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할머니가 아프시다. 좀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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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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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5 10: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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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허리를 다치셨는지 친척분에게 여쭤보니까
병원 다녀오시던 길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지셨단다.
그래도 엑스레이는 이상 없다고 나와서 친척집에서 보살펴드리고 있었고, 나도 한번 수발들었다.
그리고 바로 예정되었던 가족여행을 떠났다.
RI에서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어온 건 여행가는 길, 친적의 전화를 통해서였다.
병원에 한달가량은 입원해야 할 거란 얘기가 나왔고, 간병인으로 내가 채택되었다.
그날 저녁에 숙소에서 고속버스 티켓을 끊고, 바로 다음날, 여행짐을 들고 나는 먼저 서울로 올라왔다.
그게 벌써 2주전의 일이다.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부족한 짐이나 빨래감은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보충받거나 맡기고, 밥은 잘 나오고, 나름 글도 써보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있고.
재정비할 시간으로 생각하면서 보내는 중이다.
현재 정립한 일과는 대충 이렇다.
할머니가 대소변을 보실 수 있게 화장실을 데려다드리고, 또 뒤처리도 직접 해드리고, 밥 드시게 일으켜드리고, 샤워 시켜드리고, 걷는 운동 시켜드리고, 약 챙겨드리고.
수고 많으신 의사 간호사분들한테 친구들이 가져왔던 과자 돌리고.
그리고 짜투리 시간은 내 차지.
그렇게 바쁘다면 바쁘게 할머니를 보살펴드리던 어느날 토모리의 강판소식이 떴다.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 화장실 데려다드리고 밀린 카톡을 읽다가 그 소식을 봤을 때의 충격이.
사실 요새 라이브뷰잉을 잘 못본다.
여자전용 병실에 4인실이라 시간대를 감안하면 라이브를 트는 행위가 참 눈치보인다.
그래도 애니나 트위터 등은 챙겨보고 있었지만
2기 발표의 순간도, ova 발표의 순간도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뭔가 무미건조하게 스쳐지나가듯 축하하면서 넘어갔다.
그러나, 그 때 내가 봤던 그 문장은, 참으로 오랜만에 러브라이브로 잠을 못 이루게 했다.
병실 복도를 서성거리면서 변할 게 없는 그 문장을 곱씹으면서 자꾸 감정이 형용할 수 없게 꿈틀거렸다.
캔버스에 뚝하고 기쁨이 떨어졌고, 차츰 분노와 슬픔, 허무 순으로 온 몸에 번져갔다.
비상구 유도등의 불빛이 그렇게 서늘해 보일수가 없었다.
토모리, 그녀가 누구인가.
99년생에 이쁘고 노래마저 잘부르는
물갤의 아이돌, 영원한 누나가 아니겠는가.
17년, 니지동이 럽라시리즈에 발을 디딘 그시즌.
그녀가 쏘아올린 수많은 폭죽들은 스쿠페스만을 즐기던 내게 신세계를 선사했다.
다시봐도 참 말도 안 나오는 실력이다.
'이쁘잖아? 간지 나잖아?' 그렇게 나는 니지동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퍼스트, 세컨드
그녀가 온전하게 참여한 넘버링라이브는 냉정하게 말해 딱 이 두 공연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러브라이브 최연소 캐스트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있었고, 젊음과 회복의 시간이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금새 회복할 것이란 다짐과 함께 사라진다. 이후로는,,.
알다시피, 무대위에서 춤추지 못하게 된다.
가까스로 올라선 서드를 마지막으로, 토모리는 춤을 추지 못한다.
그렇게 나를 고통과 고독에 가둬버리고, 그녀는 떠났다.
매번 소감발표에서 다음엔 다르다고 외치던, 그녀는 떠났다.
올해야말로 다이스키를 외치겠다던, 그녀는 떠났다.
남겨진 건, 추억과, 공허한 심장이었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새싹이 돋고 있다.
니지동을 재건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돋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너를 대체할 순 없을 거 같다.
너는 역사를 쌓아올렸다.
조금만 더 함께했다면 추억도 더 많을텐데,
기적처럼 건강해질 가능성도 혹시 몰랐을텐데,
이런 가정이야 의미가 없지만 너는 그렇게 사라졌어도 러브라이브의 역사에 남았다.
자꾸 말이 길어진다. 병상에서 써서 그런가.
할머니는 요새 나에게 자꾸 미안하다고 말을 꺼내신다.
아파서 미안하고, 잠을 깨워서 미안하고, 가지각색의 이유로 미안해하신다.
그걸 보면서, 난 너가 생각났다.
너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건 아닐텐데.
너가 덜 아팠으면 좋겠다.
아직 못잊고 울부짖지만 결국 떠났으니 널 미워할 이유가 없다.
그냥 가족들하고 잘 살고, 솔로활동도 열심히 해라.
그리고 마음껏 웃고 다녀라, 러브라이브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제 니지동은, 너의 유산들로 새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세츠나를 볼 때마다 너가 생각날 거 같다.
언젠가, 니지동이 도쿄돔을 갈 때가 올까.
그땐 너도 한 때의 추억으로 미화될 수 있을까.
잘가라, 스가 유이, 오다이바 아가씨, 나의 영원한 세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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