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카치마치, 잠깐 생각난 게 있습니다만......」
「오오, 뭔데~?」
점심 시간. 우리 교실에 빼꼼 나타난 코스즈 쨩과 함께 도시락을 먹을 때였다.
노란 빛 도시락에는 반찬들이 깔끔하게 밸런스를 맞추어 늘어서 있고, 그와 동시에 내 쪽에는 디저트인 포도가 든 커다란 밀폐용기가 뚜껑이 열린 채 놓여 있다.
사야카 선배 특제 도시락이라고 아침 연습 시간부터 줄곧 츠즈리 선배와 까르르 웃고 있던 모습과, 점심 시간에 혹시 코스즈 씨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포도를 들려 보낼테니 1학년끼리 나눠 드세요, 라던 사야카 선배의 말을 멍하니 떠올린 후, 야키소바빵을 한 입 베어물었다. (참고로, 긴코 쨩은 스리부 선배들과 부실에서 미팅을 겸해서 같이 먹는다고 허둥대며 교실을 떠났다)
미라파 방송에서 잠깐 화제로 올라왔던 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엄마 같은 생활을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스쿨 아이돌과 피겨스케이팅을 동시에 하고 있다니 정말 바이탈리티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사야카 선배.
각설하고.
묘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코스즈 쨩이 말했다.
「히메 쨩의 특기는 빨리 먹기죠?」
「맞아, 게임 중간중간에 먹는 것보다는 역시 게임 시간을 더 늘리고 싶으니까.」
그렇게 대답하니 그렇군요! 라는 활기찬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아직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듯 다시 작은 입을 여는 코스즈 쨩.
「그래도, 히메 쨩, 카치마치랑 먹을 때는 항상 같은 타이밍에 다 먹으니까, 혹시 카치마치한테 맞춰서 천천히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헤서......」
그건 그것대로 카치마치가 미안하니까 카치마치 챌린지를 실행해서 페이스를 빠르게 할 수 있으니까요? 노력하면 더 빠른 페이스로 먹을 수 있어요! 라며 활기차게 의지를 다지는 코스즈 쨩을 보며, 괜찮아~ 라고 가볍게 답했다.
「코스즈 쨩의 페이스대로 먹으면 돼. 왠지 모르게 이런 페이스로 먹는 것 뿐이고.」
「그런가요!」
그렇게 다시 도시락에 집중하기 시작한 코스즈 쨩을 뒤로하고, 새삼 특별히 먹는 페이스를 의식하지 않았기에 그런 질문이 올 가능성조차 생각해 본 적 없던 것을 깨달았다.
손에 들고 있는 야키소바빵을 보니, 평소라면 앞으로 두 입 정도면 다 먹을텐데 왜인지 먹고 싶은 마음이 안 들고, 코스즈 쨩이 와구와구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간신히 야키소바빵에 입을 가져다댔다.
특별히 신경쓰지는 않았지만, 대충 요 며칠 간의 기억을 되새겨본다. 혼자 먹었을 때, 반 친구들과 먹었을 때, 메구 쨩 선배랑 루리 쨩 선배랑 먹었을 때, 클럽 모두와 먹었을 때, 긴코 쨩과 먹었을 때 ― 코스즈 쨩과 먹었을 때.
되돌아보니 확실히 코스즈 쨩과 먹을 때는 항상 동시에 다 먹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메구 쨩 선배와 루리 쨩 선배랑 먹을 때조차 아무래도 내가 더 빨리 먹었는데.
왜? 어째서? 딱히 맞추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무의식적으로? 내가 갉아먹은 야키소바빵의 단면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한다.
지금까지 내가 밥을 먹는 속도가 느려졌던 때가 언제였지?
―언니랑 먹을 때.
왜 느려졌었지?
―좀 더 언니랑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
「(어라?)」
두근 하고 심장이 있는 힘껏 박동한 느낌이 들었다. 도! 도! 도! 하고 귓가에 심장을 갖다대는 듯한 느낌으로 점점 맥박이 빨라진다.
아니, 설마, 그런...... 사고를 회전시킨다. 아마 지금 학생 대회 챔피언이 되었을 때만큼이나 머리를 팽팽 돌리고 있고, 그래서인지 싱겁게 결론이 나 버렸다.
「거짓말.」
「......? 히메 쨩, 왜 그러시나요?」
딸랑 하고 작은 방울이 굴러가는 듯한 음색의 목소리가 귀에 닿는다. 그것만으로 내 얼굴에는 열이 오르는 것만 같은 느낌은, 확정이구나 라고 전해 주려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어떻게든 대답을 전하고 마지막 남은 야키소바빵을 와앙 하고 먹는다. 코스즈 쨩도 도시락 마지막 한 입을 앙 하고 맛있게 먹고, 포도로 손을 뻗고 있었다.
껍질 째로 먹을 수 있는 포도 같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영문 모르게 빠른 속도로 뛰고, 슬슬 자각하라고 라고 이야기하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우선 아무튼 눈에 띄고 싶지 않아 후드를 뒤집어쓴다.
「히메 쨩? 괜찮으신가요?! 몸이라도 안 좋으신가요?!」
「음냐, 좀 눈부셔서...... 신경쓰지 마.」
「카치마치가 빛 가림막이 되어 드릴까요?!」
「괜찮아, 그것보다 아직 포도 남았는데.」
「네! 먹을 거예요!」
한 알을 양 손에 든 채 열심히 먹고는 풀린 얼굴을 보여준다. 그걸 보니 방금 막 켜졌던 기분이 다시 나를 스턴시킨다.
어쩔 수 없는, 크리티컬, 헤드샷.
분명 리스폰해도 이 디버프는 해제할 수 없어.
「(진짜, 어떡하지)」
―안요지 히메, 아무래도 소동물 같은 노력파 동급생에게 『사랑』 이라는 걸 해 버리고 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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