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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번역/창작 [물갤SS] 앞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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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오레야키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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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5790098
  • 2024-06-14 02:30:19
 

01b4de2da4ed14af65ba978a9d2ee8b64ebd66985f300466c180fdc7cd8001c9a47a27a927cbf35df7dcfab0ee9c314db784630219b437b6183a2182bbd3cd35db24

주말은 대개 기숙사 세탁실이 붐비는 시간. 그래서 두 사람은 따로 수요일 저녁을 정기적으로 빨래하는 날로 정해 두고 있었다. 저녁에 빨고 나서 다음날 낮 동안 말리고 나면, 연습복 같은 건 평일에 빨아도 그럭저럭 시간이 괜찮았다.

그렇다곤 해도 츠즈리는 도무지 빨래에 대한 감각이 없었기에,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얼마나 넣고 어느 코스로 돌릴지 정하는 것은 자연스레 사야카의 몫이었다. 적어도 사야카는— 선배가 세제만 가득 넣고 여름 옷을 울세탁하는 광경은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날은 날씨도 달도 바뀌어, 사야카로선 '이참에 봄옷을 좀 모아서 집에 보내야지' 싶어서 크게 한번 옷정리를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모르는 츠즈리는 왜 오늘따라 늦는지 궁금해 불쑥 찾아와, 어쩌다 보니 지금 사야카의 옷 정리를 구경하게 됐던 것이다.

「아, 이것도 세탁해야겠네요.」

밝은 청록색—보기에 따라선 깨끗한 물빛을 띤 사야카의 앞치마가 한 차례 가볍게 나부낀다. 그러다 공중에서 휘릭, 휙, 하고 반의 반으로 접혀, 부드럽게 바구니에 안착한다.

그 앞에 쪼그려앉아 있었던 츠즈리는 신기한 마술이라도 본 것처럼 입을 오— 벌렸다.

「사야, 대단해.」

「이 정도는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걸요.」

「오, 그럼 더 대단한 것도 있는 거야?」

겸손은 어느새 '빨래 접기의 기술'을 논하는 대화로 어느새 바뀌어, 사야카는 어떻게든 잘 설명해 주려고 진땀 빼는 것이었다.

「으음... 뭐어, 있기는 하겠지만, 제가 구사할 수 있는 건 이게 최대라구요.」

「그렇구나. 좀더 여러가지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노력해보겠습니다.」

이제와서 자신도 입은 옷은 빨래통에 훅훅 던져놓는 편이라고는 말 못한다며, 속으로나마 츠즈리에게 사과한다.


「맞다, 츠즈리 선배. 저번에 제 방에 놀러오셔 놓고는 카디건 놔두고 가셨죠?」

「아, 그랬던가.」

「그때 덥다고 하면서 벗어두고 그대로 가셨잖아요. 한 사흘 정도 됐는데, 그때까지 눈치 못 채셨던 건가요?」

사야카는 당연히 면박을 주려는 의도는 아녔을 테지만, 미안함을 느낀 츠즈리의 눈썹이 축 처졌다.

「그날부터 날씨가 더워져서. 사야 미안...」

그러면 사야카는 허둥지둥, 미안해하게 만든 것에 또 미안해하게 되는 것이 당연지사인 것이다.

「아뇨, 아뇨... 선배가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구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리깐 츠즈리의 시선은 이윽고, 딱 좋은 높이에 걸쳐 있던, 방금의 앞치마로 향했던 것이다.

츠즈리가 문득 뭔가를 떠올리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사야의 앞치마, 얼룩이 많네.」

「그래서 빨래할 때가 된 거죠.」

당연한 이야기겠거니 하고 엷게 미소짓던 사야카를 놀라게 한 것은 그다음 말이었다.

「이거, 토마토 수프 튄 자국이다.」

가슴 부분에 가로로 길게 묻은 붉은빛 물든 자국을 가리키며, 츠즈리가 중얼거렸다.

「아...... 어라, 어떻게... 알아보셨어요, 그걸...!?」

「지난 금요일이었던가. 그때 나, 요리하는 사야를 돕고 싶어서 야채 썬 걸 옆에서 넣었었지.」

츠즈리가 고개를 추켜들고 천장을 바라보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넣었던 야채가 스르륵— 하고 부드럽게 들어간 게 아니라, 퐁퐁퐁, 하고 들어가 버렸는데......」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정말로, 이제서야 그때의 기억이 살아난다. 흐릿하게나마, 달력에 남긴 메모처럼.

「만화나 영화에선, 칼로 스르륵 쓸면, 잠자코 들어갔는데....... 어째선지, 퐁당, 퐁당, 하고... 사야의 앞치마가 얼룩져버렸어.」

그때의 일이 미안했던 듯 집게손가락으로 자국을 만질만질대는 츠즈리를, 사야카는 놀라워하며 더더욱 재촉했다.

「...! 츠즈리 선배, 혹시 다른 건 기억나는 거 없으세요?」

「물론, 있어. 으응......이거, 조그맣게 점점점...찍힌 녀석.」

츠즈리가 짚은 것은 콩알만한 크기로 난 원형의 자국들이었다.

「어떤... 자국인데요?」

「아마도, 튀김할 때 쓰는 기름. 그치만 나 아직, 튀김요리는 조금 무서울지도. 역시 손에 튀면 따갑잖아.」

그것이 실제로 기름자국이었는지 어떤지는, 실은 두 사람 다 정확히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사야카가 알기로는 기름방울이 이렇게 큰 동그라미 모양으로 튈 일은 그다지 없었다.

상식적인 판단은 그러할 터였다. 다만 어쨌거나 그것이 회상의 트리거로 작용해 무심코, 그게 그때의 자국이라고 여겨 버리는 것이었다.

「...맞아요. 지난주 월요일, 이었던가요. 그날, 도시락 반찬으로 쓸 고구마 튀김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날의,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사야카가 튀김옷을 입힌 고구마 반죽을 기름에 집어넣자 탁 튀어오른 기름방울이 손에 닿아서, '아얏' 하는 소릴 무심코— '무조건반사'로 내뱉었다.

그런데 그 소리에, 사야카의 근처에서 주방기구를 정리하겠다던 츠즈리가 걱정스럽게 한달음에 달려와 염려해주고 기름이 튄 손을 쓸어 주던 작은 일이 있었다.

츠즈리는 그런 사소한 일을, 조그만 자국에서 떠올려냈던 것이다.

「사야, 그때, 아팠었지?」

「아...! 그게, 정말로 괜찮아요! 잠깐 튀는 정도로는 조금 따갑고 마는 정도예요.」

사야카는 문득, 처음으로 튀김을 해봤던 날을 떠올린다. 가스레인지 위 냄비를 내려다볼 정도로 키가 커진 것이 중학교 2학년 무렵이었을까.

뜨겁게 달궈진 기름에, 차갑고 약간 물기가 있는 튀김옷이 닿는다. 상극인 두 물질이 닿아서, 기름이 거친 소릴 내며 거부반응을 내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곧 어우러진다. 처음의 거부반응을 무서워해서는, 도저히 요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그렇게 사야카의 요리 실력은 커 왔다.

「...수분만 잘 제거하면, 기름이 안 튄다고 하니까요.」

「그렇구나. 사야, 다음번엔 꼭~ 잘 제거해야 해?」

「네, 후후... 조심할게요.」


그러고 보면 이미 앞치마는, 추억의 지도처럼 방바닥에 너르게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 독도법은 츠즈리만이 알고 있다.

「그리고— 배 부분에 크게 여러번 묻은 이거. 크레이프처럼 겹겹 쌓아 이건...」

한바퀴 빙글, 커다랗고 옅은 물자국을 따라 검지손가락으로 쓸었다. 그리하면 정체를 알 수 있기라도 한 것인지.

「아, 사야가 쌀을 씻을때 생기는 녀석이다. 사야가 지어 주는 밥, 식어도 맛있어.」

이번에도 진위와 무관한 정답임을 확신한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는다.

「사야는 매일매일 열심이네. 밥 짓기.」

「그래도 이왕이면 식기 전에 드리고 싶은데 말이죠, 후훗... 약간 식는 건 역시 어쩔 수 없네요.」

「나, 좀더 강해질래.」

무언가 의미불명의 결의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는 츠즈리.

「강해지다뇨?」

「사야의 도시락, 신세지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그건 정말 괜찮아요! 제 취미의 영역이니까요. 오히려, 새로운 메뉴나 조합을 시도해보는 데 도움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이... 츠즈리 선배인걸요.」

「후후, 그렇게 되는 건가아. 왠지 나, 그것 같아. 작고 귀여운......」

「자, 작고 귀여운...?」

171cm의 신장과 대비되는 얘기였지만, 햄스터처럼 매번 맛있는 먹이를 받는 소동물이려니 생각했던 사야카에게 불의의 일격이 날아든다.

「모르모트.」

「앗, 아...」

악의 없는 순수. 그러나, 조금은 대미지.

「마...맛이 있는지 없는지는, 제가 먼저 맛보고 있잖아요...!」

그래서 웃는 표정으로 화내는 체 밖에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작년 여름 무렵, 츠즈리가 서로가 서로의 빨래를 두고 '내가 들게, 내가 들게' 하고 옥신각신할 바에야, 서로의 걸 들면 좋지 않겠느냐는 독특한 논리를 내세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세탁실을 향해, 각자의 빨래바구니를 '바꾸어 들고'— 타박타박, 적막 속에 발소리만 울린다.

「후후...... 정말... 넘길 뻔 했는데, 제 앞치마에 이렇게나 추억이 깃들어서는...」

「그치만, 빨래해버리면 사라져.」

눈썹을 축 내리고 애써 미소짓는 것만 같은, 그런 아쉬운 미소를 츠즈리가 지었다.

「뭐... 그래도 얼룩이 덕지덕지 묻어 있으면 보기 좋지는 않잖아요?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야카는 츠즈리에게 애써 위안을 보내 본다.

그럼에도 앞치마의 얼룩에서부터 피어난 일련의 추억 회상은, 자신도 내심 경탄한 경험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앞치마에서 추억을 읽어내는 츠즈리의 눈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 참. 츠즈리 선배는 어떻게 얼룩만 보고 무슨 자국인지 그렇게 잘 맞히세요? 비법이라도 있으신가요?」

「응? 비법... 없어.」

츠즈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 말을 이어갔다.

「그냥, 자국 모양을 봤어.」

「모양...인 건가요...」

확실히 '자국'이 남는다는 것은 일종의 증거. 어느 책에서 혈흔의 모양에 따라 범행 방식을 알아낸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도 있던 사야카였다.

「흐음...예를 들면요?」

「으깨진 토마토같이 생겨서, 토마토 수프가 떠올랐다든가.」

「...네?」

「보글보글 기름방울처럼 생겨서 기름이 떠올랐다든가.」

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종류의 발상이었던 것이다.

「그...그렇...군요. 으음...」



추억을 읽어낼 수 있는 얼룩은, 물과 세제의 혼합액 속에서 씻기고 사라지는 법이다. 찢어지거나, 불에 그을리거나 약품이 묻어 변형된 '상처'는 남지만, 야속하게도 추억의 얼룩은 매번 씻겨나간다.

그렇다 하더라도 순수한 사야카로서는, 오늘 빨래만큼은 성능 나쁜 세제를 사용하는 게 좋을까, 조금 엉뚱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었다.


- Fin -
Gerste 2024.06.14 02:51:08
Gerste 츠즈리라면 진짜로 저런식으로 찾아낼 수 있을것 같음 2024.06.14 02:57:15
요하네타텐시스톰 가볍고 달다 2024.06.14 0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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