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써달라고 해서 써보는 거긴 한데
대체로 내용은 단순히 '제 흑역사가 이렇게 처참합니다 여러분!' 이라고 설명하는 거 밖에 없어.
도움이 될런지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좀 많이 두서없고 맥락이 오락가락하겠지만
그래도 뭐... 참고가 될 법한 부분이 있다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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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을 갓 시작할 때 쯤
종종 그림을 취미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뭐부터 하면되냐는 질문을 받아
이전 강의글에도 썼지만 나는 처음엔 무조건 좋아하는 것부터 그리는 걸 추천해.
솔직히 선긋기, 도형화, 크로키 ㅈㄴ재미없어
말이야 쉽지 책에서 선을 일자로 긋고 중간에 강약을 주는 연습을 해야한다는데
그걸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정신병 올 거 같아서 솔직히 하다가 때려쳤어
그래서 닥치는 데로 아무거나 그리기 시작한 시절이자 상황이 위의 그림.
지금에서야 '아, 저건 저렇게 그리는 거 아닌데' 이러지만
난 저때 경험한 즐거움을 잊지 못해서 지금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돌이켜보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봐.
만약 자신의 그림이 저기 어딘가의 그림과 비슷하다면 저 상태를 다듬어 나가서 sd케릭터로 만화를 그려도 좋고,
sd케릭터를 중심으로 그려보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봐.
sd 케릭터의 장점은 그리는데 큰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는 점이야.
물론 이것도 깊게 들어가면 쉽진 않지만
원리상 묘사를 최대한 덜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작업시간 단축은 솔직히 무시 못 하지.
예시의 그림은 당시에 그리고 싶었던 4컷만화.
지금 생각해보면 딱 저만큼이 내가 목표로 했던 그림이었던 거 같음.
2.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길 때 쯤
본격적으로 5~6등신의 그림을 그리던 시절 그림
sd케릭터 그림을 벗어나 보고 싶다는 생각과 슬슬 sd케릭터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게 있다는 걸 깨닫던 시절이야.
데포르메가 최대한으로 들어가고 머리가 몸뚱이만한 sd케릭터는
귀여움을 강조하는건 쉬워도 아름다움이나 인체구조 상(가분수) 묘사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사실 보통 그림을 시작하는 사람들한테는 아마 이쯤이 시작 단계가 아닐까 싶다.
대체로 저 시절에 가장 크게 어긋나 있는 건
'조형과 비율',
'동시에 쓸데없이 선을 얇게 쓰고' ,
'색을 보는 눈을 기르는 게 아니라 괜찮다고 생각한 그림의 색을 스포이드로 찍어서 색을 칠했어.'
이제와서 깨닫게 된 거지만 스스로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 혹은 뭔가 아쉽다고 느낀다면 선을 최대한 두껍게 써봐.
반대로 자신의 그림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한다면 선의 두께를 줄여봐.
이 두 가지의 방법은 전자는 약한 부분의 보완을, 후자는 발전할 여지를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
왜 그런지는 이론적으로 설명하면 쓸데없이 길어지니까 이 부분은 패스
(간략하게 설명하면 선이 두꺼워질수록 그 선 두께만큼 인간 스스로가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의 형태만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기 때문. 일종의 착시)
색에 관해선... 솔직히 색만을 다룬 작법서가 있을 정도로 복잡한 영역이라 단순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마음에 드는 그림에서 색을 스포이드로 찍어서 칠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보진 않지만
적어도 자신의 그리는 그림의 배경이 없다 >> 스포이드를 쓸 그림도 배경이 없어야 한다 라는 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담아두는 게 좋아
그리고 기왕이면 해상도가 높은 그림을 쓸 것.
위에 적은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나오는 그림
믿어줄진 모르겠지만 저 그림 공식일러에서 색을 따온거임
3. 자신이 어느 정도 그린다는 '착각'을 하고 있을 때 쯤
개인적으론 가장 처음 겪은 고비이자 이상한 잡기술을 늘려나가던 시절 그림들임
참 웃긴 게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그림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이는 때가 와.
긍정적인 사고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자신의 그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될 경우
그림의 외적인 부분, 배경이나 효과, 디자인을 연구하게 돼
물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닌데 여기서 중요한 건 효과나 배경을 시도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그림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야.
어... 자신이 이쯤에 걸려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좀 극약처방이긴 한데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들 그림 모아놓고 저렇게 나열한 다음 한가운데에 자기 그림 올려보면 됌.
상상만 해도 미칠듯한 거부감과 불쾌함이 끓어오르면 성공.
만약 '오? 그럭저럭 나도 끕이 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든다면
넌 ㅈㄴ 잘 그리는 물붕이가 아니라면, 그냥 자뻑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내가 본격적으로 '연습'이란 걸 하기 시작한 건 이 시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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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본문 첫 대댓은 보통은 성립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그렸을 당시엔 ㅈㄴ 잘 그린거 같거든... 내가 그랬어.
'그림을 다 그린 다음에 이 그림은 이 부분이 부족한 거 같으니 이 연습을 해보자'
라는 객관적인 사람이면 좋겠지만 보통 사람은 안 그러거든.
게다가 객관화된 시점에서 바라본 잘못된 점이
정말 잘못된 게 맞느냐 하고 하면 그것도 애매해.
애초에
이 그림은 이게 잘 됐는데 저 그림은 저게 별로야.
그럼 그 부분에 명확하게 점수를 먹이고 우위를 가릴 수 있을까?
이상적인 미의 기준은 어느 정도 비슷할진 모르겠지만
개성과 보는 사람의 취향, 그리는 사람의 의도와 그 의도가 얼마나 묘사가 됐냐는 포인트는
점수를 달기 어렵다고 생각해.
그래서 일단 그려 보라는거야.
무엇이든 그리고 그릴 수 있게 되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될 때 쯤이 아마 진짜 출발선에 서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사족은 여기까지.
연습 방법에 대한 건 다음 기회에 쓸 수 있으면 좋겠네
ps.그림을 올리면서 피드백이나 조언이 필요하면 확실히 해달라고 해야 그림 그리는 물붕이들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