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두서없는 글이 될 것 같아 미안하다
나는 13년 부터 작년까지 10년의 시간을 러브라이브를 메인으로 해왔음
지금은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눈나들 주역으로 나오는 동네에서 근근히 벌어 먹고 살고 있고
러브라이브에 시간을 그다지 쏟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내 근본은 러브라이브고, 그것을 잊지 싶지 않음
사실 이미 부외자인 사람이 이런 푸념하러 다시 기어들어온게 썩 좋아보이진 않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그냥 끙끙 앓기만 할 것 같아 양해 좀 부탁함
솔직히 탈덕했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고 은퇴했다고 하고 싶은데
작년에 은퇴를 하게된 건 만성적인 불치병인 뮤즈 파이널 PTSD를 달고 살면서
코로나 이후에 이어지는 악재들이 현역의 삶을 받아드리기에는 내 감정이 너무 닳아있고 삐걱대고 있어서가 아닐까
과거의 사건들에 대해 언급하는 건 그렇게 쿨해 보이지는 않고, 사실 뮤즈 파이널을 겪은 그 시점부터 내 감정은 이미 넝마와 같은 상태였겠지
더 이상 일선에 설 수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게 맞는 이치이겠지
아무래도 좋을 자기소개는 여기까지로 하고
아쿠아가 걸어왔던 길을 되짚어 보잖아 아직도 가슴이 복받쳐오르는게 사실이다
첫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눈물을 보인 안쨩의 모습이 아직도 훤한데
어느덧 돔 뚜껑은 케이크를 먹듯이 따버리는 그룹이 됐으니깐
혹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룹이라고 하는데, 당신들이 물려 준건 기울어가는 시리즈 간판과 적개심 밖에 없지 않았나?
솔직히 그 당시에 덕질을 해봤던 사람이면 알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 팬들도 그 적개심에 맞서는건 쉬운일이 아니였는데
나마쿠아 당사자들은 어땠을지 생각해보면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이런 풍파를 겪었기에 우리는 강했던것 같음
당시 모든 이벤트들이 시리즈를 가리지 않고 얏카이들에게 홍역을 앓던 시기였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았음
서울에서 시작된 불꽃이 태평양을 건너서 LA에서 타오르고 다시금 서울에 되돌아 왔을 때,
결국에 그 불꽃이 베루나돔을 수놓은 무지개가 되었던 날은 잠을 이루지 못하였음
나는 한때 사회현상이라고도 불렸던 뮤즈의 활동도 지켜봤지만,
이러한 점을 미루어봤을때 진정한 의미의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커리어하이는 아쿠아가 아닐까 싶음
어쩔때는 장난끼 많고, 어쩔때는 강인하고, 또 어쩔때는 여린 모습도 아쿠아였지만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눈부시게 찬란했던 아쿠아였다
비단 아쿠아 만이 그랬던 것이 아니라 나와 내 옆에 있던 물붕이들이 마음도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런 아쿠아도 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다음을 마지막이 된다는 것이 애석할 따름임
물붕이들끼리 어깨를 맞대고 서로 빛나는 마음을 꺼낼 수 있는 자리도 이것이 마지막이겠구나
사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고 이런 날이 올거리라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음
나는 아쿠아가, 러브라이브가 너무 좋았고 그런 날이 오는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너무 아팠다
좋아하는 만큼 아파서, 더 이상 아파지는게 싫어서 그 날이 오기 전에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아픔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서 한번 도망간 신세지만, 도망친 끝에 낙원 없다고 나에게도 예외가 주어지지는 않는구나
이런 글을 쓰면 버티지 못할 만큼 아프구나
내가 다시 일선에 설 가능성은 없겠지만 먼 발치에서 앞으로 이어질 러브라이브 시리즈와 그 팬들의 앞길에 무한한 축복이 있기를 빌겠다
갤 분위기 더 우울하게 만드는 글 써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