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 소속의 애니메이션 스태프인 스기야마 키요시란 사람이 한 말중 유명한게 하나 있다.
'애니메이션에 마을을 부흥시킬 힘 같은 것은 없다'는 것.
누마즈나 다른 애니들의 사례들을 알만한 갤럼들에겐 무슨소리인가 싶겠지만,
이사람은 럽샤인 이전까지 '성지순례를 통한 지역홍보'를 가장 크게 성공시켰던 걸즈&판처의 프로듀서다.
애초에 걸판에서 오아라이를 배경으로 삼기 위해 열심히 관계자와 주민들을 만나며 제일 동분서주한게 바로 이사람이고,
덕분에 오아라이에 년간 수십만의 관광객을 몰고오는데 성공했다는 '전설'도 남겼다.
그렇기에 저 발언을 다시 읽어보면 늬앙스가 조금 다르게 보일것이다.
스기야마가 한 발언의 의미를 요약하면 '작품은 계기에 불과하다'는 것.
'전에는 아무도 안 찾던 마을이 애니덕에 대부흥을 맞이했다'라는 타이틀은 외부에서 주목받긴 쉽다.
'애니효과로 돈을 몇십억씩 벌었고, 관광객이 몇십만 왔고, 지표가 nnn%상승했다' 처럼 수치로써 대단함을 어필하는 경우도 보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건 비꼬아 본다면 현지인들에게 "너희마을은 매력없는데 애니덕에 산거야"라는 식의 무시하는 발언도 될 수 있고
지역에 애니로 돈 빨아먹는데 집중하는 마을이라는 오명또한 붙게할 수 있다.
추가로 그런 환상을 신화처럼 여기다가 나중에 실제 통계로 나타나는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도 나타나게 된다.
오아라이의 사례를 다시 보면, 촌동네임은 분명 부정할 수 없으나, 원래부터 연 200만의 관광객이 들리던 인기 관광지였고
걸판은 거기에 수십만을 더했을 뿐 걸판 혼자 마을을 살렸다고 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스기야마는 성지순례를 통한 마을부흥이라는 화제는 과대평가라 부정하며
마을 전체가 작품에 의존하는 형태 또한 있어서는 안될 형태라고 정리했다.
작품으로 원래있던 마을의 매력을 알게되어, 붐이 끝난 이후에도 팬들이 찾게 만드는 지역홍보가 가장 긍정적이며
주민들과 팬의 관계또한 한쪽이 베푸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윈윈관계인 것이 좋다고도 하였다.
(현지에선 작품에 호의를 가져주고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마련하며, 팬들도 거기서 추가적인 즐거움을 얻는 형태)
여기서 누마즈와 선샤인의 관계를 돌아보면 실제로 저런 구조를 잘 학습하여 지금까지 돌아가고 있다는걸 알 수 있는데,
공식에서는 지역의 매력을 알린다는 포지션만 8년째 유지하고 있고
주민들도 럽라를 의식은 하지만 기존의 영업방침을 바꾼다거나 하는 식의 의존은 하지않으며
팬들은 성지를 아끼고 고향처럼 여기며 누마즈 자체의 매력을 배워가고 있음.
그렇기에 공식에서는 한번도 돈얘기나 '성지전설' 등으로 홍보를 펼친적은 없다.
뭐 지금도 언론에서는 성지순례의 경제효과나 여파 등에만 집중하지만...
그래서 럽라덕에 살아난 마을이란 타이틀은 어느수준에서 자제할 필요도 있다.
나름의 자부심을 가진 팬들에겐 트집잡는 내용으로 들릴 수 있지만,
얘기해보자면 누마즈는 럽라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100만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던 도시였고
대도시 수준의 인지도나 활기는 없더라도 '아무것도 없던 도시'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럽샤인이 누마즈에 수십억엔의 경제효과와 수십만 순례객을 동원한건 사실이나
거리에 럽라가 가득하다고 해서 러브라이브가 누마즈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처럼
지표만으로 나눌 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얘기를 하게된 이유는 최근 럽라에서 이별이 잦았기 때문인데
토모리루 건도 있고 누마즈에선 마루칸과 리바쥬라는 성지가 큰변화를 겪었다.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지만 팬으로써 아쉬움을 느낄법한 사건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그렇기에, 컨텐츠가 없어졌으니 인연도 완전히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이후에도 폐업이나 방침변경으로 누마즈에서 럽라의 영향이 줄어드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팬으로썬 한순간에 그동안 쌓아온 것을 부정받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이제 성지가 아니니까 가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럽라란 작품을 통해 누마즈란 도시에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면, 변화를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작품과 엮여있는 곳과 아닌 곳에 우선도의 차이는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손절하자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연관계는 쌍방으로 맺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팬이 손절을 할 수 있다면 지역도 손절이 가능하다.
Find our 누마즈가 누구에게나 호평인 이유는, 일러스트가 이쁘다는 점도 있지만
도시 자체에 애정을 표현하고 관심갖게 해주겠단 부분이 모두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이 작품을 계속해서 아껴주고 놓아주지 않는 모습을 보기 위해선 팬들도 지역을 놓아주지 않는 태도가 요구된다.
"작품이랑 관련이 없어도 들릴게요"라는 말은 빈말로 취급받을만큼 실천하기 어렵지만
수십년 후에 누마즈를 찾아온 팬들이 '그 가게가 아직 남아있네'하고 기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츠지사진관의 인터뷰를 현실로 만들어줄 방법이다.
아쿠아 또한 언젠가는 완전히 활동을 중지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필연적으로 추억의 작품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누마즈 상인들도 언젠가 이 잔치가 끝날 수 있단건 언제나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갖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후에도 가끔씩 들려주며, 남은 성지들에 더욱 애정을 보내주는 것
그것이 주민들과 럽라를 이어주고 나아가 새로운 성지가 만들어 질 수 있게 해주는 밑바탕이 되지 않을까...
https://ascii.jp/elem/000/001/173/1173185/1/
처음에 인용한 걸판 프로듀서의 인터뷰는 여기.
마루칸이랑 리바쥬로 아쉬움이 남은 차에 저거 보고 깨달은 부분을 아침감성으로 써봤으니
그냥 이런 생각하는 넘도 있구나 하고 봐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