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애니의 목적은 무엇인가
뮤즈의 경우 가장 큰 목표는 폐교 저지와 그를 위한 러브라이브 우승이 목적이었다
아쿠아의 경우 폐교 저지를 목표로 했으나 실패하고 대신 학교의 이름을 남기기 위한 러브라이브 우승이 목적이었다
니지동의 경우 아예 러브라이브 우승이라는 목적을 포기하고,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리에라에게 현재 주어진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러브라이브 우승이 목적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우승인가?
더 근원으로 돌아가보자
카논이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노래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였다
그러면 무대에 서고 노래를 하고 있으니 된 것 아닌가?
그것에 우승이라는 요소가 더해질 필요가 있나?
치사토가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카논과 함께 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도 우승이라는 요소가 더해질 필요는 없다
렌이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어머니의 유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우승을 목표로 하다 실의에 빠져서 돌아가셨는가?
어머니는 스쿨 아이돌 활동 자체를 즐겼지 우승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스미레는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이유도, 우승을 노릴 이유도 어느정도 있는 편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명예욕이 있는 만큼, 우승을 노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쿠쿠는 스쿨 아이돌을 매우 좋아하는 데다 귀국이라는 큰 이벤트가 걸려있어서 1기생 중 가장 우승이 절박한 멤버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절박한 심정을 어차피 우승을 노릴 명분이 있는 스미레하고만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묘사를 보면 우승 못하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는 장면도 별로 못 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1기생 중 절반 이상의 멤버가 러브라이브 우승을 목표로 하면서도 정작 그게 왜 목표인지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원래 이런 대회물에서는 당연히 우승 노리는 거 아니냐 라고 할 수 있지만, 러브라이브는 다른 스포츠물과는 상당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대회의 존재감 자체가 매우 부족한 편으로, 상금이 뭔지 규칙이 뭔지 심사기준이 뭔지 아무것도 모른다
럽라의 모티브가 된 고시엔 역시 대회보다는 대회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주가 된다고 하지만, 그건 야구라는 틀 안에서 진행된다
대회를 묘사하지 않아도 주인공이 공을 수천개씩 던지고 타이어를 끌고 수십키로를 뛰는 것 만으로 이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러브라이브에서는 그런 묘사가 가능한가?
대회 우승을 위해서는 최소한 백덤블링 정도는 해야한다는 규칙이 있어서 까지고 깨지면서 처절하게 노력하기라도 해야하나?
그런 노력을 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과연 아 너무 처절하다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 라는 심정을 가질 수 있을까?
목적의 부재는 생각보다 더 치명적이다
캐릭터들이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공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그룹이 막 시작된 1기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히 3화에서는 카논에게 무대 공포증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설득력 덕분에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치사토의 개인사, 렌의 개인사, 스미레의 개인사 등 각 멤버들의 사연을 명분으로
애니를 진행해 나갔기 때문에 딱히 우승이라는 목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1기의 마지막 파트에서 2기까지 오면, 슬슬 그룹의 목표가 고갈되기 시작한다
1기는 그래도 최강이라 불리는 서니파와의 대결이라는 명분으로 덮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우승을 노려야 할 2기부터는 도저히 우승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가 힘들어 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쥿키는 중3을 콜업해서 리에라를 패게 만드는 강수를 뒀을지도 모른다
목적 대신 위기의식을 불어넣어서 그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캐릭터들이 노력한다라는 전개를 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부족한 분량과 정신없이 넘어가는 전개 때문에 이걸 진짜로 위기로 느낀 시청자는 거의 없었을 것 같다
이렇게 큰 줄기가 휘청거리니, 거기에 이어가야 할 캐릭터들의 서사도 휘청일 수 밖에 없다
카논은 초반의 네거티브한 개성이 사라지고 치카처럼 현자모드에 들어가서 모든 갈등을 해결해 주는 데우스엑스마키나가 되었고
쿠쿠는 1기에서 보여줬던 스쿨아이돌 사랑 비중이 줄어들고 귀국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하지 않은 채 스미레 패는데 열중하고 있으며
원래대로라면 그나마 명예욕이 있고 우승 욕심이 커서 다른 멤버들을 닦달하고 충돌해야 할 스미레는 조용한 쿠쿠 샌드백이 되었다
치사토는 실력적으로는 제일 뛰어나면서도 행동원리는 그냥 카논에 맞춘다는 수동적인 느낌이었다가 그나마 최근 부장을 달았고
렌은 밈이 되는 수준으로 고통받다가 진지한 내용과는 거리가 먼 겜순이 캐릭터를 넘겨 받았다
2기생들의 상황은 어떨까
키나코는 본인 가입 에피에서 충분한 역할을 했기 때문인지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고
메이는 가입 이전부터 캐릭터성을 강렬하게 어필하고 있지만 메붕이 모드와 양아치 모드의 갭에 모순이 보이는 편
시키는 캐릭터 자체가 묘사하기 좋기 때문에 그나마 2기생 중 가장 활약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핫한 나츠미의 경우 일단 캐릭터만큼은 확고하게 잡혔기 때문에 그리 나쁘지 않은 흐름이다
빌런 행위를 놓고 여러 말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결국은 나츠미의 목적이 뭐냐에 따라 평이 갈릴 것이라 예상한다
무엇보다 2기생들이 현재 스토리상 유리한 점은 1기생과의 실력 격차를 메운다라는 목적이 주어져 있어서
나츠미 가입이 예상되는 6화 이후로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갖고 행동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요약해서 현재 슈스 2기의 문제는 목적 의식 부재로 인한 캐릭터들의 어색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멤버들 중 아무도, 심지어 가장 위기감을 느껴야 할 쿠쿠조차도 우승 꼭 해야지 하는 모습이 느껴지지가 않는다
빈의 등장과 서니파의 존재, 유이가오카 학생들의 발언으로 우승 의욕을 고취하려는 시도가 보였지만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느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닌 것이
생각해 보면 사실 가장 자연스러운 목표 의식 주입은 쿠쿠 귀국 폭탄을 터트려서 할 수 있었다
쿠쿠가 원하지 않게 떠나야 된다면, 카논도 치사토도 렌도 이악물고 우승해야 할 목적이 생겼을 것이다
그런데 쥿키는 무슨 생각인지 이를 꽁꽁 감춰두고 오히려 그런게 없어도 우승하고 싶어할 스미레한테만 알려 준 상태이다
그렇게 아껴두고 있는 이 문제를 얼마만큼 설득력 있고 뽕차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2기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결국 후반에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아야겠지만, 아무튼 현재 상황에서는 우승이라는 목표가 상당히 흐릿해 보인다
지금까지는 작중의 목적 의식 부재였다면, 이번에는 작품 외적인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자
애니를 제작하는 럽공식은 결국 기업이고, 기업의 제 1 목표는 수익창출이다
그렇다면 애니를 만들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인 애니라면 방영 이후의 광매체들과 관련 굿즈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것이다
이 말은 즉 애니의 완성도가 이후의 수익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브라이브의 경우는 이와 조금 다르다
여타 매체들의 경우 보통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있다
그러나 러브라이브는 먼저 캐릭터가 있고, 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애니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과연 러브라이브에서는 애니의 완성도와 캐릭터 자체의 매력 중 뭐가 더 중요한가?
사실, 러브라이브는 일종의 캐릭터쇼이고, 애니는 그 캐릭터쇼의 각본 중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마치 무한도전과 무한상사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무한상사에서 누가 승진하고 누가 잘려도, 무한도전의 다른 특집에서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무한상사에서 정립한 캐릭터는 남아서, 그 캐릭터의 개성 중 하나로 부여된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퍼펙트한 스토리 기승전결보다는 캐릭터의 개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분량 측면에서 아쉬운 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니지애니는 이것을 거의 완벽하게 해냈다
메인 스토리에서 거추장스러운 대회를 아예 쳐내고, 그냥 스쿨아이돌 페스티벌을 열었다 라는 단순한 플롯을 채택하는 대신
그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반목하고 다투고 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우리는 페스티벌의 식순이 어떻게 되는지 예산이 어떻게 되는지 실무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르지만
발발발 시전하는 아유무나 망상노트 쓰는 시즈쿠는 확실하게 뇌리에 남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는 애니에 한정되지 않고 게임, 소설, 심지어는 담당 성우 설정에까지 수입되며
니지가사키의 캐릭터 IP 전체가 풍성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거꾸로 이를 완벽하게 조진게 시즌2로, 처음에 그린 큰 그림이 대체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도입부에서 캐릭터들의 기본 설정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붕괴시켜버리며 엄청난 역효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그렇다면 쥿키쪽에서는 이런 원칙을 잘 따르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러려고 노력은 하지만 잘 안되는 듯 하다
쥿키쪽 세계관에서는 대회를 포기하지 못해서인지, 줄거리 설정때문에 캐릭터가 자기 성격을 버리는 일이 빈번하다
가장 좋은 예가 1기 치카와 2기 치카의 차이로, 1기 치카는 분명 호노카처럼 되고 싶지만 호노카와는 다른
좀 더 소심하고 내적 갈등이 많은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2기가 되면 현자모드에 진입해서 큰 줄거리의 진행을 돕는다
이는 현재의 카논에게도 정확히 적용되는 예로, 기존의 네거티브하고 살짝 불량한 개성이 있던 카논이
2기에 와서는 역시 큰 줄거리 진행을 위해 현자모드에 돌입해서 울지도 화내지도 당황하지도 않는 현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머장들의 캐릭터를 희생시켜가면서 진행하는 줄거리가 웬만큼 개연성과 흡입력이 있으면 좋을 것을
캐릭터만 밋밋하게 만들어 놓고 정작 줄거리는 분량에 쫓겨 급전개를 남발해 버린다는 것이다
캐릭터도 살리고 줄거리도 살릴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것은 분량의 압박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하나는 대충 넘기더라도 하나를 확실하게 살려내야 하는데 쥿키는 한쪽을 못 놓다가 그대로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이런 모습은 특히 2기에서 두드러지는데, 1기에서는 캐릭터들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만큼 전체적인 내용이
캐릭터 서사 위주가 될 수 밖에 없고 2기에서는 이제 제대로 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니는 확실히 러브라이브 내에서 큰 비중을 가지고 있는 컨텐츠이다
하지만 큰 비중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애니가 러브라이브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완벽하고 깔끔한 서사가 진행되는 명작 애니를 만들 필요는 없다
애니는 어디까지나 캐릭터들에게 생명력을 부여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 애니가 끝나더라도 캐릭터들은 계속 활동하니
애니 자체의 서사 완성도에 집착하기 보다 캐릭터의 개성 구축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러브라이브 IP를 풍성하게 만들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