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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문화제] 유우쨩, 졸업 (2)
글쓴이
시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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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5979309
  • 2024-12-19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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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지난 화 보기
· [문화제] 유우쨩, 졸업 (1)



'아유무가 좋아하는 거, 아유무가 좋아하는 거…'


아유무의 진로를 아유무 대신 유우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어찌보면 이상하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유우는 그런 것에는 일말의 의문도 갖지 않고 여전히 아유무에 대한 생각들 뿐이었다.


두 사람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니 아유무가 유우를 따라 진로를 정하는 것도 물론 납득이야 되지만…


'어째서인지는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역시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잘 찾아보면 분명 아유무에게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이 있을 거야.'


아유무가 어떤 길을 가던 유우는 그 길을 응원하고 등을 밀어줄 것이다.


하지만 아유무가 언제까지고 자신을 따라다니게 둘 수는 없다는 것이 유우의 생각이었다.


'앨범이라도 뒤져볼까? 어쩌면 단서가 있을지도?'


예전에 같이 찍은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는 두 사람의 앨범.


어릴 적 아유무와 같이 여러가지 활동들을 했던 기억이 나고 있었기에,


앨범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아유무가 좋아했던 게 무엇이 있는지 생각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검도인가… 이런 것도 했었지."


호구를 착용하고 목검을 든 채 환하게 웃으며 같이 찍은 사진.


아주 어릴 적에 검도가 멋지다면서 먼저 검도장을 찾아간 건 유우였다.


그리고 유우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아유무도 같은 검도장에 등록했고,


그 때 찍은 게 바로 이 사진.


'내가 금방 그만 둬버려서 아유무 엄청 곤란해했었지. 아무래도 나는 운동신경이 없었으니까.'


아유무는 어땠지?


유우가 검도를 그만둔 이후 아유무 역시 금방 그만뒀던 기억이 나는 유우.


역시 이건 아닌가?


"아! 수영장이다! 어린 아유무 수영복 귀여워~!"


수영도 했었던가? 


뭔가 운동이 많다고 생각하는 유우였다.


이것도 유우가 먼저 재밌어보인다며 도전했었고, 아유무도 금세 따라왔었지만 유우가 그만두자 같이 그만두고 말았다.


어라?


이거 어쩐지…


그리고 유우가 찾아낸 것들은 여러 운동에 도전했던 사진들 외에도,


3페이지도 채 쓰지 못 했지만 같이 소설가가 되보자며 썼었던 교환일기,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며 찾아갔던 항공우주관에서 찍은 사진,


게이머나 스트리머가 되자며 샀던 어린이용 게임기라던가 모형 촬영장비 세트,


그외 여러가지 좋아했거나 도전했던 것의 흔적들.


그리고 그 흔적들을 더듬으며 유우가 떠올린 기억들은 모조리…


'아유무는 …내가 무엇을 시작하던 항상 나와 함께 해주었어.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먼저 나에게 무언가를 하자고 한 적이 없었던 건가?'


유우가 무엇을 하던 그것에 따라와주는 아유무의 모습들 뿐.


아유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흥미를 가지는지 유우가 떠올리지 못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단 하나,


아유무가 먼저 유우에게 하자고 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 "스쿨아이돌. 해 보고 싶어!"


스쿨아이돌 활동.


분명 스쿨아이돌에 먼저 빠져든 건 유우였지만, 


유우는 스쿨아이돌부 폐부를 마주하고는 언제나처럼 쉽게 등을 돌려버리려고 했었다.


그 때 유우에게 스쿨아이돌을 하자고 권유한 것이 바로 아유무.


그 날 아유무가 유우 단 한사람에게만 보여줬던 무대를 아마 유우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유우가 아유무와 수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아유무로부터 받았던 유일한 권유.


머리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드는 유우였다.


'내가 설마…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건가?'


아유무는 지난 2년간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지금의 아유무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곧잘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고, 예전엔 부끄러워했던 귀여운 옷들을 입으면서 진심으로 기뻐한다.


작년에는 혼자 영국에도 다녀왔었지.


스쿨아이돌이 된 아유무는, 더 이상 유우만 졸졸 따라다니던 어릴 적의 아유무가 아니었다.


"그렇구나. 아유무는 더 이상…"


한층 더 강하고 빛나는 모습이 된 아유무를 떠올리니 안심이 되면서도 어쩐지 가슴 한 켠이 아련해지는 유우.


"그래도 다행이다. 아유무는 역시 스쿨아이돌에 진심이구나.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긴 했지만…"


그러면 대체 유우가 아유무의 선언을 들었을 때 느꼈던 불안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막연한 불안감.


진로를 정할 때 당연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압박감이었던 걸까?


두 사람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기로에 서 있으니까.


하지만 아유무라면 분명 잘 해낼 거야.


그렇게 애써 불안을 잊고 마음을 다잡으며,


아유무를 응원하는 마음을 굳게 다지는 유우였다.



***


'으으으… 그런데 대체 음악을 진로로 정한다는 건 어떻게 하는 거지? 나는 유우쨩이랑 달리 음악과도 아니란 말이야…!'


유우가 느꼈던 불안의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아유무가 지금 느끼는 불안의 정체는 다분히 진로에 대한 압박감이 맞을 것이다.


아유무는 유우가 짐작한 대로 정말로 스쿨아이돌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진로를 음악으로 정한다는 것은 시오리코가 말했던 대로 스쿨아이돌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아, 안녕?"

"Huh?"


그래서 아유무가 찾아온 곳은 니지가사키의 헬스장. 


한창 런닝을 뛰고 있던 스쿨아이돌 한 명이 고개를 돌려 인사를 건넨 아유무를 바라본다.


"아유무?"


그녀는 바로 쇼우 란쥬.


아유무를 확인한 란쥬는 서서히 속도를 낮추며 페이스를 가라앉히고,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기계에서 내려와 아유무에게 양팔을 뻗어왔다.


"아유무!! 하고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지만, 이렇게 땀투성이여서야 그럴 수 없겠네. 무슨 일로 찾아왔어?"

"저기, 란쥬. 조금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모만타이라! 아유무랑 이야기하는 거라면 언제라도 환영이라구!"


보틀에 담긴 드링크를 벌컥벌컥 마시고는 크게 숨을 내쉬며 아유무를 향해 미소짓는 란쥬.


이미 충분히 운동을 한 것 처럼 보이는 란쥬가 샤워하고 말끔하게 나오는 동안 아유무는 하고 싶은 말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1층으로 내려가 카페에서 음식을 조금 사고 나란히 앉은 란쥬와 아유무.


란쥬는 기껏 운동을 해놓고는 조각케이크나 디저트같이 당분이 높은 음식들을 잔뜩 가져다놓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란쥬에게는 무슨 볼일?"

"그… 란쥬는, 졸업하면 그 다음은 뭘 할 거야?"

"졸업? 진로에 대한 이야기?"

"맞아."


상쾌한 기분으로 단 것을 먹으며 기분이 좋은지 방실거리던 란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일단은 진학. 사회에 나가고 좀 더 실력을 쌓아서, 가업을 이을 생각이야."

"란쥬는 진학이구나. 그보다… 가업?"

"응. 홍콩에서 부모님이 하시는 일이 있거든. 진학도 홍콩쪽에서 할 것 같아."

"그렇구나. 굉장하네 란쥬는."


그러고보니 란쥬는 여러가지로 특별한 아이였지,


역시 태어난 집안도 특별했던 걸까? 하고 생각하는 아유무였다.


"그러는 아유무는? 무얼 할 지 정했어? 아! 란쥬한테 진로에 대한 상담을 하러 온 거야?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 해서?"

"아니, 일단 정하긴 했어."

"어떤 건데?"

"음악."

"음악?"


진지해지긴 했지만 여유가 있던 란쥬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진다.


'어라? 란쥬도?'


유우에게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아유무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아유무가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음악이란 말이지."

"응. 그래서 란쥬에게 방법을 물어볼까 하고 찾아온 거야. 란쥬나 미아는 뭔가 프로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조언을 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구나"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임하는 란쥬.


그녀는 옅은 미소와 함께 다시 고개를 들어 아유무를 바라보았다.


"음악 좋지. 아유무라면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래? 란쥬가 그렇게 말해주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 기분이네."


란쥬는 아유무가 잘 해낼 거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부러 달지 않은 걸로 고른 커피를 조금 입에 넣었다.


진지하게 상담에 임하기로 한 란쥬.


"아유무,"

"응?"

"아유무가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정한 건, 역시 스쿨아이돌이 좋기 때문이겠지?"

"맞아."


유우와 계속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지만 스쿨아이돌을 좋아하는 아유무의 마음 또한 진심이었기에 아유무의 대답은 확고하다.


"그렇다면 란쥬를 찾아온 건 잘한 일이야. 프로로서 음악인이 된다는 건, 스쿨아이돌로서 활동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니까."


란쥬의 손에는 어느새 커피도 포크도 들려있지 않았다.


입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지만 란쥬는 집중을 잃지 않은 채 애써 이야기를 계속해나가고 있었다.


"아유무에게는 지금 당장 음악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어. 아유무. 동갑내기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사회는 학교와 달라. 스쿨아이돌은 왜 한정된 시간 동안만 빛날 수 있는 걸까? 왜 성인이 된 아이돌들은 스쿨아이돌만큼의 반짝임과 두근거림을 전하지 못 하는 걸까? 아유무는 생각해본 적 있어?"

"그건…"

"그건 오로지 스쿨아이돌만이, 좋아하는 일에 순수하게 전력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야.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마음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여러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아무리 전력을 다해도 학생일 때 만큼 순수하게 빛날 수가 없게 되어버려.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는 거야."

"……."


비로소 란쥬나 유우가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던 이유를 알 수 있게 된 아유무였다.


마음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생긴다니,


아유무는 어른이 되는 것이나 사회로 나간다는 것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걸까?


하지만 아유무에게 진심으로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음악인으로서 활동해도 스쿨아이돌처럼 순수하게 빛날 수가 없다는 대목이었다.


'스쿨아이돌처럼 빛날 수 없어…? 그렇다는 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유우쨩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없다는 거야?'


유우는 스쿨아이돌을 정말 좋아해. 너무나도 좋아해.


하지만 생각해보면 스쿨아이돌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하는 프로 아이돌이나 음악인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유우가 좋아하는 건 오직 스쿨아이돌 뿐.


란쥬가 말한 대로, 유우가 좋아하고 열광하고 두근거림을 느끼는 건 스쿨아이돌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이나 그런 것들이라는 건가?


그럼 나는, 음악을 계속한다 해도…


유우의 최고가 될 수 없는 거야?


"라이벌들은 서로를 높이 올려주는 게 아니라 깎아내리기 위해 안달일 거야. 팬들은 아이돌을 지탱해주기도 하지만 금방 가십거리로 쓰거나 소모해버리거나 상처를 주기도 하지. 악의를 가지는 사람도 당연히 있어. 학생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일들이, 어른을 상대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아유무가 충격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이어지는 란쥬의 조언.


하지만 아유무의 귀에 란쥬의 조언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아유무에게 중요한 건 사회의 쓴맛이나 음악인의 고충 같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아유무. 이건 아유무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란쥬에게 조언을 구했으니까 해주는 말이야. 아유무에게 음악을 단념하라고는 하지 않을 게. 그러니 조금 더 생각해보고, 스쿨아이돌을 처음 시작했을 때 처럼, 음악이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없게 되면 그 때 다시 란쥬를 찾아와. 그럼 미아에게도 연락해서, 같이 전력으로 아유무를 도울게. 알았지?"

"……."


더 이상 스쿨아이돌일 수 없다는 현실에 결국 고개를 숙이는 아유무.


"응. 고마워, 란쥬."


아유무는 란쥬가 스케줄상의 이유로 돌아간 이후에도 한참이나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제서야 졸업이라는 단어가 실감이 나는 아유무.


'그렇다면 어떻게, 어떻게 해야…'


더 이상 스쿨아이돌이 아니게 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유무에게는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것은 보통의 스쿨아이돌이라면 당연하게 겪는 기분이기는 했지만,


아유무에게 다가오는 좋지 않은 기분은 거의 두려움에 가까울 정도로 커져만 가고 있었다.


스쿨아이돌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그녀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소꿉친구의 존재 때문에.

데이 2024.12.19 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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