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만 20년가까이 판사람임. 우선 심심한 위로를 전하면서 내가 겪었던 상황들과 그때의 생각들을 공유해보고자 함.
참고로 우리도 겨우 숨통트인수준이지 선배팀들 죄다 상황이 말이 아닌지라 강건너불구경 이런거 아님. 여전히 불났고 아직도 못껐음.
1.
우리같은 경우에 먼저 다가왔던건 본가였다.
명시적인 파이널같은건 없었지만 10주년후 사실상 활동이 대폭 축소됐고 심지어 10주년때도 전원참석을 못했었지.
공식이 앞으로도 활동한다는 말은했지만 정기라이브도 싹 없어졌고 몇년에 한번씩 게임에 나온다던가, 아주 드물게 음반이 나온다거나 정도.
실질적으로 단독 작품으로서의 수명은 거의 끝이났다. 그나마 다행인건 밀리랑 한지붕 아래라 간접적으로라도 볼수는 있었다는거.
2.
다음은 데레 밀리 사엠. 이쪽은 각각 10주년을 이미 넘겼거나 코앞이다.
알지모르겠지만 사엠은 이미 게임이 죽었고 데레는 개발사가 직접 "서비스축소"를 선언해서 말라죽어가는 상황, 밀리는 결사대만 남아있지.
데레는 최근 투어를 빙자한 라이브를 했지만 캐퍼가 1~2천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출연진도 10명이 안될만큼 적었었다.
물론 그다음에 다시 20~30명짜리 라이브가 예정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론 차츰차츰 규모는 축소되어가고 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
음반부터 거의 마침표를 찍은 상황이다. 아마 같은 레이블로는 더이상 안나올거라 생각함. 게임도 언제 끝을 고할지 모르고.
밀리도 10주년을 넘겼고 전원출연으로 겨우 고점을 찍었다고 보기때문에 앞으로는 조금씩 줄여가며 소소하게 해나가지 않을까싶다.
신게임이 2년도 안되서 접힌 사엠은 더 말할거도 없지. 이쪽은 팬들도 거의 포기상태.
3.
본가때도 그랬고 데레,밀리,사엠때도 그랬지만 그때마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때마다 시리즈를 지탱해야할 기둥들이 뽑혀져나가는 감각이였고 앞으로 어떻게할 생각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거든.
몇번이고 공식을 향해 성토해봤지만 당연히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화가나기도 하다가 그이후엔 답답함이 이어지는 시간이 찾아왔고
그다음엔 포기하기에 이르렀지. 팬입장에서 할수있는게 뭐 없더라고. 공식이 결정하면 그걸로 끝인거지.
4.
매번 같은 경험을 반복하면서 내린 결론은 이 업계에서 시리즈가 이어질려면 후발주자들이 바통을 이어받는거 뿐이라는거였다.
이유는 간단하게도 그들도 사람이니까. 10년이나 활동하면 젊어도 20대 후반, 많으면 30대 초중반도 가고(우린 40대도 있었다)
성우로서 활동의 폭을 넓히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든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거지.
물론 언제까지고 무대앞에 서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들도 30이넘어가면 어디 한군데 몸이 고장나고 아프기 시작하더라.
젊을때야 할수없던걸 할수있게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반대로 하던걸 못하게되는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온다.
당사자들은 오죽하겠어. 물론 요즘엔 관리를 잘하니까 30중반까지도 무대에 오르는게 불가능한건 아니지만 점점 예전같지 못함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는데
그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다. 팬들의 이상향은 늘 한결같은 실력과 퍼포먼스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쪽 본가성우들만해도 출산겪고 무대 오르는걸 포기하려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잠깐 쉬었는데도 자신이 없어지고 못할거 같아진다더라고.
그들이 겨우 마음을 돌려서 무대에 오르는데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성우분들을 무대에 올리는건 우리가 아니고 그들 자신의 선택이기도 한거지.
다행히 그들을 다시 무대로 올린건 후배들이였다. 후배들이 선배들을 리스펙트하면서 계속해서 공간을 마련했고 그게 동기가 되어주더라.
한 본가성우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후배들은 우리 덕분에 자신들이 이렇게 무대에 설수있는거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후배들이 명맥을 이어줬기에 우리가 여기에 있을수 있는거'라고.
5.
그래서 시간이 약이고 조금씩 마음의 정리가 되더라. 오히려 오래 얼굴을 보려면 그들도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야하고 그건 팬들도 마찬가지다.
계속해서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달라는 요구가 갑자기 나의 독단스러운 아집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나는 많은걸 내려놓게 됐다.
그들도 마음같아선 15년 20년 하고싶을거다. 그러나 점점 할수있던걸 못하게 되고 그 과정을 팬들한테도 보여줘야 한다는건 큰 고통이다.
그런 의미에선 차라리 10년즈음으로 마침표를 한번찍고 그다음부턴 명예의전당 느낌으로 조금씩 얼굴만 보여줘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이 들게되었다.
예전처럼 무대에서 자주 만나진 못해도 성우로서 보폭을 넓혀가거나 개인 활동을 하거나, 어떻게든 계속 볼수있는 기회가 있는것만으로도 소중한거더라.
그리고 현실적인면에선 10년이면 운영하는 공식입장에서도 부담이 늘어가는건 맞아. 신입 10명데리고 행사하던거랑 과장 10명데리고 행사하는건 다르겠지.
우리로치면 본가는 부장급들인데 성우들은 인기가 없어도 연차에따른 우대는 있기때문에 점점 비용은 늘어가는데 예전처럼은 활용을 못하는 상황인거고.
물론 벌이에 비하면 그게 별거냐고 할수도 있고 나도 실제로 여전히 그렇게는 생각하고 있는데 단순히 돈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모르는 +@가 있나보다.
6.
결국 이 동네에서 무언가가 오래 이어질려면 후발주자들이 계속 나와줘야한다. 나와서 열심히하고 또 잘돼야 한다.
우리도 이점에선 꽤나 고역을 치뤄서 최근에 막내가 조금 잘풀리는 느낌이라 숨통이 트인거지 그전까진 관짝 하나씩 짜면서 내손으로 못박는 느낌이였다.
게임도 점점 매출은 내려가는데 애니를 잘내놔도 너무 때가 늦어서 유입이 없거나 잘만들지도 못해서 유입은커녕 기존팬한테도 비판을 받는 상황.
진짜 이렇게 망하는거구나 했다. 근데 그게 시장의 평가고 공식의 능력이면 어쩔수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수있는건 남은 후배팀들을 응원하면서 최대한 연착륙하길 기도하는거 뿐이였다.
지금도 관짝 못박던걸 가까스로 손으로 틀어막은 상황이지 여전히 망치랑 못은 근처에 도사리고 있음.
잠깐 매출 잘나와도 그게 몇년이고 이어질일이 아님을 아니까 어떤 성공도 기뻐하기보단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걱정이 앞선다.
당장 막내가 시리즈에 숨통은 붙였어도 그게 선배팀들의 활동연장을 의미하거나 보장하는게 아니니까.
이렇든 저렇든 결국 끝은 다가온다. 이게 오래가는 시리즈를 빠는 자들의 숙명인가 싶다.
이 즐거운 시간이 언젠가는 끝날거라는걸 알고 응원할 수 있을때 열심히 응원하는것.
그래도 럽라도 여전히 후속팀을 내놓고 시리즈를 이어가는 상황이고 여전히 뛰어난 비쥬얼과 실력을 갖춘 이들이 오디션에 몰려들고 있는걸 보면
아직도 한참 나아갈수있는 시리즈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럽라 후속 팀이 계속 등장하면서 그들이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주리라 믿는다.
7.
당장은 받아들이기 힘든걸 이해한다. 그런데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생각하면 나부터도 평생 그들을 응원하며 삶을 책임질순 없는 노릇이다.
우리에게도 인생에 몇번의 마침표와 굴곡이 필요하듯, 그들에게도 피크를 누린뒤 한번의 마침표가 필요한거라 생각한다.
뮤즈의 상황을 떠올리면 아쿠아도 합동같은 여러팀이 등장하는 라이브는 참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오히려 뮤즈때보단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
10년동안 명실상부한 기둥역할을 해주었으니만큼 그들이 등을 밀어주며 챙겨줘야할 후배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지.
여기갤에도 계약관련 얘기를 하는사람들이 있던데 럽라는 실제로 5년단위 또는 10년 계약때문에 이런 형태를 취하는건 맞을거같다.
우리는 그냥 성우들이 겸업하는 느낌이라면 럽라는 진짜 아이돌에 가까운 활동량과 연습량이 필요하고 꾸준한 참가율이 보장되어야 하니까
일반적인 성우계약이 아니라 처음 데뷔할때부터 활동참가나 기간에 대한 명확한 내용이 명시된 계약이 존재할거라 본다.
그러니 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엔 갱신하지 않는이상 마침표가 필요한거겠고 굳이 팬들이 ptsd를 일으키는 단어를 꺼내드는거겠지.
사실상 아이돌장르물은 대충 10년정도가 수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10년도 말이 안되는거다. 3년, 5년도 못버티는 작품이 수두룩한데
10년이나 활동을하고 인기를 지속한다는건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그걸 해냈다는걸 자랑으로 여기면서 후속팀들도 같은 길을 걸을수 있도록 앞으로 잘되길 응원해주는걸 권하고 싶네.
솔직히 말하면 럽라같이 고점을 높게잡는 전략이 부럽기도 하다. 우린 데레가 처음이자 마지막 고점이였고 계속해서 내리막만 걸었기 때문에..
요즘 아이마스 어떰? 이라는 글에 그거 아직도 살아있냐거나 망했다는 댓글 달리는걸 몇년 보다보니 마냥 오래간다고 능사가 아닌가 싶기도 했었음.
설사 내가 응원하지 못하게 되어도 다른 누군가가 신작으로 유입되면서 지속되는 구조, 그게 가장 바람직한게 아닌가 생각하곤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