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문화제] 유우쨩, 졸업 (1)
- 글쓴이
- 시아우
- 추천
- 5
- 댓글
- 4
- 원본 글 주소
- https://gall.dcinside.com/sunshine/5976286
- 2024-12-16 15:45:49
"아유무, 무슨 생각 해?"
"응?"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시린 계절.
우에하라 아유무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교정 앞 분수대에 앉아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문득,
소꿉친구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유우쨩…"
"무슨 생각 하냐니깐? 멍~ 하니 앉아서."
자연스럽게 아유무의 옆자리에 앉는 타카사키 유우.
유우는 아유무가 무엇보다도 좋아하고 소중하게 여겨 마지 않는 그녀의 소꿉친구였다.
"아무것도. 그냥 바람이 좋아서."
"그래? 그래도 너무 차가운 바람은 맞지 않는 게 좋아. 아유무는 봄에 피는 꽃 같아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어쩐지 불안하니까."
"유우도 차암~"
또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두근거리는 말을…
유우는 저런 말을 아무에게나 하고 다니는 못 말리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아유무는 그런 유우의 상냥함을 좋아한다.
어느새 아유무의 옆으로 바짝 붙어앉아 스마트폰을 꺼내는 유우.
"그보다 아유무, 이것 좀 볼래?"
"응? 뭔데?"
"이번에 러브라이브 역사상 최초로 2연속 우승한 그룹이 나왔대! 이름은 리에라라고 하는데…"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결국 또 스쿨아이돌.
역시 유우는 별 수 없는 걸까?
언제나 스쿨아이돌만 생각하는 유우를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져오는 아유무였지만,
아유무는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몰두하는 유우의 모습도 좋아하고 있었다.
"작년 준우승자이자 라이벌이었던 마르가레테쨩이 합류해서 더욱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지 뭐야? 이 정도면 역사상 최초의 2연패를 달성할 만 하지? 또 여기 이 토마리라는 멤버는 나츠미쨩의 여동생이라는데… 하루카쨩도 니지가사키에 들어왔으면 이 두 사람처럼 활동했을까? 아아,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 일어났지 뭐야! 러브라이브 2연패라니!"
"러브라이브…"
"응! 러브라이브!"
"우리도 참가해 볼 걸 그랬나?"
"…어?"
순식간에 흐르는 정적.
시끄럽게 떠들던 유우가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고 그녀의 입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자,
아유무 역시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아아, 나란 바보…! 유우쨩이 러브라이브 우승자에 대한 이야기만 하길래 나도 모르게……!'
"아, 아니야…! 러, 러브라이브같은 거 역시 나가지 않아도…!"
"아유무는 역시 아쉬웠던 거야?"
"아, 아니?! 그런 거 전혀……!"
"사실 나도 그래."
"……응?"
고개를 숙이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유우,
자기 때문에 유우가 저런 표정을 짓는다고 생각하니 아유무는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제 곧 졸업이잖아. 아유무가 더 이상 스쿨아이돌일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역시 한 번 쯤은 도전해보는 게 좋지 않았나 싶어서."
"……."
그렇구나. 지금 두 사람이 보내고 있는 시간은 3학년의 겨울.
두 사람은 앞서 엠마나 카린, 카나타가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중이었다.
세 사람이 그랬던 것 처럼 충실하게 지금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끝이라는 것은 찾아온다.
지금에 최선을 다한다고 미래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교 생활의, 스쿨아이돌의, 끝이…
"아유무가 나가려면 아즈나인가? 아아, 세츠나가 들어가는구나. 그럼 작년에 마르가레테쨩이 그랬던 것 처럼 솔로로 출전을 했다면…"
"저기, 유우쨩."
"응?"
"나는… 나는 괜찮아. 별로 후회가 남는다거나 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
별다른 표정 없이 아유무를 바라보는 유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우는,
언제나처럼 아유무를 향해 가볍게 웃어주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떠들썩했던 리에라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가고 두 사람은 나란히 분수대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바람이 두 사람의 앞뒤로 불어오고 있어, 두 사람은 더욱 가까이 어깨를 맞대 몸을 붙였다.
스쿨아이돌이나 러브라이브보다 중요한 것,
아유무의 지금은 바로 이 곳에 있었다.
이렇게 유우와 어깨를 맞대고 함께 하늘을 바라보는 이 시간.
아유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지금이란 바로 이 시간을 말하는 것이었으니까.
'리에라. 리에라인가…'
어깨를 맞댄 유우를 느끼며 생각에 잠기는 아유무,
러브라이브 2연패를 한 그룹인 리에라라면 아유무도 익히 알고 있었다.
리에라의 연패소식에 한껏 들뜨는 유우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가슴 한 편이 꾹 눌리는 것 같은 기분.
내가 졸업해도 유우는 스쿨아이돌의 열렬한 팬이겠지.
나는 더 이상 스쿨아이돌이 아니게 되는데, 유우는 여전히 스쿨아이돌을 통해 꿈을 좇는다니!
어째서 스쿨아이돌은 학교에 다니는 동안만 활동할 수 있는 걸까?
유우가 제일 좋아하는 스쿨아이돌은 지금은 당연히 나일테지만,
내가 더 이상 스쿨아이돌이 아니게 되면 당연히 유우는 다른 스쿨아이돌을 좋아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유우의 마음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리에라 같은 실력 있는 그룹이 유우의 최애가 되는 걸까?
아아, 싫어.
유우에게 있어 최고가 아니면 싫어.
유우가 가장 좋아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쫓아다니는 것은 앞으로도 스쿨아이돌일텐데,
나만이 스쿨아이돌이 아니게 되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 거지?
유급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저 멀리 산골 마을 어느 학교에는 유급으로 4년을 활동했던 스쿨아이돌이 있었던 것 같기도…
** "엄마! 아빠!"
'……!'
문득 아유무의 머릿속에 스친 건 리에라의 상하이 공연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때 리에라의 멤버였던 탕 쿠쿠는 분명…
'졸업하고 나서도, 음악의 길을 걷겠다고 했었어.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리에라의 상하이 공연에서 멤버인 탕 쿠쿠가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자신의 진로를 통보한 일이 있었다.
스쿨아이돌… 끝내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아니. 더 이상 스쿨아이돌은 아닐테지만,
탕 쿠쿠처럼 음악을 계속해나간다면…
"유우쨩!"
"응?"
갑자기 허리를 벌떡 세우며 일어나 유우를 바라보는 아유무.
기대고 있던 아유무가 갑자기 일어났기에 잠시 휘청거렸던 유우였지만,
이내 유우는 자세를 잡고 아유무와 마주보았다.
"나 있지, 결심했어."
"응? 뭐를?"
"졸업하고 나서도 음악을 계속하기로."
"?!"
아유무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깜짝 놀란 유우.
그녀의 얼굴에는 딱 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있었다.
"유우쨩은 음악과지?"
"어…, 어. 맞아."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해나갈 거고, 계속 스쿨아이돌을 좋아하는 유우쨩일 거야. 맞지?"
"으, 응…"
"그렇다면 나 역시 계속 꿈을 좇을 거야. 그러니 유우쨩은 언제까지나 나를 응원해줘. 알았지?"
"……."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아유무를 멍하니 바라보는 유우.
'어라? 나 지금 뭔가…'
하지만 그런 유우의 표정은 아유무가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기 직전에,
"응! 당연하지!"
미소로 바뀌어버린다.
유우의 웃는 얼굴을 보자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아유무.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공원을 거닐거나 한펜을 보거나 하다가,
동호회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다시 손을 맞잡고,
차가운 바람을 뚫고 동호회실로 바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
"저기…"
"?"
갑작스레 학생회실로 찾아온 유우.
시오리코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차분하게 유우를 맞이해주었다.
"유우 씨가 여기를 찾아오다니 별일이네요."
"잠시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예, 얼마든지."
타이밍 좋게 학생회실에는 시오리코 혼자 남아있었던 상황.
두 사람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소파에 마주 앉았고,
이내 시오리코가 간단하게 차를 내와 유우의 앞에 두었다.
"다름이 아니라, 아유무의 일 때문에 찾아왔는데…"
"아유무 씨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응. 아유무의 진로 때문에. 적성에 관한 거라면 역시 시오리코가 아닌가 해서."
"으으… 타인의 적성에 대해 그다지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우 씨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 시오리코. 그게, 그러니까…"
차분하게 아유무와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유우.
저번에 들었던 아유무의 갑작스러운 진로선언은 유우에게 있어 상당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때의 그것은 유우에게는…
"아유무가 어쩌면 나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버린 게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들어서 말이야."
"유우 씨 때문에요?"
"응. 내가 스쿨아이돌을 좋아하고, 또 음악과에서 진로를 결정할 것 같으니 그에 맞추려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자기 때문에 아유무가 성급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유우는 아유무가 어떤 꿈을 가지고 나아가건 전력을 다해 응원하고, 받쳐주고, 등을 밀어줄 것이다.
하지만 아유무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고민하거나 마주하지 않고 무작정 나아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물론 아유무가 진로를 가볍게 생각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불안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
유우는 결국 시오리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 것이다.
"으음… 그건 그대로 보고만 있을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그치? 시오리코도 그렇게 생각하지?"
"아유무 씨라면 음악에 대한 적성은 충분하다고 여겨집니다만, 스쿨아이돌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심각하게 고민을 받아주는 시오리코.
일단 시오리코 또한 이 고민을 고민으로서 받아주는 것이 유우에게는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아… 역시 시오리코를 찾아오길 잘했어."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시오리코가, '아유무가 음악을 한다는 게 뭐가 문제인 거지?' 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었으니까."
"유우 씨가 무언가 탐탁치 않게 느끼셨다면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겠죠. 충분히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다행이다~"
크게 한숨을 쉬고는 시오리코가 내온 차를 들이키는 유우.
다도에 진심인 시오리코가 내온 차답게 씁쓸하지만 깊은 맛이 우러나오는 맛이 좋은 차였다.
학생회실에 항상 이런 차가 있는 건가?
"아무튼 아유무가 나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으면 해. 무슨 방법이 없을까?"
"음… 아유무 씨의 적성이라……."
심각하게 고민하며 똑같이 차를 한 모금 마시는 시오리코.
학생회실의 차에는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도 있는지 금세 답을 내어놓는 시오리코였다.
"아유무 씨가 스쿨아이돌 이외에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방법이 가장 시도해 볼만 하겠죠. '아, 나는 이런 것도 좋아했었지.'하는 느낌으로요."
"아! 그거 좋겠다!"
"유우 씨는 알고 있나요? 오랜기간 같이 생활한 소꿉친구니까, 아유무 씨가 흥미를 보이거나 했던 일이 있었다면 기억하고 계시겠죠."
"……응?"
'아유무가… 좋아하는 거? 스쿨아이돌 말고… 다른 거?'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진 유우.
지금 그녀의 머릿 속에는…
'그게 대체… 뭐가 있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아유무와 함께 시간을 보냈음에도,
아무것도.
aewJsdysl | 오 뒷내용 궁금하다 | 2024.12.16 15:48:44 |
야부시마아카네 | 다음편주세요 | 2024.12.16 15:49:16 |
양털책갈피 | 2024.12.16 15:52:13 | |
데이 | 2024.12.16 15:59:5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