려 퍼진다. 


이번에는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지만 현관문은 열렸다.


"야호-시오리코"


"오랜만입니다, 언,니…."


아연. 현관 앞에 울려 퍼지는 청천벽력. 


아니, 사람에 따라서는 놀랄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4명이 있는 가운데 놀란 것은 나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언니의 머리가 짧아져 있어. 나보다도. 베리 쇼트보다도 조금 긴 정도. 고등학교 졸업하고부터 계속 긴 채였는데.


멍하니 현관문을 연 채 서 있다. 그걸 무시하고.


"응, 오랜만이야"


언니는 내 머리를 톡톡 쓰다듬는다. 


결국 언니의 키를 따라가지 못하고 나의 성장은 멈췄기 때문에 옛날이나 지금이나 쓰다듬어 지기만 한다. 


그렇다고 해도 실제로 쓰다듬어지는 것은 꽤 오랜만이다. 


만날 기회 자체가 언니가 집을 나간 이후로 적어졌고, 셰어하우스를 시작하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따뜻하다. 그리운 감촉은, 어느샌가 부터 부끄러워서 털어내는 일이 많아진 것을 새삼스럽게 생각해낸다.


"카오루코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어서 오세요."


"오- 모두 오랜만이야~ 시오리코를 돌봐줘서 고마워"


그런 나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온 세 사람이 언니에게 인사하고 간다. 누나도 흐뭇한 표정으로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마치 유치원. 다 성인 여성인데. 나도 원아의 한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은 눈을 감고 싶다.


"응? 왜 그래, 시오리코"


그러자 언니가 굳은 채로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온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황급히 생각한 그대로의 말을 늘어놓다.


"아니 머리가"


"머리? 아아, 어울려?"


언니는 머리가 있었던 허공을 어루만진다. 그런 짓을 해도 머리가 흔들릴 일은 없다


충격까지는 아니다. 머리 길이야 언니의 자유이니까. 


단지 나의 기억중에서 가장 짧은 언니의 머리에 조금 놀라고 말았을 뿐이다. 그러니까.


"…네, 잘 어울려요"


조금 지나면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 시오리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세요. 차를 준비할게요"


"어서 오세요!"


"실례합니다. 미안해. 들고 온게 없어서"


언니가 현관을 지나간다. 그때 조금 긴장한 듯한 표정을 일순간 한 것처럼 보인 것은 기분 탓일까.


아니면 동생으로서의 감일까.



"언니 지금 커피 내릴게요"


"아…응, 알았어"


다이닝 의자에 앉은 언니의 대답을 듣고 평소 네 사람의 머그잔에 더해 손님용 머그잔을 찬장에서 꺼낸다. 


평소에는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인스턴트 커피를 자주 마시지만, 오늘은 좀 비싼 드립백 커피를 내리기로 했다. 


머그컵에 세팅하고 조금씩 물을 내려간다. 평소보다 좀 더 향이 좋다.


커피를 좋아하게 된 것은 언니의 영향이 크다.


언니는 스쿨 아이돌을 시작할 때부터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어서. 나도 따라하고 싶어했다.


언니가 스쿨 아이돌로 무대에 서는 모습에 푹 빠진 나는 언니가 하는 일마다 따라갔다. 


체력을 기르러 달리기를 하러 간다고 하면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필사적으로 달렸다. 


유연성을 단련하기 위한 체조를 하고 있으면 균형을 잡지 못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을 기억하고는 방에서 장난감 마이크를 들고 따라했다. 


그리고 언니가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커피를 마셨다. 


사실 써서 그때는 거의 못 마셨지. 언니가 깔깔거리며 웃고, 나는 볼을 부풀리기 일쑤였다. 


그 후 언니에게 우유와 설탕을 듬뿍 넣어서 카페오레로 만들어 달라고 하곤 했다.


그런 흉내내기의 나날은 언니의 눈물을 보고 나서 딱 멈춰버렸지만.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문득 생각이 나서 커피를 내려 마셔봤다. 


그때 언니를 따라하듯이. 


그러자 스스로도 놀랄 만큼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우유도 설탕도 안 넣어도. 


언니는 이런 맛의 것을 마시고 있었는지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자주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언니를 흉내내듯, 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 


그렇다고는 해도 그 근본에 언니의 존재가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일 것이다.


"부디"


그러는 동안에 다섯 잔의 커피는 다 됐고. 테이블로 옮긴다. 


담소를 나누던 네 사람이 이쪽을 본다. 각자 앞에 두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언니 오늘은 갑자기 무슨 일인가요"


설탕을 많이 넣는 카스미씨를 곁눈질로 언니에게 질문한다. 언니는 한쪽 무릎을 꿇고 내 쪽을 쳐다보다가 눈을 껌벅거렸다.


"에이, 시오리코의 얼굴을 보러 온 거야. 제대로 잘 지내고 있어? 같은. 뭐 셰어하우스가 계속하고 있으니까 별로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말이지"


"...저는 벌써 성인이 됀지 꽤 됐어요"


"재수 직후의 그 몰골을 보고선 걱정도 하지 않는 언니가 아니라구?"


기지개 켜는 누나. 내 심장에 꽂히는 말의 화살. '아~' 이런 표정을 짓는 세 사람. 그런 말을 들으면 약해진다


재수 직후의 나, 그것은 상당히 엉망진창이었다. 


식사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정신도 안정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머리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공부를 반복했다.


카스미씨가 셰어 하우스를 제안해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걱정할만한 이유는 있다. 그래도 가끔씩 연락은 하고 있고, 잘 지내고 있다는 것도 전하고 있다. 


원래 재수 생활은 이미 끝났다. 그렇게까지 파멸적인 생활을 하는 일은 이제 없다. 자기를 다스리는 것은 이제 잘하는 편이다.


"그건 미안해요… 하지만 이제 괜찮습니다. 잘 먹고 있고 잘 자고 있어요. 게다가 카스미 씨도 시즈쿠 씨도 리나 씨도 있으니까요"


다과를 먹기 시작한 세 사람을 보며 미소짓는다. 내친김에 머그잔을 잡고 커피를 후루룩 마셨다. 


맛있다. 잘 내렸다. 언니 입맛에도 맞을 거야.


"…그렇구나"


안심한 듯 미소 짓는 언니. 덩달아 나도 미소지었다.


"그럼 이제 괜찮겠어? 카스미, 시즈쿠, 리나. 계속 시오리코를 잘 부탁해


""네!""


큰 소리로 대답을 해주니 좀 쑥스럽다. 


보살핌을 받고 있는 기억은 없지만, 알게 모르게 3명에게 구원받고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이것 봐, 카오루코 선생님도 과자 먹어요, 이거 맛있어요!"


"그럼요, 커피도 맛있게 타셨으니까"


카스미상이 파운드케이크를 하나 언니 앞에 놓는다. 언니는 아직도 커피에 입을 대지 않았다. 그러자 누나는.


"아아…고마워…"


오른손으로 입가를 누르며 난감한 듯 웃었다. 그것은 현관에서 엿보였던 약간의 긴장과 같은 얼굴로.


"누나... 혹시 몸이 안 좋으신가요?"


"아, 아니...."


언니의 입꼬리가 살짝 어색하게 굳어진다.


역시나 뭔가 이상하다. 컨디션이 안좋았나? 무심코 일어나 언니에게 불쑥 얼굴을 들이밀다.


"엣 카오루코 씨 그래요?"


"언니, 무리하지 않으셔도--"


"잠.... 아니야 시오리코, 잠깐만"


그러자 언니는 당황한 듯 팔을 붕붕 흔들었다. 


그리고 상황이 불편한 듯 몸을 움츠리더니,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우리 네 사람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아, 아니, 미안해. 걱정시켜서. 진짜 몸이 안 좋은 게 아니야. 

그, 메시지로 해도 괜찮았는데.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직접 가족들한테 얘기하고 싶고. 특히 시오리코에게는. 

미안해, 실은 집들이 선물도 가져오고 싶었지만 가게에 들어가는 것도 조금 힘들어서... 아니 몸이 안좋아서는 아니야!

시오리코가 잘 있는지 보러 온 것도 사실이고"


"저, 언니……?"


떠오르는 물음표. 언제나 여유작작한 언니의 보기드문 여유 없는 모습은 나와 우리의 혼란을 조장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잠시 당황하고 있었더니.


"음, 있잖아, 시오리코."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급격하게 얽힌 신묘한 공기. 나도 자세를 고쳐앉고 숨을 들이킨다.


"…… 방으로 가야 할까요?"


"아, 아니, 괜찮아. 어두운 얘기가 아니니까"


언니는 그렇게 말하고는 쓱 숨을 들이마시고.


"실은 ----"




결국 그날 언니는 내가 내린 커피에 입을 대지 않았다.



베란다에 불어오는 부드러운 바람이 내 뺨을 어루만진다. 그 바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차갑고, 벌써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음을 알았다.


한 모금 커피를 마셨다. 언니가 남기고 간, 진작 식은 커피. 쓴맛만 강하게 느껴서 맛이 없어.


"아니, 언제까지 거기서 그렇게 할 거야."


"이제 해가 지니까, 몸을 식혀요 시오리코씨"


"마리오카트, 이어서 하자"


"아, 죄송합니다……"


세 사람이 거실에서 호소한다. 게다가 한순간 돌아보고,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왔다. 


기분 좋은 바람. 마리오 카트를 할 기분은 들지 않았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각오 같은 건 되어 있지도 않았고, 할 생각도 없었어. 


아니, 그것도 아닐 수도 있다. 각오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뭘 그렇게 충격받고 있어. 경사잖아"


어느새 옆에 와 있던 카스미씨가 묻는다. 옆에 보면 리나 씨랑 시즈쿠 씨도 나란히 있고. 신경을 쓰게 해버렸어.


"……그렇군요. 누나가 어디론가 멀리 가버렸다고 할까요……두고 가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세계는 일분일초 확실하게 가고 있고. 언니도 가고. 왠지 나만 멈춰있는 것 같아. 


그런 허무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감정이 지금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자.


"시오리코, 그거 카오루코 씨가 결혼했을 때도 똑같은 말을 했어"


"에"


리나씨로부터 들어간 날카로운 말. 고개를 숙이고 세 사람의 방향을 바라보니 카스미씨와 시즈쿠씨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저, 정말요?"


"정말이에요" "응응" "정말로-"


"네에……"


얼굴이 빨개지다. 기억이 말끔히 빠져 있다. 아무래도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어린 것 같아. 


가을바람과 식은 커피가 없었다면 수치심으로 얼굴에서 불을 뿜었을 것이다.


"뭐 그런 거야. 조만간 받아들일 거라고."


"그렇죠. 마음이 안정되면 해결될 거예요"


"어떻게 해도 답답하다면 우리한테 얘기해 주면 돼"


달아오른 몸을 그 말들이 식힌다. 한순간에 묘한 감정따위 날려버리는, 나의 믿음직스럽고 상냥한 친구.


아, 일단은 괜찮다. 나는 분명 카스미씨와 시즈쿠씨와 리나씨와 함께 나아가고 있을 테니까.


"뭐, 한번 열심히 해봐! 시오리코 '이모'?"


카스미씨가 그렇게 말하고 웃으며 거실로 돌아간다. 시즈쿠 씨와 리나 씨도 이어서. 나는 살짝 남아 있던 커피를 다 마신다.


"꼭 '시오리코짱'이라고 불려 보이겠어요"


달력이 한 바퀴 돌 때쯤이면 언니가 가장 머리를 쓰다듬는 대상은 내가 아닐 것이다. 


그걸로 상관없다. 그래야 하니까. 나는 더 이상 누나 흉내만 낼 아이로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세차게 부는 가을 바람. 싸늘한 몸을 비비며 방으로 돌아간다. 


이미 세 사람은 게임 준비를 마쳤고. 나도 모르게 조금 웃어버린다.


언젠가 또 언니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때는 한잔 더 준비하자. 


분명 나랑 언니처럼, 같이 먹고 싶어할테니까. 그리곤 써서 못마시겠지. 


언니랑 같이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고. 설탕이랑 우유를 넣어주자.


그런 날이 언젠가 찾아오기를.


언니의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지기를.




3-2) 로봇청소기를 사죠




집안일이 서투르다는 자각은 있다.


"시즈코, 청소기 제대로 돌렸어?"


"어? 돌렸는데?"


"먼지 많이 남아 있는데"


카스미씨가 가리키는 곳은 거실의 끝. 벽과 융단 사이. 청소기를 한 번 돌렸을 부분에 아직 먼지가 남아 있었다. 


한번 청소기를 통과시킨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오늘 청소 당번은 나였다. 장소는 다르지만 이렇게 지적받는 건 몇 번째일까.


"...죄송합니다"


"아니 별로 화내는건 아니니까. 다음부터 신경써줘"


그렇게 말하고 카스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심장이 불끈 아프다.


집안일에 서투른 자각은 있다. 본가에 있었을 때는 애초에 집안일을 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가사 전반을 담당하셨기 때문에 내가 굳이 할 필요가 없었고, 정기적으로 하우스키퍼 씨도 와주셨기 때문에 집은 항상 깨끗했다. 


나도 배우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공부에 매달렸기 때문에 집안일을 배우려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가정과 수업에서 배운 것 이상의 지식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취를 시작했을 무렵은 고생했다.


알고 있었다. 방이 마음대로 깨끗해지는 법은 없다고. 


그런데도 왜 손을 대지 않으면 하루가 다르게 방이 엉망이 되어가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먼지투성이의 방, 물때투성이의 싱크대. 곰팡이가 핀 욕실. 


생활을 거듭하면서 청소도 식사도 점점 적당해져 갔고, 집은 어느새 잠만 자는 곳이 되었다.


셰어 하우스를 시작하고 나서는 어느 정도 개선했다. 


공동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청소를 해야 하는 날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각각이 청소하는 자기 방도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시오리코씨가 가끔 말해주기도 하고 카스미씨의 체크도 가끔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셰어하우스 중에서 내가 가장 가사 능력이 낮다. 


원래 일하는 시간이 불안정해 가사당번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는 일도 많고, 집을 며칠 비우는 일도 흔하다.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다. 카스미씨는 원래 가정적이고, 시오리코씨도 대충 가족에게 주입 되었다고 한다.


 리나씨는 쉐어 하우스 시작했을 때는 나와 같은 레벨이었지만, 재택근무이기 때문에 가사를 맡을 기회도 많아 어느새 차이가 나 있었다.


솔직히 이대로도 불편한 것은 별로 없다. 내가 청소에 소홀해도 다른 누군가가 개선해주고 아무도 탓하지 않아. 나도 할 수 있을 때는 열심히 하고 있고. 


하지만 이 상황에 멍하니 있어서는 안 된다. 모두에게 계속 부담을 주는 것은 마음이 괴롭고, 나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내가 발목을 잡을 수는 없어.


어떻게든 해야지.



"그런 이유로 로봇청소기를 사죠"


""회상과 결론이 안맞지 않아?""


카스미씨와 리나씨로부터의 동시에 츳코미.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순 없다. 꺾일 수 없다. 울면 안돼. 왜냐하면 여자니까. 


시오리코씨는 조금 놀라고 있을 뿐이니까 좋아.


"어.... 아니, 이야기의 흐름상 나 앞으로 더 청소 열심히 하겠다 이런 선언을 하는 줄 알았는데"


"열심히 할 거야. 그래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개선하지 않으면 안돼"


"그렇게 개선 하는거야?"


오늘은 모두가 함께하는 저녁시간. 메뉴는 생강구이. 담소 속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모두에게 버금가는 청소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으로, 스마트폰으로 조사했다. 지인에게도 의견을 구했다. 지혜를 짜냈다. 


그리고 착착 진행된 결론은 로봇청소기였다.


"아니, 어떻게 그 얘기에서 로봇청소기를 사자는 결론이 나는거야"


"저기, 우선 이 중에서 제일 제가 청소를 잘 못하잖아?"


"시즈쿠씨,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지 않아도-"


"그건 그래"


"카스미씨?"


"그러니까 청소에 대해 여러가지 조사하고 있었지만, 청소는 제대로 하려고 하면 여간 수고가 아니야. 나로서는 청소에 너무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아"


사전에 스마트폰으로 조사했다. 청소에도 무수히 방법이 있고, 청소기 돌리는 방법 하나로 전혀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데 그걸 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아무리 있어도 부족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매일 쓰는 청소기 정도는 효율화해도 좋지 않을까"


"그래서 로봇청소기?"


"그래."


"아니 하고 싶은 말은 이해하지만……"


카스미씨가 머리를 싸맨다. 시오리코씨는 납득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리나씨는 「아-」하고 소리를 내며 쌀을 조금씩 먹고 있었다.


"로봇청소기 편리하다구? 매일 정해진 시간에 방안을 샅샅이 청소해 주는 거야"


"아니 로봇청소기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싶은 게 아니야"


카스미씨가 쓴 얼굴을 하면서 생강구이를 입에 옮겨 간다. 그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 있어 불만스럽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좋지 않을까 로봇청소기. 우리 부담도 줄어들고"


"리나씨!"


편이 되어 준 것은 리나 씨. 그러고 보니 리나씨의 친정에도 로봇청소기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효과를 알고 있다면 리나씨가 편들어 주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좋나요? 로봇청소기라는건"


"처음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먼지가 사라질거야"


"그렇군요. 본가는 일본식 방이 많았기 때문에 몰라서"


"아아"


리나씨가 납득의 소리를 지른다. 사전에 조사해 보니 로봇청소기는 성질상 다다미와는 궁합이 좋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룸쉐어에 일본식 방은 없어. 전면 바닥재. 그 점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음, 하지만"


"그렇게 싫어?"


"아니 별로 싫지는 않지만 말이야"


카스미상이 으르렁거린다. 불만이 아니야, 싫지 않아. 명확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닌데 무엇이 카스미씨를 괴롭히고 있는지. 전혀 몰랐어.


"돈은 내가 낼게"


"아니 그 부분이 아니야. 만약 산다면 모두 쓰는 거니까 돈은 낼 거라고"


"내가 고집 부리는 부분도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다시 카스미는 고개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금전적인 문제도 아닌가.


"성능이 불안해?"


"뭐 본가 2층까지 있었으니까 써본 적도 없고"


"여기 아파트니까 그럴 걱정이 없네. 배리어 프리 설계라 큰 단차도 없고"


"그렇네……"


카스미씨의 미간에 더욱 주름이 잡힌다. 성능 걱정도 아니다. 그러면 드디어 뭐야.


"시오리코씨는?"


"저는 현상황이 곤란하진 않기 때문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의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카스미 씨가 납득한다면 저도 찬성입니다"


시오리코씨는 중립. 그렇다면 나머지는 카스미씨를 설득할 뿐이다.


"카스미씨, 싫은 부분이 있다면 제대로 알려 주었으면 좋겠어"


젓가락을 한번 놓고 진지하게 카스미상을 바라본다. 그러자 카스미 씨는 속이 안 좋은 것처럼.


"아니, 괜찮은데 말이야... 로봇 청소기에게만 맡겨버리게 되는거 아닐까? 닿지 않는 곳이라던가 방치될 것 같아서 말이야."


"아아……"


카스미의 걱정은 그게 전부였다. 우리가 편해지는 건 좋아. 하지만 조잡해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단순하다. 어떻게 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면 된다.


거기는 내가 잘 할게. 약속한다


로봇청소기를 사는 것 자체가 나의 고집인 것이다. 이 정도 해야 한다


카스미씨에게 새끼 손가락을 내밀다. 손가락 걸고 약속


어이없다는 듯이 웃은 카스미씨는 「초등학생이냐」라고 말하면서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러자 옆에서 벌써 두 개의 새끼 손가락. 리나씨와 시오리코씨의 것.


"그럼, 로봇청소기가 닿지 않는 부분은 최소 주 1회 직접 청소할 것! 약속이야!"


"네!"


""손가락 걸고 약속! 어기면 바늘 천 개 삼키기! ""


새끼 손가락 네 개가 식탁에 올려져 있는데, 아마도 우리의 작은 맹세는 지켜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의미가 없어.


집안일에 서투른 자각은 있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자. 


밥을 다 먹고 나면 세세한 부분의 청소에 대해 알아보자. 


모두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두와 함께 나아가기 위해.




린냥이 2024.12.20 11: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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