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 푼 안내는, 심지어 난죠요시노님의 팬인지도 모르겠는 사람들의 눈치를 그렇게 살피다 보니까 굉장한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평소에 제가 지도교수님 눈치도 그렇게 안보는 사람인데, 하물며 쌩판 모르는, 내 인생에 하등 도움도 안 될, 심지어 익명 뒤에 숨은 사람한테 내가 왜 그렇게까지 굽신거려야 하는지.
그리고 일러스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적어주신 분들 중에서도, 의견을 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만, 죄송하게도 그분들이 정말 제 공지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신 것인지도 회의가 들었습니다. 저는 그 일러스트 초안 그릴 때 시행착오를 거치느라 눈 그리는 데에만 5시간 넘게 썼고(심지어 그럼에도 눈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그렇지만 모금을 하려면 근거로 대충 시제품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림 특성상 (명암을 표현하지 않은)스케치만으로는 그림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억지로 주먹구구식으로 나머지 부분을 1시간 반만에 완성해서 보여드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눈에 보기에 급 떨어지는 그림이 되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수정 전 공지글에 (소요시간의 의미로)10% 완성도인 그림이라고 적은 것이고, 눈 말고는 다 다시 싹 다 지우고 그릴 그림이었는데, 제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사실을 감안할 때 그렇게 엉망인 그림은 아니었습니다.
다시 없을 수도 있는 내한인만큼, (조금은 아프겠지만)그래도 애초부터 모금 없이 모든 금액을 다 부담할 수도 있었고, 실제로도 모금 현황을 보아하니 거의 모든 금액을 사비로 부담하게 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획을 계획한 것은 일본 현지의 팬분들이 그러듯이, 한국에서도 팬들이 으쌰으쌰하는 모습을 보시면 난죠요시노님 본인도 좋아하지 않으실까 하는 마음에서 한 것인데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하고 으쌰으쌰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이 사람들이 과연 같이 으쌰으쌰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인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디시답지 않게 정상적이게 좋은 말씀을 해주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큰 금액을 선뜻 모금해주신 분들도 계시고, 그분들께는 정말 감사드립니다.건설적인 비판은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징징대실 분들은 저하고 대면해서 하시든지, 아니면 적어도 zoom으로라도 서로 캠켜서 얼굴 맞대고 대화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
이거 전부 저 총대 글인데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