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들여야 한다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사실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픈 사람을 데려다가
노래라도 불러주었으면 한답시고 무대 위에 세우고, 중간중간마다 나오라고 하는게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단순히 나오는게 좋다는 어린이같은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렴풋이 생각은 했으며
토모리의 건강이 최우선임을 알았기에
내 이성은 쉽게 받아들였다.
본능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모든 말초 신경계가
온몸 구석구석에서 거부반응을 보였다.
마치 이전에 있었던 이별의 신호를 감지한 듯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연했다. 그 때의 상처가 아물 때쯤
살과 마음이 찢겨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상실감과 공허함이 내 육체를 가득 채우고 있다.
모든 형제들이 그러리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마지막 춤을 앞두고 있듯이
나 역시 큰 싸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난 5년간 고귀한 춤을 춰 왔을 동안
나 역시 고귀한 전쟁에서 수없는 전투를 진행했다. 단지
서로가 그 마지막 춤과 마지막 전투를 맞이했을 뿐이다.
그녀는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붉게 타오르리라
그러므로 나 역시 마지막까지 전장에서 싸우는 것이 옳다.
만약 이 슬픔으로 인해 패전했다고 하면
어떻게 나중에 그녀 앞에서 당당히 설 텐가?
패전의 원인을 그녀에게 돌릴 텐가?
너무 슬퍼서 졌다는 말로 그녀에게 짐을 지게 할 텐가?
언젠가 그녀의 동료들이 이 땅을 밟았을 때
어찌 당당히 그들을 맞이할 것인가!
그녀의 선배들이 재회를 맹세했던 그 학교에 소속되어
멋지게 그녀들의 영광을 따라가리라는
연초의 다짐이 있지 않았던가!
지금의 고통과 상실감이 큰 것은 부정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난 견뎌내고, 이길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들과 나는 지금까지의 시련을
충분히 견뎌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두가 고통받은 만큼,
새로운 기쁨이 돌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난 다가올 최후의 싸움을 용감히 맞이할 것이며
그녀의 마지막 춤도 그리할 것이다.
서로의 마지막이 이 차가운 땅을 붉게 빛낼 것이니
모두에게 그 영광이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