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일반 ss 번역) 쓰고, 뜨거운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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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4434812
  • 2021-12-28 18:00:51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5239385
세츠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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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만날 수 없을까요?
 드물게도 그런 메시지가 도착했기 때문에 무심코 스마트폰의 화면을 두 번 보았다. 마침 업무시간을 마치고, 와 야근이다 하며 시큰둥하게 커피를 내리려던 참이었다.
 만나도 평소 같으면 적어도 전날엔 연락을 줄 텐데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일까.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야근 따위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서둘러 돌아갈 채비를 마치고 코트와 머플러를 챙겨 얼른 회사를 나선다. 밀린 일은 내일의 자신에게 맡기기로 하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리며 재빨리 답장을 했다.
 너무 갑작스런 권유였기 때문에 귀여운 귀고리도 네일도 하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 기뻐서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살을 에는 겨울의 추위마저 달아오른 뺨에는 기분 좋아서. 빨리 만나고 싶다며 나잇값도 없이 들떴다.
 그런데.

「……실은, 이번에 맞선을 볼 것 같아요」

 카운터에 나란히 앉자마자, 어울리지도 않는 레드와인 잔을 기울이면서 그런 말을 하니, 무심코 옆의 얼굴을 응시하고 만다. 어딘가 지친 얼굴로 씁쓸한 미소를 짓는 옆모습은 도저히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깨닫는 순간 주위의 소리가 들리지 않고, 뱃속에 크고 차가운 얼음 덩어리가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뭐야. 갑자기 오늘 밤 권한 건 저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군요.
 그런 건 진작 알고 있었을 텐데, 단 한마디로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다고 그렇게 들떠 있던 내 자신이 몹시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라니. 그런 걸 제게 물어도……」
「그렇, 죠. 죄송합니다」

 망설이면서 그런 말 묻지 말아주세요.
 낯선 재즈도, 카운터 안쪽에서 셰이커를 흔들고 있는 바텐더도, 시야 안의 손을 꼬고 있는 커플도 모두 매우 기분 나빴다. 가게 안은 난방이 되어 있을 텐데, 문에서 들어온 외풍 탓인지 발끝이 자꾸만 시려 감각이 없어져간다.
 두 달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우리에겐 샐러리맨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한 역 앞 체인점 술집에서 얼굴을 마주치는 게 성미에 맞았다. 세츠나 선배는 하이볼, 나는 레몬사와로. 매번 싱거운 술에 불평하면서 내용이라고는 거의 없는 대화를 막차까지 나누는 시간이 즐거워서 정말 좋았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근사한 바에 불려가면 기대하고 만다. 혹시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고 내심 은근히 들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런 이야기라니, 너무하잖아요. 가슴속에서 마구 날뛰는 기분마저 섬세함이라곤 없는 세츠나 선배 탓으로 돌려버리고 만다.

「세츠나 선배는…… 결혼, 하고 싶으세요?」

 맞선 상대를 생각하고 있는지 어딘가 한 곳을 바라보며 나직이 떠드는 선배를 가급적 보고싶지 않아 손 안의 유리잔에 시선을 떨어뜨린다. 어울리지도 않게 일만 하는 선배에게 이끌려 위스키 록을 주문한 바람에 술을 마셔도 목구멍이 뜨겁고 입 안은 바짝바짝 타들어간다.
 달지 않은 술이라는 건 쓰기만 한 물하고 다를 바 없잖아요. 술집에서 늘 그런 말을 하던 내가 위스키를 주문한 것조차 모를 정도로, 세츠나 선배는 이쪽을 조금도 쳐다보지 않는다.
 이런 얘기 듣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런 말조차 내게는 허락되지 않으니 듣고 싶지도 않은 말을 듣게 된다.

「언젠가는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서요, 절대 못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남성 분과 결혼을 앞둔 교제라니……」
「그러면. 맞선 같은 건 안 봐도 되잖아요」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빠르게 대답한다. 난잡하게 놓아둔 록 글라스 속에서 얼음이 울리고 호박색이 하늘거렸다.
 세츠나 선배의 부모님은 엄하다는 소문이 돌 정도에, 거의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른다. 순수하게 딸의 행복을 바라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선배 집안의 경우 정략결혼이 있을 수도 있다. 어려운 것은 잘 모르지만, 주위의 목적이 어떻든 결혼하는 본인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 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럴 수도 없어요. 사실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맞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때마다 일을 이유로 거절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역시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선배도 이제 어른이니, 그렇게까지 부모님께 간섭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몇 번이나 그렇게 말했지만 아무래도 잘 전해지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저는 외동이기 때문에 부모님도 이것저것 기대하고 계신 것 같고, 빨리 그…… 웨딩드레스 차림을 보고 싶다든가, 손자를 보고 싶다든가 하는 말을 들어서요」

 어지러웠다. 아직 몇 모금밖에 마시지 않았는데, 어느새 상당히 취해 있던 것 같다. 그치만, 그렇지 않으면 이상하니까.
 드레스? 손자? 아니아니, 세츠나 선배의 그런 모습 1밀리도 상상이 안 되는데요. 웃지 못 할 농담은 하지 마세요.

「……저도 외동인데요」
「카스미 씨는 아무 말 없나요?」
「적어도 우리 부모님은 20대 중반에 결혼하라는 말은 안 하세요」
「좋은 부모님이시잖아요」
「방임주의일 뿐이에요」

 내가 보기에 세츠나 선배네 집은 좀 이상한 것 같다. 굉장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엄청난 직책의 부자라는 사람은, 이런 한창때 20대 중반의 외동딸에게 결혼을, 더구나 맞선을 강력히 추천하고 있는 건가. 어디신가요. 어느 시대 사람이세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게, 가능한 걸까요」
「역시 결혼할 마음이 있는 거 아닌가요……」
「언젠가예요, 언젠가의 이야기」

 그게 정말 언젠가의 이야기인가요. 미안하지만 오늘 세츠나 선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술렁여서 견딜 수가 없다.
 이미 몇 번이나 맞선을 거절했다고 말했고, 이제 그만 포기하고 부모가 정한 누군가와 결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게 1년 뒤일 수도 있고 반년 뒤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한 달 뒤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지친 얼굴을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좋아하는 사람하고 결혼하면 좋잖아요」
「좋아하는 사람, 인가요. 매일 일만 하니, 아주 없진 않지만 이런 제게 흥미를 가져 주는 사람이라니……. 그렇다면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이 상대방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서」
「무슨 소리예요 선배. 아직 20대잖아요. 뭘 깨달은 사람처럼 말하고 있어요」

 내리뜬 은백색 눈동자에 긴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애매한 미소를 붙이고 있다.
 일 바보인 세츠나 선배도, 좋아해주는 사람은 많이 있잖아요. 외모 좋고, 대기업에 다니고, 성실해서 출세할 것 같고, 평소에는 어른스러운 척 하면서 갑자기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귀엽고.
 무엇보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서 이렇게나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은 세츠나 선배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음만 먹으면 애인 같은 건 금방 생길 텐데요. 그렇게 되면 이쪽이 곤란해지니 말하지 않을 거지만.

「요즘 이런저런 일로 좀 피곤해서……. 갑자기 불러내서 죄송해요」
「괜찮아요. 카스밍은 세츠나 선배와 오랜만에 술자리라 기쁘고요」
「정말인가요?」
「정말이에요. 아니면 메이크업도 네일도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러 오지도 않았을 테고」
「네? 오늘도 귀여운걸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하는 얘기가 이런 게 아니었다면 지금쯤 더 들떠있었을 텐데.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얼른 고백해둘걸. 사이좋은 선후배로 만족따윈 하지 말고, 여자끼리라고 겁먹거나 하지 말고, 빨리 전하고 차였으면 좋았을걸. 이런 나이까지 짝사랑을 하고 이런 식으로 간단히 끝나다니, 허망함밖에 남지 않는다. 어쩌면 세츠나 선배를 만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도. 하아, 조금도 웃기지 않아.
 멈춘 채로 있는 저를 두고 세츠나 선배는 이미 완전히 어른이 되어 버렸군요.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좋아하고, 무엇을 하든 열심이고, 언제나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웃고 있던 사람이, 이런 얼굴을 하고 포기해버릴 정도로.
 지금도 어떻게 해야 그 발을 붙들 수 있을까 생각만 할 뿐, 이쪽에서 먼저 발을 내디딜 배짱이 없는 자신이 몹시 볼썽사납게 느껴졌다. 원래부터 어울린다고는 생각지도 않지만.

「카스미 씨는, 사귀는 사람 있나요?」
「……하아」
「네?」
「없는데요. 보면 알죠」
「그렇게 귀여우니까 분명 남자들이 가만 안 둘 텐데. 어째서인가요?」
「어째서라니……」

 그야 좋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죠.
 고등학교 때부터 바보처럼 계속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여기에.
 제 눈앞에서 흐리멍텅한 눈동자로 취해있는 사람이요.

「세츠나 선배, 얼굴이 많이 빨개요. 일단 물 마셔요?」
「필요 없어요. 그보다 대답해 주세요」
「뭐, 뭘요?」
「왜 애인을 만들지 않는지」

 아까부터 욱신거리는 아픈 심장에 더 강한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 어금니를 지그시 악문다.
 왜냐니. 반대로 왜 세츠나 선배가 그런 걸 궁금해 하나요. 어디 모르는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평범하지만 행복한 매일을 꿈꾸고 있는 그런 사람이. 지금 상처를 후벼파고 있는 거라구요. 아세요?
 아니, 그런 걸 알 리가 없지. 그야 고백하지 않았으니까. 아아, 진짜. 진짜아.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젠 될 대로 되라지.
 술에 취한 머리로 계속해서 생각하 지쳐 백기를 든다. 세츠나 선배는 취하면 반쯤 기억을 잃는 사람이니, 분명 내일이면 잊어버릴 거다. 그러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면서 잔에 입을 댔다.

「역시 그랬군요. 어떤 사람인가요?」
「선배가 모르는 사람이에요」
「그…… 그런, 가요」

 더욱 심해진 가슴의 통증을 견디며 어설픈 거짓말로 둘러대자 갑자기 선배의 머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잠깐, 혹시 이 사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취한 거 아냐? 세츠나 선배는 오늘 몇 잔 마셨더라. 처음부터 상당히 빠른 속도로 마시고 있던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물! 세츠나 선배, 물 마셔요. 빨리」

 기분이 나쁜지 고개를 숙이며 떨고 있는 등을 어루만지며 부탁해둔 물잔을 가까이 가져간다. 그러나 선배는 잔에 손을 뻗기는커녕 싫다고 머리를 흔들며 계속 거부했다. 어린애에요? 평소 같으면 스스로 솔선해서 물을 마시면서 왜 오늘따라 이렇게 싫어하나요.

「됐으니까 물 드세요. 집에 못 들어간다구요?」
「……싫……어요」
「왜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읏」

 겨우 얼굴을 든 세츠나 선배는 새빨간 얼굴로 주르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네? 아니, 잠깐. 왜 우는 거에요. 세츠나 선배는 어느 쪽인가 하면 잘 웃는 쪽이잖아요.
 그건 그렇고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왔나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밖에 안 사는데요. 설마 다른 데서도 말하진 않았겠죠? 만약 그랬다면 저는…… 아니, 지금은 이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지.

「기, 기분 안 좋으세요? 그러게 마시지도 않는 와인 같은 걸 마시니까. 자, 어깨 빌려드릴테니 화장실 가요」

 그렇게 말해도 완강하게 머리를 흔들고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이라, 결국 모두 포기하고 세츠나 선배의 뺨과 눈가를 손수건으로 닦는다. 손수건은 거절했는데 이렇게 닦는 것은 허락했기 때문에 가만히 선배가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전부터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사람이라 웃고 있어도 화내고 있어도 어쩐지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이렇게 울고 있는 원인을 짐작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에 지나간 시간을 통감해 공연히 쓸쓸했다.
 뭔가 힘든 일이 생각나 버렸는지, 집에서 뭐라고 들은 건지. 나는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생각한 것은 하나뿐.
 아뇨, 오늘 밤 울고 싶은 건 저인데요. 이래 봬도 계속 참고 있는데. 하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기에 천천히 등을 문질러주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이젠 괜찮아요. 죄송해요. 정신이 없어서」

 아직 미처 닦지 못한 눈물 자국을 손등으로 지저분하게 닦고 세츠나 선배는 억지 웃음을 지었다.

「사실은 계속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울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잘 하려고,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안되겠네요. 정말」

 세츠나 선배답지 않은 엉망진창인 말이 오른쪽 귀로 들어가 왼쪽 귀로 빠져나갔다. 무슨 말인지 잘 몰라서 그저 조용히 옆모습을 바라보며 듣고만 있었다.
 세츠나 선배뿐만 아니라 나도 남에게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있는지도 모른다. 나까지 취해 있으면 이런 상태의 선배를 간호할 사람이 없어진다. 역시 그건 좋지 않다. 그래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 사람이, 부럽네요」
「……네?」

 그 사람이라니, 어느 사람?
 나도 모르게 슬며시 가슴에 뜨거운 무언가가 퍼지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는다. 아니, 그냥 착각한 거니까. 말실수겠지, 잘못 들은 게 틀림없어.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정했는데, 이제 와서 그런 말은 하지 마요.
 옛날부터 계속 그랬다. 늘 선배의 언행에 휘둘려 기대하다가 결국 착각으로 끝나 몇 번이나 울었다. 다시 그 고통을 반복하는 건 이젠 싫어. 그렇게 생각하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해도 그만둘 수 없으니 괴로워서 어 수가 없다.

「카스미 씨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거봐, 결국 이렇게 된다고.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으면서. 내가 뭘 해도, 세츠나 선배와 어떻게 될 리가.

「카스미 씨가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분명 잘 될 거예요. 카스미 씨는 귀여우니까요」

 세츠나 선배도 좋아해주실 건가요.
 귀엽다는 말로는 이제 부족하다. 세츠나 선배가 좋아한다고 말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세츠나 선배는, 응원해 주실 건가요?」
「…응원, 할게요」

 중얼거린 말에 크게 한숨을 쉬고는 남아 있던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킨다. 얼음이 거의 다 녹아서 어설프게 희석된 쓴 물은 그저 맛없을 뿐이라 가슴속이 타는 듯 뜨거워졌지만, 지금은 그걸로 됐다.
 언제까지나 조금씩 마시니까 계속 쓴 것이다. 과감하게 단숨에 삼켜 버리면 괴로운 것도 뜨거운 것도 의외로 한순간이다.
 분명,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 올 테니까.

「아까는 거짓말했어요」

 여기. 이 사랑을 제대로 끝낼 수 있는 건 이제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사실은 선배도 잘 아는 사람이에요」

 록 글라스 안에서 남은 얼음이 사르르 녹았다. 굳은 채 가만히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세츠나 선배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불안도 공포도 가슴의 뜨거움도 전부 참고, 지금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로 응시한다. 이걸로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조금이라도 귀엽게 비치면 좋겠다.

「카스밍은 귀여우니까 분명 잘 될 거라고 하셨죠」
「네, 에……」
「본인이 그렇게 말한다는 건, 조금은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

 세츠나 선배는 전에 본 적 없을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 숨쉴 줄도 모르는 것처럼 굳어 있다. 한 번 입에 올리고 나니 그렇게 답답했던 가슴이 확 풀리면서 숨쉬기가 편해졌다. 세츠나 선배를 보고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지 않는 건 얼마 만일까.

「세츠나 선배를 말하는 거에요. 계속 선배를 좋아했어요」

 아아, 말해버렸다.
 이제 숨길 필요는 없는 거야. 좋아한다고 말해도 좋고, 괴로워서 울어도 괜찮아. 그렇게 안심하자 순간 서서히 시야가 배어 눈 깜짝할 사이에 뺨을 적셔 간다.
 적어도 대답을 들을 때까지는 귀여운 채로 있고 싶었는데, 10년 분의 실연의 아픔은 전혀 가라앉을 기색을 보이지 않고 눈물이 되어 흘러간다. 어쩔 수 없어 그 언저리에 놓은 손수건을 더듬어 찾다가 엄청난 기세로 무언가가 부딪쳐 와 부드러움에 휩싸였다.
 갑자기 숨을 쉴 수 없게 되어서 괴롭다. 게다가 온몸이 뜨겁다.

「끄엑. 저기,」
「저, 정말……?」

 정말로, 카스미 씨도 같은 마음인가요.
 속삭이는 듯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사고가 정지했다. 참으려 했던 눈물이 자꾸 흘러나오고, 나를 감싸는 열에 녹아든다.
 정말이냐니, 그런 거 물어보고 싶은 건 이쪽이에요.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정말로?

「저도 고등학생 때부터, 계속 카스미 씨를……」

 누구 것인지 모를 오열로 들리지 않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제대로 전달됐다.
 이렇게 엉엉 울면서 매달리다니 고등학교 졸업날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 때 이미 서로 좋아하고 있었으면서 둘이서 이렇게 돌아가다니, 정말 바보같네요.
 머릿속으로는 전하고 싶은 말이 계속 치밀어 오르지만 당분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은 다 포기하고, 그저 좋아하는 사람의 블라우스를 적시며 온몸을 휘젓는 행복의 열기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뤼에페 선추후감 2021.12.28 18:01:47
NoiseSign 2021.12.28 18:05:56
Chelsea_FC 2021.12.28 18:07:21
계란마리 2021.12.28 18:11:55
ㅇㅇ 셏캇 좋아 121.142 2021.12.28 21:09:31
ㅇㅇ 그래서 결국 맞선 나갈지 안나갈지 궁금하네 112.152 2021.12.28 23:21:05
귤맛 2021.12.28 23: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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