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선 사람들 사이로 11월에 들어선 계절치고는 매우 따가운 볕이 내리쬐이고
평균 이상의 지방을 가진 오타쿠들은 손수건을 꺼내 연신 땀을 훔치고 커피를 들이키는 중에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앞뒤로 울려 퍼진 우마뾰이와 몰?루 소리도 지겨워질 때쯤
나는 마시고 있던 500ml 콜라를 가방에 넣은 후 조용히 이어폰을 꺼내 착용하고 핸드폰을 켰다.
"러브라이브 스쿨 아이돌 페스티벌 올-스타즈!"
익숙한 요시코의 목소리가 들리고 세츠나가 반겨주는 홈 화면을 지나
빠르게 일일 합숙과 일일 곡들을 클리어 한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뮤비를 감상하기로 했다.
예정된 플레이리스트를 반쯤 소화했을까, 문득 핸드폰 너머로 호기심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보아하니 아까부터 다른 게임에 몰두하던 같은 줄의 오타쿠들이 이쪽을 쳐다보는 듯 하였다.
내가 고개를 들자 그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자기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고개를 내리자 다시 시선이 느껴졌고, 일행인듯한 사람들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쿨한 성격이지만 일단 노이즈 캔슬링을 끄고 게임 볼륨을 최대로 낮췄다.
역시나, 그들은 내가 보고 있는 게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들 중 한명이 주뼛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이거는 무슨 게임이에요?"
"러브라이브 신작 게임입니다. 스쿠스타라고들 하죠."
그가 다시 돌아가 일행들에게 내 말을 전하자 금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아까보다 더 많은 시선들이 나에게 향하는 것을 느꼈고
나는 문화인이 된 듯한 자부심에 아껴두었던 필살 뮤비들을 연속으로 재생했다.
LLL과 워블뉴월을 지나 보쿠히카에 들어갈 즈음, 웅성거리는 소리는 어느새 환호성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스쿠스타를 종료하고, 다시 마블스냅 골드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주변은 다시 우마뾰이와 몰?루의 소리로 가득차고, 햇볕은 여전히 강하게 내리쬐었지만
가끔씩 낙엽과 함께 불어오는 한 줄기의 바람이 이마에 송골히 맺힌 땀방울을 식혀주었다.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