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Ad. V야. 2021년을 돌아보면서 럽라랑 관련된 재미있는 경험이 있어서 썰을 풀어보려고 해.
지금으로부터 9개월 전, 난 ‘마케팅 조사론’ 과목을 듣게 됐어. 전공 선택 과목이고 어쩌고 해도, 꽤 흥미로워 보이는 과목이었거든.
그런데 교수님이 그러시는 거야. ‘어떤 매장을 하나 짚어서 마케팅 조사를 하고, 학기말에 조사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서 내라.’ 참 개탄스럽게도, 기말고사랑 보고서가 각각 40%로 정신나간 비중이었지. 보고서 분량도 족히 15페이지 이상은 되야 한다 하고.
고민했지. 뭘 해야 하지? 왜 DC 필름 영화는 다 개판인지? (더 나온 게 없어서 기각) 집 근처 서브웨이의 할인 메뉴에 대한 고찰? (시간 대비 효율이 나빠 기각) 그러다가 생각했지. 이왕 귀찮을거면, 내가 자주 가고, 잘 관찰할 수 있고, 흥미있어하는 주제로 해 보자. 그리고 운 좋게도...
...난 니지동 콜라보 예약굿즈를 대부분 모으기로 결심을 했었고.
이쯤 되면 내가 미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내 경험상 교수들이 서브컬쳐 주제를 경시하지 않더라구. (적어도 건대는 말야) 예전 ‘소비자 행동론’ 보고서에 ‘e+의 운영 미숙으로 발생한 니지동 라이브 환불 사태’를 적어 냈다 만점을 받은 적도 있고, ‘환경분석론’에선 ‘러브라이브의 산업주기 분석’으로 23/25를 받기도 했거든. (교수님은 귀칼이 더 취향이시래)
여하튼, 때마침 콜캎도 연장 운영을 하기 시작했고, 보고서 쓸 거리도 늘어났지. 그렇게 보고서 논리 구조를 세워두고, 콜캎을 다니면서 동선, 제품, 점원, 서비스 등등을 살펴봤지. (시험 끝나도 머리에 남는 게 있긴 있다니까.) 그렇게 두 달 정도가 지나고, 슬슬 보고서를 내야 할 때가 됐어.
보고서엔 한 가지가 부족했어. 전반적인 시장조사 자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콜라보 카페의 협조 아니면 소비자 설문. 물어보는 건 공짜라고, 애니플러스 사이트에 쪽에 문의 넣어 보니까 안된다더라. 그래서...
설문조사를 올렸지. 물갤이랑, 옆동네에. 다들 고마웠어. 후기를 지금에야 올려서 미안하고.
여하튼, 그때 얻은 자료들을 토대로 보고서를 완성했어. 장장 21p짜리 장문이었지. 대학생활 하면서 이것보다 긴 건 있었어도, 이것보다 빡세게 조사한 건 없었지. 다 쓰고 나니까 뿌듯하긴 하더라. 교수가 이걸 보고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조사지?’라곤 할 수 있어도, ‘이게 무슨 개 짖는 소리지?’ 할 것 같진 않았어.
그리고 결과가 나왔는데...
꽤 잘 나왔어. 흠흠. 콜캎 설문조사 참여해 준 물붕이들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아, 그리고 그때 나눔 글 당첨된 사람이 연략이 없어서 나눔 상품 남아 있거든? (대형 타올) 이걸 다시 나눔을 해야 하나, 아님 더 간단한 기프티콘 나눔을 할까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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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2학기, 난 이 교수님 수업을 다시 듣게 됐어. 수강 신청을 실패해서, 남는 과목이 이 교수님의 ‘광고론’ 밖에 없었거든. 솔직히, 이 교수님 수업 스타일이 나랑 안 맞아서, 별로 듣고 싶진 않았어. (수업을 10분 단위로 유튜브에 올린다고!) 근데 별 수 있나,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학점은 학점이지.
근데 한 번 수틀리니까, 점점 수업 듣기가 싫더라구. ppt 공유는 안 해주지. 질의응답 기능은 고사하고 공지사항도 없지. 교수가 수업에 열의가 적은, 그런 느낌 있잖아. 가뜩이나 지난 번 보고서로 고생고생 했는데 말이지. 그때 생각했지. 아, 수강 포기 각이다.
그때부터 수업은 출석 태우면서 들었지만, 과제(여하튼, 이번에는 ‘광고를 하나 만들어라’ 하더군)는 거의 포기하면서 있었어. 그러다가 보름 전, 기말고사랑 같이 과제 양식이 내려왔지.
1. 제시된 맥주 시장의 포지셔닝 맵을 이러쿵 저러쿵 하시오. (25점)
2. 이성적 광고와 감성적 광고를 정의하고, 하나를 골라 성공 사례를 논하라 (25점)
3, 과제물 : 직접 만든 광고 (50점)
기한 : 3일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막상 양식을 받고 나니까,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는 거야. ‘야, 보름 쯤 뒷면 연말 라이브가 있지, 그걸 소재로 광고를 해 볼까? 혹시 몰라서 광고론 책도 빌려 놨고, 갤질 하면서 모은 아이디어도 이것 저것 있잖아? 어차피 수강 포기도 각오했는데, 못할 게 뭐야?’
웃기는 건, ‘더 나빠질 게 없잖아?’ 싶어지니까, 2번 문제도 나름의 유머감각을 발휘하고 싶어 지더라구. (알아. 나 유머감각 개판이야) 그래서 ‘내가 취미가 겁나게 많아서 감성적 광고를 좋아하구요, 감성적 광고에는 나타 센세의 [란쥬 3컷]이 있어요’를 배경지식이랑 보충설명 포함해서 줄줄이 적었지.
그리고 과제, 과제는 좀 더 걸렸어. 어떻게 광고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 영상을 만들어? (하, 퍽이나 되겠다. 기각.) 만화를 그릴까? (이집트 벽화라도 그릴래? 기각.) 다 빠꾸 놓다가, 생각났지. ‘일일 극장!’
일일극장도 게임에서 제공하는 일종의 서비스고, 거기에 연말 라이브 내용 가미되면, 그게 광고지 뭐야. 그런 논조를 기반으로, 온라인 라이브를 꺼리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나마루랑 리나가 ‘온라인 뷰잉으로도 팬과 만날 수 있는가‘를 고찰하는 내용의 단편을 써서, 아래에 링크만 달아 보냈지.
결과는 큰 기대 안했어. b+ 나오면 버려야지, 그렇게만 생각했지. 논리 구조도 설득력이 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자료도 영 마음에 안 차고. 안 나오면 안 나오는거지... 했거든?
웬걸. 나쁘지 않더라.
이렇게 해서 올해 과제 및 시험은 럽라와 함께 즐겁게 보냈어.
혹시 대학 과제로 고민하는 사람 있으면, 자기가 좋아하고, 잘 아는 내용으로 써봐.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맛이 간 소리도 논리적이면 개소리는 안되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