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
나는 치사토 선배의 입에서 나온 말에 무심코 앓는소리가 나왔어.
"너라구."
지금 이 선배가 뭐라는거지? 나를 지금 놀리는건가?
"요네메 메이."
혹시 꿈을 꾸나 했지만.
"다음 신곡은 네가 센터야."
현실은 너무 갑자기 다가왔어.
"울렁거려.."
"메이. 괜찮?"
머리가 어지러워서 책상에 엎드려 칠판만 노려보고있었는데 시키가 내게 말을 걸어왔어.
"으...응. 조금 머리가 띵할뿐이야."
"역시 어제 센터?"
"응. 그렇지뭐."
"흐음."
시키는 주스를 쪽 빨면서 나에게도 블루베리맛 주스를 하나 건넸어.
"아. 땡큐."
쪽. 맛있어. 역시 블루베리는 최고야. 하지만 그정도로는 내 심란한 마음은 누그러지지 않았어.
"메이. 충분히 가능해."
시키가 무심히 말했어.
"너무 신경쓰지마."
"아아니이~ 작곡 까지는 어떻게 어떻게 되겠는데~ 센터라니 그건 좀~"
"자신 없어?"
"읏. 괜찮다고."
나는 옅게 웃었어.
"키나코는 응원하고있슴다! 메이는 이렇게나 예쁘지않슴까!"
"예쁘다니... 그만두라고."
나는 선배들에 비하면.
아니. 너희들에게도 비하면.
"흐음~ 긴장되는건 이해가 되지만 그정도임까~? 분명 메이라면 할 수있슴다!"
키나코의 해바라기같은 미소가 내 온몸을 따스히 비추는듯 했어. 아아. 치유된다.
역시나는.
아무것도 아닌가봐.
"하고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천지삐까리인것이와요. 좀더 당당히 있는편이 시청자도 보기 좋다구요. 쫄아만 있는 센터를 누가 보고 싶어하겠어요?"
나는 나츠미를 바라봤어.
"나..낫쯔"
또 본의아니게 겁을 준건가. 아무리생각해봐도 안어울리지않냐고 이런여자한테 센터라니.
"동감이다."
귀갓길. 나는 돌멩이를 발로 이어가듯이 차면서 돌아갔어.
나 뭐하는거지?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것만으로 충분했는데.
어느샌가 동경하던 대상에 나 자신도 들어가게돼서. 그런데 그게 또 기뻐서.
열심히 달려왔을 터인데.
선배들에겐 당연히 안되고, 귀여움은 키나코에게 색기는 시키에게, 센스는 나츠미에게.
내가할줄아는것 정도야. 자리하나를 메꾸고 렌 선배의 작곡을 옆에서 도우는정도.
"아니. 암만생각해봐도 무리잖아!"
후진에의 인수인계인지뭔지 이번 작곡은 내가 중심이 돼서하게됐고, 그것까진 뭐 나름대로 어느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말이지.
"그런데 센터는 도대체 뭐냐고! 치사토선배!"
왜 나냐고 제길.
무엇하나. 돋보이는점이 없는데.
석양이 지는 거리를걸으며 돌멩이나차면서 절규하는 여고생이라니.
"대체 누가 좋아한다는거야?"
이런애가 센터가 되는걸.
마음이 무거워.
속이 메스꺼운것 같기도하고.
주변이 일렁거려.
"이... 일단. 작곡이나 해볼까?"
아니. 작사가 먼저인가? 주제부터 정해야되나?
나는 뭘 노래하면되지? 어떤얼굴로? 무슨 기분으로? 이 날카로운 눈매로 그냥 하염없이 객석쪽을 노려다보면 되는건가?
"하아."
길다고생각한 내 한숨도 저녁놀아래에선 마을에 잠겨 그냥 흩어져만갔어.
"뭐? 곡의 이미지?"
"응. 카논선배. 평소에 어떤 기분으로 곡을 만들어?"
"으으으음~."
카논선배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열었어.
"굉장히 설명하기 어려운데.. 영감... 이라고해야되나? 흐음. 팟! 하고 떠오르는... 느낌? 정신차리고보면 가사가완성돼있다든가.. 문득 노래의 이미지가 스쳐지나간다든가."
아아. 맞아.
카논선배는 천재였어.
"선배. 흉내낼수 있는걸로 조언해줘."
할줄아는것과 알게해주는건 정말로 별개였구나.
"아하하. 미안~."
카논선배는 면목없다는듯이 웃어보였어.
응. 내 마음속 리에라->2학년->솔로->시부야 카논 폴더에 저장했어.
"으으으음~ 어떻게 하면 알아듣기 쉬우려나..? 음. 일단 공책을 펴고 최근의 기분을 적는다든가?"
"오. 그거 좋네."
기다렸어. 나같은 범인도 따라할수있을만한거.
"저기 카논선배?"
"응?"
나는 조금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입을 뗐어.
"선배도. 처음 센터 설때 긴장됐었어?"
카논선배는 내 질문을 듣고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어.
"당연하지. 지금의 메이보다 백만배는 더."
"...그래?"
순거짓말.
"하지만 따뜻했으니까."
"응?"
"쿠쿠의 손이 온기를 나누어줬으니까."
"살았어 선배. 고마워."
"엥? 살았다니 뭐가?"
리에라->2학년->커플링->카논쿠쿠 폴더에 저장.
돌아가는 길.
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미끄럼틀에 누웠어.
내가 지금 느끼는 기분이라.
천재인 카논선배.
평범한 나.
개성적인 멤버들.
몰개성한 나.
열등감.
처음 들어왔을때의 부풀던 가슴.
하지만 느껴버린 선배들과의 격차.
짜증나.
분해.
가장짜증나는건 나 자신.
나는 카논선배처럼 슥슥하고 곡을만들어낼수 있지않아.
그렇다고 귀엽지도않고.
치사토선배처럼 댄스를 끝장나게 잘추는것도.
렌선배처럼 우아한곡도 못써.
스미레선배처럼 회장을 휘어잡지도 못하고.
키나코처럼 사람을 끌어들이는 미소도 못지어.
시키처럼 매력이 철철 넘치는것도 아니고.
나츠미처럼 센스좋게 팬을 늘리지도 못해.
내가좋다는 녀석들은 어디가 좋다는거야?
정말.
별난놈들...
내 팬들.
젠장.
멍청한 자식들.
뭐가그렇게 좋냐고.
눈에 눈물이 고이는게 느껴졌어.
"아. 젠장."
눈물때문인지 석양이 흔들거려보였어.
흔들흔들,
일렁일렁.
마치 불꽃과도 같이.
"뭐든지 할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시키랑같이. 들어왔을땐.
그래 마치 저 석양처럼.
일렁거리는 불꽃이.
가슴에 맺힌듯.
뜨겁게.
격렬하게.
"하지만 현실은 가혹해."
불꽃아 미안.
장작하나 잔뜩 넣어주지 못하는 약한 주인이라 미안.
그래도.
계속.
아직은 계속.
불타줘.
내마음.
"흔들거려."
석양이 불꽃처럼.
그때.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상이 하나 떠올랐지 뭐야.
지금 이 기분.
누군가에게 말하긴 커녕 일기장에도 적지못하는 이 마음.
내 더러운 잿더미같은 열정.
이걸 곡으로 만들면. 어떨까?
미쳤냐. 요네메 메이.
진짜 쪽팔려 뒤질지도몰라.
"그래도 진심이야."
거짓하나없는 내 진심.
한번 미쳐볼까?
어쩌면 좋다고해주는 녀석들이 있을수도 있잖아?
별난 내 팬들이라면.
"렌 선배! 이걸 읽어줘!"
렌 선배는 내가 건넨 악보뭉치들을 보고 잠시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어.
"아직 전부완성된건 아니지만. 일단 있는힘껏 써왔어. 내 전부를 담았어."
쪽팔리지만, 쪽팔리지만, 겁나 쪽팔리지만!
"어때?"
부정당해도 좋아. 전부를 담았어.
렌선배는 피아노를 치며 내가 쓴 가사를 읊조렸어.
굉장히 부끄러웠지만. 참고견뎠어.
"그녀석들...팬분들이 좋아해줄까?"
렌선배는 말했어.
"치사토양한테 빨리 안무를 짜달라고 부탁하죠."
"어?... 응!"
나는 뛸듯이 기쁜맘을 뒤로하고 치사토선배를찾으러 가는데..
"그런데 메이양! 이 곡. 제목이뭐죠?"
"어?"
제목.
제목이라.
"흔들거려!"
"그게 제목이야!"
나는 복도를달려나갔어.
당연히 렌선배한테는 한소리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