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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코즈대회] 너와 함께 노래하고 싶어
글쓴이
HiK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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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5850433
  • 2024-08-17 14:10:34
 

악기란 참으로 매력적인 기구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 등... 모두 제각각 연주하는 방법도, 내는 소리도 다르지만,

나의 손짓, 악기를 드는 몸의 움직임, 내쉬는 숨의 세기 그리고 길이와 같이, 내 의지로 행해지는 모든 움직임에 답하여 인간의 목으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를 자아내어 준다.

어느 때는 고요하면서 우아하고, 또 어느 때는 격정적이면서 날카로운 그 음악은, 심상을 잔잔하게 가라앉히기도 하며, 어느 때는 또 요동치게도 휘저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지금 내가 연주하고 있는 피아노 또한, 두드리는 건반의 위치에 따라, 건반을 두드리는 손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그 여러 개의 현들이 노래하여 울려 퍼뜨리는 그 소리는 이어져가는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이내 아름다운 음악을 구가하며 연주한다.

일찍이 목소리 그리고 몸짓으로 만들어내는 예술에 심취하여 이 길을 선택하지 않은 나였지만, 이 울리는 소리가, 그 소리를 연주하는 시간마저 싫어진 것은 아니다.

누가 감히, 이 아름다운 음악을 멋들어지게 연주해 내는 기구를 싫어할 수 있으리랴.









창문에 머리를 빼들고 기대 가만히 창밖을 바라본다.

저녁놀의 볕이 이르는 하늘에 어스름이 섞인 보랏빛의 색채가 아름답다. 나는 그 몽환적인 색에 취해 그런 하늘을 한참을 올려다보다, 시선을 돌려 해를 가려가는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하늘의 빛깔에 물들여진 노란빛 뭉게구름을 바라보다 이내 눈을 감고 불어들어오는 바람에 집중한다.

바람이 선선히도 부는 해질녘이다. 석양이 쬐는 살갗에, 푸르름을 나르는 바람이 슬쩍 스칠 때마다 느껴지는 온도 차이가 나쁘지 않다. 산들거리는 바람을 그렇게 한참을 느낀다.

이번엔 귀를 기울여 소리에 집중한다. 아무도 없는 교실의 고요에는 자연의 소리만이 스며드는 듯 하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를 흔드는 소리가 가끔씩 쫓아내는 그런 한산한 배경음이 잔잔히 들려오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이다.

나는 기대는 것을 멈추고 일어나 교실 구석에 조용히 덮여져 있는 피아노를 바라본다. 나의 음악을- 그에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려나. 그 자리, 석양에 드리운 그늘과 볕의 경계선에 위치한 의자에 걸터앉아 피아노의 건반을 살살히 어루만져 간다.

한 음, 한 음이 겹겹이 쌓이고 이어져 울려 퍼지는 피아노의 선율.

그 소리가, 바람 소리와 어울려져 상당히 기분이 좋다.



“아... 이 소리. 역시 코즈였구나.”



그녀- 유우기리 츠즈리가 울리는 음악 사이로 조용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정말이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또 어디서 여길 찾아온 건지, 행방을 특정할 수 없는 아이라니깐.

그녀는 피아노 앞 책상에 엎어져 앉아 음악을 연주하는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한껏 미소를 지으며, 어느 때는 음악에 맞추어 신난다는 듯 아이같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기도 하며, 어떨 때는 소리에 맞추어 조용히 흥얼거리기도 하며. 내 신경쓰는 눈치에 그녀는 자신을 상관하지 말고 계속 연주를 들려달라 하였지만, 저렇게 존재감 큰 애가 옆에 있어서야...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내 나는 그녀에게 권한다, 나의 음악을 반주 삼아 노래를 해 보지 않겠냐고.



“어...? 음, 코즈의 부탁이라면. 응, 할께!”

“부탁이라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 뭐 그럼, 음악은 내가 선택할게!”



이내 내가 연주해 나가는 음악에 맞추어, 그녀는 피아노의 소리에 뒤지지 않는 아름답고 독특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나간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이젠 흥이 돋구었는지 슬금슬금, 그리고 점점 큰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마치 넓은 풀밭을 자유로이 소요하는 것과 같이, 청명한 바다를 유려하게 헤엄치는 것과 같이.

볼 때마다 넋이 나갈 정도로 압도되어 버리는, 그녀의 아름다운 동작이다.

그녀의 존재가, 이 공간을 넘칠 정도로 채운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그녀의 춤과 노래가 좋았다.

축복받은 체구, 독보적인 목소리, 매끄러운 춤선. 수려한 외모의 그녀가 무대에 올라 보여주는 그 예술은, 가히 나를 포함한 모두를 압도하고 매료할 만한 아름다움이었다. 그런 그녀의 곁에서, 같이 노래부르고 춤 출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지.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어 끌려 나온 과거의 향기에- 괜스레 향수가 느껴진다.



아직까지도 마음을 쓰라리게도 아리는 기억이지만 추억 한 켠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풍경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스쿨 아이돌부, 그 안에 혼자서 쓸쓸히 석양을 바라보고 있던 그녀의 옆얼굴의 모습. 사치 선배와 메구미가 떠난 그 때의 시절의, 나와 그녀 둘만이 남았었던 그 시절의 기억이다.

난 그 때를 언제까지나 추억한다. 단 둘, 단 둘- 이라는 두 글자의 단어가 마음을 공연히 간지럽힌다. 그녀와 가장 가까웠던 그 때, 어쩌면 그녀와 속을 터놓고 이해할 수 있게 됐을지도 모르는 그런 때.

허나 난 그녀를 동경할 뿐이였으며, 좇고자 했고, 그녀의 옆에 있지 못했다. 그때의 우리 둘은 맞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그녀를 이용했고, 그녀와는 엇갈리기만 할 뿐이었어.



어느새, 한 곡이 끝난다.



"후... 수고했어, 츠즈리. 역시 츠즈리네, 갑작스럽게 한 요청인데도 말이야."

"코즈, 한 곡 더."

"응?"

"한 곡 더. 아직 마음, 다 안 풀린 거지?"



...하하. 정말,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빠르다니깐.

음악은 연주자의 심상의 상태를 비춘다. 행복한 마음은 행복한 음악을, 우울한 잡념은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을 만든다. 그리고 그녀의 음악적인 감각이라면... 내 마음을 알아채지 못할 그녀가 아니다.

그럴 때 한 곡 더- 라니, 후훗... 그녀의 순수함에 상념들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듯 하다. 그녀를 앞에 두고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을 한 걸까. 나도 그녀처럼 조금은 단순하게, 이 순간을 그저 즐기면 되는 게 아닐까.



"후훗. 츠즈리, 눈치가 빠르네."



그 말과 함께, 나는 다음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다시금 흥겹게도 울려 퍼지는 나의 소리에 안심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저 미소가 좋다. 아름다운 얼굴에 피어나는 그 웃음꽃이 좋다. 그 웃음을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 좋다.



우리 둘은 이제 똑바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둘이 함께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그녀 곁에 사야카 쨩이 있고, 내 곁에 카호가 있으니까. 각자 대등한 위치의 스쿨 아이돌으로써, 때론 경쟁하고, 때론 합을 맞추기도 하면서 우리들은 점점 성장해 나가고 있다. 너무나 행복한 순간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하지만.... 조금은 이기적이라 할 지라도, 이러한 순간들이 조금은 그리웠어. 너와 함께 노래하고 춤 추며, 내 곁에 유일하게 남아 준 그런 너와 단 둘이 있는 그 순간들이.

맹해 보이면서도 예리하고 따뜻하며, 누구보다 마이페이스인 듯 하면서도 속으로만 끙끙 앓고야 마는 내면도 있기도 하고. 누구보다 특이하지만 허나 특별하고, 또한 누구보다 올곧고 순수한 아이. 그런 츠즈리가 좋으니까, 그런 츠즈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으니까.

다시금 그녀와 단 둘이서 노래하고 춤추는 지금의 시간... 단지 지금이 난 너무나 아름다우니까, 아무런 걱정 없이 이 시간을 츠즈리와 보내고 싶다.



주황빛 빛에 비추는 그녀의 옆얼굴이 아름답다.



"휴... 수고했어, 코즈. 코즈와 노래한다는 거... 역시 좋아."

"츠즈리, 마지막으로 한 곡 더 하지 않을래? 이번엔 나도 연주하면서 같이 부를 거라구!”

"...좋아! 마음이 완전히 다 풀린 모양이네, 코즈!"



우리의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금 피아노의 반주는 시작된다. 그 반주에 난 평소와는 다른 강단 있는 기교를 섞어, 나의 기분을 한껏 더하여 표현해 본다. 즐겁게, 누구보다 즐겁게. 우리가 스쿨 아이돌을 좋아했던 이유를 담아서- 그런 울림을.

피아노 소리가, 노랫소리가 점점 고조된다.









나에게선 그녀와 맞추어 노래하는 나의 목소리가 울린다.

내 손끝 너머에선 나에게 화답하는 피아노의 소리가 울린다.

교실 한가운데에선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발소리가 울린다.

창문 너머에선 바람 소리가 은은하게도 울린다.





울리는 소리가 무척이지 기분이 좋다.



____________

예전에 올린건데 클리너 돌리다 이것마저 지워버려서 다시올림

클리너 사용은 항상 조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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