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번역/창작 [SS번역] 비가 멎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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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의시어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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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5-26 17:18:21
「아, 역시 오기 시작했어요. 우산을 가져오길 잘 했네요, 츠즈리 선배.」
「응. ……사야, 유비무환(用心棒). 대단해.」
「*시대극 이야기……는 아니죠? 맞아요, 미리 준비해서 다행이에요. 자, 선배도 잘 들고 계세요.」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用心棒
사야가 우산을 펼쳐 그대로 건네준다.
「고마워, 사야.」
「천만에요.」
두 사람 각자 우산을 들고.
「맞다, 비 하니까 말인데요. 요전 방송, 카호 씨랑 둘이서 하셨잖아요.」
「응, 사야도 코즈도 볼일이 있었으니까.」
오미초 시장을 뒤로하고, 느긋이 역 앞을 향해 걷는다.
사야 말에 따르면, 버스 시간까지는 충분히 맞출수 있대.
「꽤나 틀을 깨는 방송이었다는 평가던데, 그건 제쳐두고. 카호 씨한테 들었는데요, 츠즈리 선배, 비 갠 하늘을 좋아하신다면서요?」
「아니. 비가 멎는 순간이 좋아.」
「비가 멎는 순간. 그렇군요. 흠흠……」
……그래.
비가 멎는 순간이 좋아.
ーー1년 전의, 비가 자주 오던 시기.
코즈와 이렇게, 둘이서 자주 걸었었지.
코즈는, 지금의 사야처럼 머리를 뒤로 묶고 있었어.
언제부터 머리모양이 바뀌었더라.
『ー츠즈리, 츠즈리. 정말, 이야기 제대로 듣고 있어?』
『……미안. 코즈, 한 번 더.』
『정말. ……비에 젖으니까, 좀 더 이 쪽으로 오라는 이야기였어.』
『응…… 고마워.』
급작스러운 비.
유비무환인 코즈는, 접는 우산을 꺼내 펼치고는, 들어오라고 해 줬어.
『자, 잠깐, 달라붙지 마, 츠즈리.』
『……코즈는 까다롭네.』
『후우…… 뭐 좋아. 이러면 젖지 않겠지?』
『응.』
『그래…… 다행이네.』
조금 빨개진 코즈의 옆얼굴은, 정말 예뻐서. 붉은 전갈 같았어.
『……조, 조금 다른 것에 비유해 줄 수는 없을까.』
『헉, 코즈, 초능력자?』
『그럴리가, 입 밖으로 나오고 있었어. 그리고, 빨개진 적 없습니다…… 뺨 찌르지 말고.』
코즈를 콕콕 찌르니 우산이 이리저리 기울어져.
**야지로베에 같아.
**양 쪽에 무게가 달려 기울여가며 균형을 맞추는 장난감
『정말, 다 젖어 버렸잖아. 후훗.』
『그래도 코즈, 즐거워 보여.』
『……그러네, 그럴지도 몰라. ……』
『……?』
이 쪽을 보는 코즈. 어라……
『하아….. 츠즈리는? 즐거워……?』
『응, 즐거워.』
찰박찰박.
비내리는 거리를, 우산 하나로 둘이서 걸어.
내가 걷는 속도에 코즈가 최선을 다해서 맞춰 주고 있어.
왜 코즈는, 이렇게 열심히 맞춰 주는 걸까.
이런 사람은 처음이야.
『계속 이 쪽을 보고, 무슨 일 있어?』
『코즈, 독특하네.』
『……나, 츠즈리보다는 덜 독특하다고 생각하는데.』
『음ー, 그게 아니라.』
잘 이야기하기가 힘들어.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는 코즈.
제대로, 전해야 돼.
『아……』
코즈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손을 우산 밖으로 뻗었다.
『비, 멎은 것 같네.』
그러더니 코즈는 이 쪽을 보고는.
『있잖아, 난 비가 멎는 순간이 좋아.』
『왜?』
『그렇네, 왜일까. ……끝의 아련함과, 시작의 예감이 느껴지니까…… 라고 하면, 좀 멋부리는 것 같으려나.』
우산을 접으며, 아직 빨간 얼굴 그대로, 코즈는 미소지었다.
ーー그런 코즈에게, 구름 사이로 빛이 내려왔어.
그게, 무심코 헉 할 정도로, 정말 예뻐서.
……나도.
나도, 좋아하게 됐어.
-
「코즈에 선배~ 복근, 이제 한계예요~~!!」
「한계라고 생각한 그 너머에 길이 보이는 거야. 힘내!」
「우으~ 비 같은 건 그쳐버리면 좋을 텐데~」
「어머, 실내 근육 트레이닝이 딱 맞다고 생각하는데.」
중간고사도 끝.
비오는 날인 오늘은, 실내 근육 트레이닝으로 감각을 확실하게 되찾을 때.
갑작스런 하드 워크도 위험하니, 근육 트레이닝부터 제대로 시작하는 건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해.
「앗, 보세요, 코즈에 선배!! 비, 비 그칠 것 같아요!!」
「어머, 정말?」
창문으로 향해, 밖을 바라보니.
확실히 비가 약해지고 있어.
얼마 안 가 멎을 것 같네.
「……있잖아, 난 비가 멎는 순간이 좋아.」
「앗, 헤에~ 코즈에 선배도 좋아하시나 보네요?」
「어머, 나『도』라니?」
「네, 츠즈리 선배도 그렇게 말하셨어요!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비가 멎는 순간을 좋아해서, 츠즈리 선배도 좋아하게 됐다, 라고!」
「……읏! …… ……츠, 츠즈리가, 그런 말을 했니?」
「……? 네, 요전에 같이 방송했을 때 그렇게 말하셨다구요? 아카이브도 있는데…… 아앗!!! 없어요, 느긋느긋 뒹굴뒹굴 방송 아카이브 같은 건 없어요!!!」
「그, 그렇구나……」
왜인지 허둥대고 있는 카호 양, 은 제쳐두고.
ーー츠즈리.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네 마음, 전혀 몰랐어.
좀 더, 네 마음을, 알고 싶었어.
바깥의 비는 멎었어.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해.
비는, 언젠가 멎어.
그 『언젠가』를 직접 경험하는 기회라는 건, 의외로 적잖아.
그 날, 츠즈리와, 그 때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게 기뻤다……고 생각해.
「우리의 비도, 언젠가는, 멎을까……」
그 때가, 가까워져 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러면, 나는……
ーー있잖아, 난 비가 멎는 순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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